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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노동 없는 대선을 말하다[인터뷰] "박근혜와 문재인,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결여"
김도연 기자 | 승인 2012.12.18 00:47

노동자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두 다리로 땅을 밟고 노동을 해야 하는 그들이 땅 딛길 거부한 채, 하늘로 올라간다.

대선후보들은 아래로 간다. 특권계급이 아닌 서민을 자처한다. 재래시장을 방문해 낮은 자세로 시장 상인들과 손을 잡는다. 하지만 정작 후보들은 공중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 노동에 대한 가치를 말하던 보수 야당 후보도 대선이 다가올수록 노동 공약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있는 모양새다.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대해 천착해온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이 기묘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디어스>는 12일 하종강 학장을 만나 '노동 없는 대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하 학장은 무엇보다도 여·야 유력 후보들의 '노동인식 결여'를 꼬집었다. 하 학장은 "현재 대선후보들은 비정규직의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시장주의적 관점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때 기업경쟁력과 국내총생산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후보들은 이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는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인권 교육 부재' '각 후보들의 대선 공약' '언론인들의 노동인식' 등의 내용으로  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특히, 참여정부의 과실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웠다.

"실패한 노동정책에 대한 참여정부의 진심 어린 반성이 있었다고 보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해요. 개인적으로 노동자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나 스스로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누가 노동자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까요?"

하종강이 이야기하는 노동과 대선을 들어보자. 아래 인터뷰 전문.

   
▲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김도연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관련 규정 강화 △'비정규직 사회보험지원 사업'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200여만명의 보험료 정부지원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현실에 맞는 고용보험제도 신설 △노동위원회·노사정위원회 기능 강화 △「산재보험법」개정을 통한 특수고용직 근로자 산재보험 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연간평균시간 2000시간 이하로 축소 △기업 및 사업장 내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적용 실현 △기업·직종·고용 형태 간 임금격차를 비롯한 노동시장 차별 축소 △2017년까지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까지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노용자에게 산재보험 확대 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스(아래 미) :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의 노동공약, 어떻게 평가하나?

하종강(아래 하) : 전반적으로 목표는 있지만 그 실현 방법이 상당히 추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상승'은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항상 기업이 지출을 늘려야 하는 지점에서 제동이 걸린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도 좋은 노동 정책 제언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야를 오가는 동안 법안 처리는 연기되며, 기득권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후보들의 공약도 기업이 얼마나 더 많이 지출을 부담하고 부유층의 세율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이지 못해 실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 :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하 : 비정규직 관련 공약들이 시혜성만을 고려한 정책들이다. 즉, '비정규직이 고통스러우니까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자'는 게 전부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데 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시장경제적 관점에서 기업경쟁력과 국내총생산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거대 양당은 '동일노동·동일임금'만을 외칠 뿐, 그 정책이 기업 단위가 아닌 국가 단위로 확장해야 한다는 거시적 시각은 결핍돼 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국가 단위 시행은 회사가 달라도 직종과 경력이 같으면 임금도 같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유럽이 경기침체로 허덕일 때, 스웨덴만이 국가 단위의 '동일노동·동일임금'으로 4%대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시장 경제학적 분석으로도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미 : 그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 :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비정규직 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별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정규직의 소득을 낮추는 방식으로 차별을 좁히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도 어긋나잖나?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 더 심각한 건 그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을 노동자 쪽으로 옮기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처럼, 정규직 임금을 동결시키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합의를 하는 곳도 있지만,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도 인상되는 게 사회에 유익하다.

미 : 한국사회는 노동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실하고 왜곡돼 있다. 무엇 때문인가?

하 :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니겠나? 급격한 발전을 하다보니 역사·계급의식이 축적되지 못한 측면도 있고,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대사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특별히 지적하고 싶은 건 '교육'이다.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제도권에서 노동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은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노동의식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투쟁을 통해 체화된다. 하지만 (투쟁하는) 이들을 제외한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은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가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국민들은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노동 편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 :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는 '인권과 노동 교육'에 대한 언급이 있던데?

하 : 곽노현 교육감이 시행하려고 했던 정책들만 반영돼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곽 교육감은 특성화고에서부터 노동인권교육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수언론은 "곽노현 본색을 드러내다"라며 곽 교육감을 강하게 비판했다.(웃음) 안타깝게도 지금 제시되고 있는 노동·교육 정책들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최소한의 노력에 불과하다. 더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 : 노동 교육과 관련해, 대학 사회의 보수화 또는 우경화도 문제 아닌가?

하 : 노동자의 권리가 향상되는 것이 사회에 유익하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지적 인프라'가 너무나 취약하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노동 공약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인적 자원과 바탕이 부실한 건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나?

과거 노동부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 미국 대학교수가 전문가로 초빙돼 왔다. 그는 철저한 시장주의 학자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런 그도 '귀족노조'라는 용어를 무척이나 신기해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라며, 그런 왜곡된 사고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NBA나 MLB 등 미국 인기 스포츠도 선수 노조가 다 있다. 이들은 수백만 달러를 받는 고연봉자들이다. (참고 : 2011-2012 시즌 NBA 선수 노조는 수익 분배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고 12월 25일에서야 시즌이 개막했다.) 놀라운 건 미국 사회가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파업하는 선수들을 비난하는 국민 정서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그 학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무노조경영'을 회사의 철학이라고 부끄럼없이 말하는데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사례가 우리의 왜곡된 노동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 : 대선이 보수 진보 총집결 구도로 재편됐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국 사회가 달라질까?

하 : 문재인 후보 측에서 참여정부 시절의 노동정책, 이를 테면 '비정규직법'에 대해서 뼈저리게 잘못했다고 사과한 적이 있는가? 내가 볼 때는 그렇지 않다. 아직도 자기들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하종강 학장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민주 정부에서도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꾸준히 있었다고 말했다. -하종강 트위터
위의 사진이 광주 때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호텔 롯데 파업 당시(2000년)의 사진이다. 문 후보가 당선되면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 사진과 같은 노동 운동 탄압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자 후보가 필요하다.

미 : 자연스럽게 노동자 후보 이야기를 하게 됐다. 김소연와 김순자 후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김소연 후보는 △정리해고제도 폐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간제법 폐지 △간접고용제도 폐지 △모든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 등을 대표적 노동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순자 후보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철폐 △불안정 노동 폐지 △노동권의 완전한 보장 △시급 1만원으로 최저임금 인상 △기본소득 도입과 연동된 노동시간 단축 등을 앞세운다.)

하 : 두 후보의 공약에 큰 차이는 없다. 그보다 두 후보가 따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진보정당 내부 사정이 안타깝다. 내용상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소연 후보에 대한 평가 중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무리없이 시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예술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배가 고파야 예술'이라고 하지만, <해리포터>로 유명한 작가 조엔 롤링도 무명시절에는 작가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통해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한 제도가 없었다면 <해리포터>는 빛을 볼 수 없었을 거다. 김순자 후보의 안식년제 도입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이미 교사들에게 '연구년제'를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각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도 프랑스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노동자의 도둑놈심보'로 일축되지만 선진국에서는 임금상승과 함께 제도가 잘 녹아들어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사회는 진보해온 것이다.

미 : 다음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노동 문제 한 가지만 꼽는다면.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이다. 그들의 삶은 너무 고통스럽다. 비정규직 고용계약은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회사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기회를 차단하는 제도다. 한국의 인사노무관리가 이 제도에 너무 길들여졌다. 화장실에 한 번 가지 못하면서 일하는데도 말도 못하고, 성희롱 당해도 침묵해야만 한다. 기업은 2년마다 사람을 갈아치우는 '말도 안 되는 법'에 길들여진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비정규직은 사회 전체적으로 해롭기 때문에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김도연
미 : 언론 노동자들도 지난 봄부터 사상 초유의 연대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다른 노동자에 대한 연대의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다.

하 : 비판 동의한다. 언론노동자의 파업은 권력의 나팔수가 되길 거부하는 정의로운 파업이다. 하지만 언론 노동자들은 인터뷰할 때마다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그 결과 국민들은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부도덕하다고 인식이 더욱 견고해졌다. 이에 대해 항의한 적이 있다. 이근행 PD는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하는 노동자의 행위는 결코 부도덕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한다고 해도 정당한 파업이다. 그래도 'MBC'와 '쌍용차' 같은 장기 투쟁 사업장이 생기다보니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서로를 찾아가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미흡한 편이다. 언론 노동자들도 제조업체 노동자의 파업이나 격렬한 투쟁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언론인들도 '노동'을 잘 모르고 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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