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엔터테이너를 뽑으라고 한다면 남자에 임창정, 여자에 엄정화를 뽑는다. 이들은 최고의 배우이자 최고의 가수이며, 동시에 예능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한 바 있다. 예능에 있어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정으로 활약했던 임창정이 조금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쨌든 이 둘이 대한민국 엔터테이너의 최고 정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이들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 참으로 궁금했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종합 엔터테이너의 차기 왕좌를 거머쥘 사람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근처에 갔으나 연기 쪽에서 안타깝게 실패를 하는 바람에 최고 엔터테이너가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마침내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이너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이승기다. 물론 이승기는 이전부터 황제라는 표현을 듣는 최고의 연예인이었다. 그러나 예능, 드라마에서의 임팩트와는 다르게 그는 '음악'쪽에서는 존재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승기의 드라마는 말 안 해도 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찬란한 유산은 시청률 4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넘겼다. 이승기의 예능도 마찬가지다. 국민 예능 1박2일의 활황기를 이승기는 함께했다. 당연히 예능인으로서의 이승기도 최고였다. 강심장에서 진행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으니 그가 최고의 예능인이었다는 것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음악이었다. 이승기의 음악은 꽤 사랑을 많이 받았고, 1위도 수차례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승기하면 여전히 '누난 내 여자니까'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결혼해 줄래'라는 빅히트곡이 있었음에도 그렇다. 이승기가 분명 가수로서도 확실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나 예능인 이승기에 비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이승기의 이번 앨범 '숲'은 가수 이승기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해줬다. 전반기 버스커 버스커, 후반기 이하이로 양분될 것으로 보였던 2012년의 가요계는 '전반기 버스커 버스커, 빅뱅, 후반기 이하이, 이승기'로 좀 더 폭넓게 살펴볼 여지가 생겼다. 이승기의 존재감이 크게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그의 장기집권은 가수 이승기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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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어떤 연예인도 이 모든 것을 이승기만큼 하지는 못했다. 임창정, 엄정화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는 확실히 최고의 엔터테이너이며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의 확실한 황제이다. 그의 진가가 더욱 무겁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시간이 지난 후에 이승기라는 인물이 대한민국 연예사에서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지게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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