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와 어머니 최은순 씨의 실명이 수십차례 적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두 사람의 계좌가 동원됐다고 판결하면서 검찰 부실 수사와 함께 '김건희 특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주요 보수언론에서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정조준하는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검건희 특검'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정의당, 반대 입장을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부각하는 기사와 사설이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13일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에는 김건희 씨 실명은 37차례 적시됐다. 재판부는 김건희 씨 모녀의 계좌가 1·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에 모두 사용됐다고 판시했다. 1차 작전 시기와 2차 작전 시기가 갈리는 기점은 주가조작 '선수'가 교체된 2010년 10월 20일이다. 재판부는 1차에 이어 2차 작전 시기에도 연속적으로 쓰인 계좌는 김건희 씨 모녀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김건희 씨가 '선수' 이모씨에게 계좌를 맡긴 사실은 있지만 2010년 5월 이후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건희 씨가 단순 '전주'인지 주가조작 '공범'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는 이유다. 

14일 조선일보는 '김건희' 관련 기사로 <박홍근 "문제는 대통령… 눈 떠보니 후진국" 尹 39차례 거론하며 직격>, <정의당, "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영장심사 받아라>, <법사위 캐스팅보터 시대전환 조정훈도 "김건희 특검에 반대">, <尹부부·한동훈 얼굴 붙여놓고 초등학생들에게 “활 쏘세요!”> 등을 내놓았다.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사건은 특검 필요성을 강조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로 갈음하고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견을 부각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꼼수'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며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발언을 비중있게 전했다. 김창인 대표는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자며 안달이 났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급하긴 급했나 보다"라며 "자기 편일 때는 방탄이고, 다른 편일 때는 탈탈 털어 끝장을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은 정국 자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사안이고, 국민에게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법사위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정의당에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정의당을 공격하고 나섰고, '촛불행동'이라는 단체가 탁자 위에 윤 대통령, 김건희 씨, 한동훈 법무부 장관 얼굴 사진이 붙은 인형을 올려놓고 장난감 활을 쏴 온라인에서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박홍근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정의당 홀로서기… "김건희 특검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이 우선">, <대통령실, 민주당에 "추미애·박범계 탈탈 털고도 김건희 기소 못했다">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발언 등을 전하며 "한때 ‘민주당 2중대’로 불리던 정의당이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이유는 홀로서기 노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정의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정미 당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재창당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재창당 작업에 돌입했다"며 "재창당의 초점은 ‘민주당 2중대’ 탈피"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서 조 의원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박홍근 "김건희 특검 반드시 관철하겠다">, <정의당 "이재명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 지켜야">등의 기사를 냈다. 서울신문은 <박홍근 "김건희 여사 의혹, 국민 특검 관철">, <민주 ‘쌍특검’·정의 ‘50억 클럽’… 특검 우선순위 신경전>, <국민의힘 “명분 없는 ‘김건희 특검’… 웃음만 나와”>, <[사설] 대통령 부부 인형에 활쏘기, 이게 시민단체인가> 등의 기사와 사설을 썼다. 

세계일보는 사설 <"이재명 체포동의안 찬성" 소신행보 보인 정의당>에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관철의지를 보인 ‘김건희 특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또다시 소신행보를 보인 것"이라며 "소수 야당의 소신행보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치켜세웠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이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방탄용’ ‘맞불용’으로 밀어붙이는 게 분명한 이상 거기에 장단을 맞추지 않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의당이 모처럼 소신행보를 보이면서 온라인선상에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른다. 정의당이 '재창당'의 각오로 합리적인 목소리를 계속 낸다면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고 존재감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썼다. 

반면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칼럼 <왜 이렇게들 떳떳한가>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민주당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녀 스펙 부정, '50억 클럽'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검찰의 김건희 씨 부실조사 등을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염치의 상실', '검찰권 행사의 자의성'이라는 악습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논설위원은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시점에 김건희 여사 조사 한번 없었던 건 변명거리도 없다"며 "지금의 검찰은 철저히 살아있는 권력 눈치를 보고 선택적으로 수사하며 사회적 약자에게만 법치를 강요하는 듯하다. 검찰이 정치적이지 않은 적은 없으나, 지금처럼 '공정한 척'조차 하지 않기는 드물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조 전 장관은 사회적 책임이 큰 일원으로서 사모펀드 무죄를 내세우기 전에 사과부터 하라. 김 여사는 윤 정권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검찰 조사를 자청하라. 검찰은 직업적 양심과 자존심이 남아있다면 김 여사와 곽 전 의원 혐의 규명에 사활을 걸라"며 "권력이 떳떳함을 주장하려면 이쯤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김건희 수사’ 필요성 입증한 도이치모터스 판결문>에서 1심 재판부가 '실패한 주가조작도 위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1심 선고 직후 '실패한 주가조작'을 이유로 민주당의 주장은 깨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성공했든 실패했든 주가조작 시도 자체가 위법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2021년 12월 권오수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있다. 단순한 전주(錢主)인지, 불법행위의 공범인지 신속히 조사해서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며 "제1야당 대표는 몇번씩 검찰로 부르면서 대통령 부인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할 텐가. 검찰이 수사를 회피하면 할수록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 주장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 <법원 ‘김건희 계좌’ 명시, 검찰 뭉개면 특검 요구 커질 것>에서 "김 여사가 이들 거래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매도 주문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또 법원은 '(공소시효가 끝난)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들은 김 여사가 단순 ‘전주’가 아니라 주가조작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들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판결이 나온 뒤에도 검찰은 이렇다 할 수사 의지를 비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수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 수사를 계속 뭉갠다면 특검 요구는 더 높아지리라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겨레는 "법원이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는 ‘1단계 주가조작 시기에 계좌를 맡겼다가 이후 절연했다’는 윤 대통령의 그간 설명과도 어긋난다"며 "윤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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