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외국 언론사에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표현할 때 '독재자'(dictator)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난 10월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33주기 추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의 육성을 듣고 있다. ⓒ뉴스1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12일자 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참모들은 박 후보를 아버지와 연관짓는 데 대해 민감하다고 말한다. 올 들어 그들은 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리켜 '독재자'로 부르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공지(memo)를 각 언론사에 보낸 바 있다"고 보도했다.

16일 문재인 후보 캠프의 황대원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이 지난 7일 국내언론을 향해 '신보도지침'을 내리고 이것도 부족해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지침을 내린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민주주의 해태(懈怠)와 이해 부족은 국제적 비난마저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캠프 측은 새누리당이 미국 타임지 보도에서 박근혜 후보를 'The Strongman's Daughter'(독재자의 딸)라고 표현한 것을 '실력자의 딸'로 번역한 보도자료를 내어 논란을 자초했던 것을 거론하며 "새누리당이 타임지 번역 보도자료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해외언론에 보도지침을 내리는 무리수를 두었다"며 "새누리당이 보도지침을 내리면 국내언론에서는 통할 줄 모르나 해외 언론까지 통할 것이라고 믿었으면 큰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가 아무리 유신 시대의 과거 인식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외국마저 여전히 나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즉각 신보도지침을 철회하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7일 한겨레는 "박 후보 쪽의 이런 요청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신 언론사 기자가 "올해 초 사진 설명에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새누리당 쪽에서)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박 후보 캠프의 마거릿 프랜시스키 외신 담당 대변인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주말이고 가족 행사가 있어 통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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