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지부장 고일환, 이하 연합뉴스 노조)가 사상 최초로 정치부장 불신임 투표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절차는 이명조 연합뉴스 정치부장이 사퇴 거부의사를 밝힌데 대한 후속조치다. 실제 노조가 사측에 불신임 건의를 하게 되면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노조가 이명조 연합뉴스 정치부장 사퇴를 요구하게 된 지난 7일 기사 화면 캡쳐. 이 기사는 'The strongman's daughter'를 실력자의 딸로 번역해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정치부장 불신임 건의 발의를 위한 서명에 돌입했으며 14일 오후 6시까지 편집국 기자 조합원 과반의 서명을 받으면 불신임 건의 투표에 들어가게 된다. 정치부장 불신임 건의 투표에 돌입해 편집국 기자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게 되면 노조는 사측에 정치부장 인사 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 강훈상 연합뉴스 노조 사무국장은 "인사 조치를 건의하면 사측은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받아들여야한다"면서도 "사측의 결정 여부보다 (정치부장 불신임)총의를 모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노조가 정치부장 사퇴 요구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7일 '박근혜, 美 타임誌 최신호 표지모델 등장'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는 'The strongman's daughter'를 '실력자의 딸'이라고 번역했으며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배포한 자료를 그대로 받아썼다. 이로 인해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며 연합뉴스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노사는 대선 3개월 전부터 매주 열리는 '대선보도점검회의'에서 여러 차례 불공정 보도에 대한 논의를 해 왔다. 이를 계기로 타 언론사에 비해 개선이 많이 됐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7일 기사로 그 동안 쌓였던 불공정 보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노조 공정보도위원회(이하 공보위)는 더 이상의 불공정 보도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0일 이명조 정치부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보위는 "새누리당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을 받아썼다"면서 "이후 연합뉴스엔 독자의 항의가 빗발쳤고 인터넷 공간에서 '연합찌라시'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게 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명조 정치부장은 사퇴의사가 없고 오히려 노조가 편향적이라는 글을 다음날(11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이명조 정치부장은 "'새누리당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을 받아썼다'는 공보위 비판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왜곡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 정치부장은 "노조 공보위가 정치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새누리당 관련 기사 내용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 볼 때 정치공세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연합 찌라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연합뉴스 노조는 올해 초 파업을 벌였다. 이의 성과로 대선 3개월 전부터 매주 노사가 함께하는 대선보도 점검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타임지는 strongman의 해석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자 인터넷 판에서 strongman을 독재자, 독재자 같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dictator'로 바꿔 의미를 명확히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