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출범 초기 성적표는 초라하다"
"방통위 출발이 너무 지체돼 모든 게 혼란에 빠졌다"

3일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전자신문과 디지털타임스 등은 방송통신분야 정책을 점검하면서 초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조직혼선·갈등과 설익은 정책을 심각한 문제로 지목했다.

디지털타임스는 3일자 신문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등장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조직융합'을 강조하면서 방통위가 앞으로 규제완화와 경쟁활성화 등 새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타임스는 이날 '방통위, 조직융합 최우선 과제' 기사에서 "방통위 출범 초기 성적표는 초라하다"며 "방통위는 조직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흩어진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디지털타임스 6월 3일자 3면
디지털타임스는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 인준이 늦어지면서 잡음에 휘둘렸던 방통위는 실국장 인사와 전체 조직을 구성하는데도 두달 이상의 시간을 끌었다"며 "이 때문에 방통융합 시장 창출, 조직융합을 전면에 내세웠던 방통위의 초기 정책기조는 크게 위축됐고 내부에서 방통위의 미래 비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돌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는 이달 중순 예정인 청와대 업무보고를 기점으로 정체성을 찾고 산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방통위는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한 규제완화, 경쟁활성화 정책을 모토로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청와대 업무보고 내용은 방통위가 융합기구로 처음 출범하고서 처음으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자신문은 3일 '방통위 만만디…설익은 정책 혼선만' 기사에서 "방통위원회 출발이 너무 지체돼 모든 게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옛 방송위와 정통부를 통합했으되 무슨 일이 어느 기관으로 가고, 어떤 일이 남아 있는지, 어디까지가 할 일인지 혼선을 빚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 2월 29일 방통위가 출범했으나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인선이 늦어지고 옛 방통위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일들이 늦어진 것도 이유로 들었다.

▲ 전자신문 6월 3일자 5면
전자신문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가뿐히 넘어서지 못한데다 △방통위 회의 비공개 원칙 공방 △국무회의 출석 시비 △한국방송공사 사장 퇴진압력 행사 의혹 등으로 논란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바람에 일선 실무자들까지 흔들렸다"며 "위원장 정책보좌관 인선 여부를 둘러싼 후문을 감안하면 방통위는 아직 미완성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은 또한 우정사업본부가 지식경제부로 넘어가면서 전파 관련 전국 허가·관리 업무에 구멍이 났고 IT 산업진흥기능이 애매하게 분리돼 중앙행정기관들의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된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섣부른 정책 발표의 사례로 대통령직 인수위의 야심작이었던 '가계통신비 20% 절감 공약'을 꼽았다. "시장 혼란만 야기한 채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는 비판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IPTV도 △콘텐츠 동등 접근권 해석 공방 △필수설비제공 기준 △회계분리기준 등으로 설왕설래만 무성할 뿐 아직 실체가 모호하다"고 우려했다.

전자신문과 디지털타임스가 지적한 내용만으로도 출범 석달을 맞은 초대 방통위의 현실은 초라하다 못해 비관적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정책을 다뤄야 할 방통위가 내부의 조직 융합마저 이뤄내지 못하면서 각종 업무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그렇지만 '미완성 방통위'가 '완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미래 비전이 모두 규제완화로만 귀결되는 것일까?

현재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대기업 종합편성 PP 허용기준 완화, KBS 2TV와 MBC 민영화, 국가기간방송법 등 첨예한 사안에 있어 방통위가 얼마나 제대로 무게 중심을 잡고 정책들을 조율해 나갈 것인지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규제완화를 통한 미디어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기조로 밝힌 상태에서 '사업자' 위주의 정책이 집중적으로 펼쳐질 경우 공공성과 공익성 후퇴는 불보듯 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IT 관련 신문들은 언제나 일관되게 업계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할 뿐, 정작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방통위가 규제완화와 경쟁활성화 정책을 힘있게 펼쳐야한다는 주문만이 늘 한결같은 결론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사회적 공익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동안 보여준 그의 행보는 이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KBS 정연주 사장 퇴진을 둘러싼 이사회 개입 논란도 그렇고 IPTV법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졸속 추진도 언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데 언론마저 이에 대한 비판을 소홀히 하고 기업들의 규제완화에만 몰두한다면 방송통신의 정치적 독립성, 공익적 콘텐츠 활성화, 이용자 주권 보호 같은 이슈들의 사회적 공론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시청자·이용자의 권리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없겠냐는 '과도한' 주문은 하지 않겠다. '미디어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공공성·수용자 권리'의 두 축을 균형있게 다루지 않으면 언론 보도 역시 '미완성'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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