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요계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저물어가는 아이돌 시대, 시작되는 실력파와 솔로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특히 7월부터 시작된 “싸이 열풍”은 아이돌 대세를 잠재우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작년 <나는 가수다>에서부터 이어진 듣는 음악 열풍은 퍼포먼스에 의존한 보는 음악을 서서히 밀어내며 음원차트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들이 나오는 예능은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으며 드라마 역시 같은 현상을 보여주었죠.

특히 올해는 유난히 걸그룹들이 험한 한 해를 보냈지요. 1위 후보로 오르던 걸그룹들이 하나둘씩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 그룹은 거의 풍비박산이 되었고, 또 한 그룹은 리더의 탈퇴로 전혀 힘을 되찾지 못했고, 다른 한 그룹은 멤버가 결혼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가요계를 지배하던 걸그룹은 하나 둘 뒤로 물러나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럼 그 많고 많던 걸그룹 가운데 살아남을 걸그룹이 얼마나 될까요?

1) 소녀시대

물론 2012년 소녀시대는 네임벨류에 한참 못 미치는 활동을 보여준 게 사실입니다. 2012년에 소녀시대는 유닛인 “태티서”와 멤버들의 개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활동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곧 컴백한다고는 하지만 2012년은 소녀시대에게 동면기였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녀시대가 살아남는다니 조금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망해도 3년 간다"는 부잣집입니다. 현재 음반시장에서는 소녀시대를 따라갈 그룹은 없습니다. 걸그룹만이 아니라 보이그룹도 소녀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팬덤이 소녀시대의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지요.

기본 팬덤이 크고 강하기에 약간의 대중성만 잡아도 소녀시대는 2009 – 2010년처럼은 아니어도 명목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소녀시대가 그렇다고 해서 아예 대중성이 없었던 그룹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소녀시대는 팬덤의 지지 그리고 약간의 대중의 지지만 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태티서의 선전은 그런 소녀시대의 괴력을 잘 보여준 예입니다. 음원은 중간 이상만 쳐주면서 음반으로만 승부해도 소녀시대는 밀리지 않을 건재한 그룹입니다. 거기다 소속사 SM의 지원도 빵빵하죠.

소녀시대는 내부적으로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아이돌 시장이 막을 내린다하더라도 가장 팬덤 많은 걸그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씨스타

활발한 활동이 없었던 걸그룹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며 2012년의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되어버린 건 바로 씨스타입니다. 씨스타는 주로 두 가지 무대로 승부를 걸어왔습니다. 하나는 음원이고 하나는 퍼포먼스입니다.

씨스타는 팬덤이 아주 강한 (숫자에서) 그룹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씨스타는 음원싸움에서 굉장히 강한 그룹입니다. 씨스타의 노래는 중독성이 있고 음원점수가 좋기에 그다지 크지 않은 팬덤을 가지고 꾸준히 승부했죠.

동시에 씨스타는 라이브가 가장 좋은 걸그룹 중 하나입니다. 메인 보컬인 효린은 사실상 걸그룹 최고의 퍼포먼스와 가창력을 자랑하며, 서브라고 볼 수 있는 소유마저도 웬만한 걸그룹에 가면 메인보컬을 맡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아이돌들이 살아남는다면 씨스타는 1순위에 포함됩니다. 또한 확실한 자기 콘셉트가 있고 그것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아이돌이지만 완벽하게 자신의 무대를 소화해낼 수 있는 그룹인 씨스타는 실력파 걸그룹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브라운 아이드 걸스

브아걸이 살아남을 이유는 간단합니다. 걸그룹 최고의 무대를 가진 그룹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원래 했던 대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즉 브아걸의 최장점인 팔색조의 매력입니다.

이미 브아걸은 발라드 시대 때 “얼굴 없는 가수”로 음원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실력이나 음악적인 면으로는 동시대 걸그룹보다 훨씬 앞서갔습니다. 하지만 텔미로 인해 시장이 바뀌자 쉽게 다른 콘셉트로 바꾼 것이지요.

이런 시장의 변화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고 적응이 뛰어난 면모를 보여 왔기에 시장이 다시 바뀐다 해도 브아걸은 충분히 잘 해나갈 수 있는 내공과 경험을 갖췄습니다.

브아걸의 가창력은 현존하는 걸그룹 사이에서 최고의 수준입니다. 멤버 개개인이 다 솔로가 가능하고 브아걸 무대를 보면 왜 브아걸을 실력파 걸그룹이라고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듣는 음악, 노래 잘하는 실력파만 살아남는 시장이라면 걸그룹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그룹이 바로 브아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가창력을 앞세운 브아걸은 충분히 살아남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4) 다비치

다비치는 정통 발라드를 고수해온 편입니다. 대부분의 다비치 곡은 발라드에서 벗어나지 않았지요. 브아걸이 “아브라카다브라”, “식스센스” 등으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동안 다비치만은 바뀌지 않고 꾸준히 발라드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다비치의 음악은 꾸준히 음원차트에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작 자체가 “퍼포먼스” 에 의존하는 그룹이 아니고 가창력에 의존하는 그룹이었기에 그저 지금 하는 대로 계속하면 될 것입니다.

다비치는 아이돌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네요. 오히려 다비치는 수많은 아이돌 사이에서 자신들의 콘셉트를 바꾸지 않고도 살아남았으니, 상황이 달라져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네 그룹은 확실한 팬덤 내지 실력,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룹들은 상황이 바뀌게 될 때 자연스레 도태될 것입니다.

1세대 아이돌 시대가 무너진 2000년도 초반 솔로와 발라드 시대에 살아남은 아이돌은 팬덤이 강하거나 실력이 뛰어난 아이돌들이었습니다. 신화도 강력한 팬덤이 있었고, god도 강력한 팬덤에 더불어 원조 아이돌 최고의 보컬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우가 버텨주고 있었습니다. 동방신기도 팬덤은 물론이고 동시대 아이돌 가운데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구요.

아마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강력한 팬덤이 있든, 출중한 실력이 있든, 그렇지 않으면 힘들겠지요. 상대적으로 팬덤이 약한 걸그룹이 보이그룹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더 약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2세대 아이돌 시대의 끝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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