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MBC <무한도전>은 달력배달 사상 처음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해외로 나가 교민, 유학생들에게 직접 달력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방영하여 눈길을 끌었다.

11월 30일 결혼을 하고, 신부 별과 함께 베트남으로 신혼 여행을 떠난 하하도 달력배달 동참에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하하는 별과 함께 신혼여행 마지막 일정을 민낯으로 베트남 교민들에게 달력을 전달했고, 정형돈은 러시아 모스크바, 그리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히트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여 화제가 된 노홍철은 미국 뉴욕으로 달력 배달을 떠났다.

워낙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미국 등지에서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중 엘리베이터 가이 노홍철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관심도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런 말이 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강남스타일' 속 노홍철을 두고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를 닮은 것 같다는 해외 네티즌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어찌되었던 싸이 덕분에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알린 노홍철로서는, 뉴요커들도 나를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설어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노홍철에게는 큰 변수가 있었다. 일단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장면 그대로 모습이 아니다. 그 당시 노홍철은 그의 과거 트레이드 마크였던 노랑색으로 물들여있었는데, 현재 노홍철의 머리는 그야말로 '펑키' 한 색이다. 게다가 그는 카우보이 모자가 아닌 젖소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제 아무리 '강남스타일'을 인상 깊게 본 뉴요커라고 해도, 우리 한국인들처럼 몇 년 동안 노홍철이란 연예인이 친숙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가 '엘리베이터 가이'임을 알아보기에는 어렵다.

다행히, 몇몇 뉴요커들은 단숨에 노홍철이 '엘리베이터 가이'임을 알아보고 친근한 인사를 건냈다. 그러나 노홍철이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땅을 밟은 이유는, 노홍철이 미국 내에서 얼마나 유명한 지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 뉴욕 교민들에게 달력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노홍철은 사력을 다해 교민들에게 달력을 전달하였고, 먼 타지에서 가족, 친구들과 외롭게 지내는 그들을 재미있게 위로했다.

그 뒤 노홍철은 이왕 미국에 온 김에, 현재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 중에 있는 싸이에게 안부 차 전화를 건다. 최근 백악관 공연까지 다녀온 것으로 알려진 싸이는 확실히 '국제가수'로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멀리서 온 친한 동생과 작년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로 인연을 맺은 <무한도전> 시청자들을 위해서 바쁜 틈을 타 흔쾌히 촬영에 응한다. 그것도, 미국 내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알려진 헬기를 타고 노홍철과 <무한도전> 앞에 짜잔 나타났다.

'강남스타일'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그동안 보고도 믿지 못할 풍경들을 뉴스를 통해 여러 번 접했기에, 미국 내에서 싸이의 성공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싸이를 애타게 찾는 만큼, 그가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헬기에서 내린 싸이의 한 마디는 다소 의외였다.

"홍철아...이런 일 흔치 않아...."

현재 '국제가수'로서 본인은 물론 코리아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싸이는 여전히 자신의 인기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기다린 홍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굉장히 수줍은 표정으로..."형...출세...했어..."라고 부끄러워 할 정도니...이 사람 얼마 전 마돈나와 함께 화끈한 공연을 하던 우리가 알던 그 싸이 맞나 싶다.

그가 타고 온 헬기를 두고도 싸이는 매일 헬기를 타고 이동할 정도는 아니라고, 이번 일은 아는 분이 싸이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보답차 해줬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한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노홍철의 질문에 싸이는,," 미국인들의 반응은 랜덤" 이라고 아주 솔직히 대답한다.

백악관에서 공연할 정도니, 우리 시청자들은 현재 해외에서 펼쳐지는 싸이의 돌풍이 '언플'이 아닌 '눈에 보이는 믿기지 않을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가 헬기를 타고 다니던, 싸이 개인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전혀 놀라거나 시기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시청자들은 싸이가 정말로 미국에서 잘 나가는 것을 보니 마치 내가 잘 된 것처럼 흐뭇하고 행복할 뿐인다. 솔직히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빅 히트를 기록하기 이전 그 누가 유독 동양인들에게 콧대 높은 미국에서 한국 가수가 이리도 잘 될 줄 상상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싸이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인기에 수줍어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전세계를 열광시키는 '국제 가수'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겸손하기까지 하다. 방송에서 좋게 보이기 위해 취하는 '가식적인 모션'이 아니다. 평소에도 사람 좋기로 유명한 싸이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함이 묻어나는 진솔한 고백이었다.

과연 뉴욕 한 복판에서 싸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무한도전>의 약간 짓궂은 테스트에, 싸이는 미국 진출 이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의외로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도 많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약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막상 <무한도전> 카메라와 노홍철을 대동하고 그 찬란한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서니, 너도나도 싸이를 알아보고 함께 말춤을 추며 흥겨워한다. 정작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엘리베이터 가이로 출연한 노홍철은 그가 그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싸이를 위한 사진사로 전락(?)했지만, 노홍철 또한 정말로 자신의 눈 앞에 똑똑이 펼쳐지는 '싸이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한다.

노홍철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미국에서 잘나가는 '싸이 형'을 보니 평소 그를 가까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글쓴이 같은 사람도 뿌듯하게 한다.

몇몇 보수 언론의 주장대로 싸이의 성공이 곧 국가 인지도 상승으로 올라가거나, 그의 성공으로 나에게 조그마한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나를 즐겁게 해준 뮤지션의 진가를 해외팬들도 알아봐주니 기쁘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자신의 엄청난 성공에 과장하여 자랑할 법도 한데, 오히려 쑥쓰러워하며 "나...출.세.했.어.."라고 수줍게 말하는 겸손함까지. 역시 싸이는 이미 전세계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국제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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