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코너 [현장 36.5(☞다시보기)]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받고 있다. 영상기자들이 기획부터 취재‧편집 등 제작 과정을 전담해 진행하는 [현장 36.5]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사회적 의미가 있는 아이템을 인터뷰와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현장 36.5]를 담당하는 박지민 뉴스영상 2부장과 이지호 영상기자를 만나 [현장 36.5] 코너의 취지와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MBC 뉴스데스크 [현장 36.5]
MBC 뉴스데스크 [현장 36.5]

[현장 36.5]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지호 영상기자(이하 이): “시청자 반응이 일반 뉴스와 다른 것 같아요. 저희가 다루는 아이템이나 구성 방식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일반 뉴스에 각자의 견해를 쓴 댓글이 많다면, [현장 36.5]에는 오롯이 그 아이템에 관련된 의견이나 응원 댓글들이 많아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방식의 뉴스라 더 집중해서 시청하시는 것 같고, 본인들이 평소 못 봤던 부분을 보게 돼서 좋다고 해 주시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박지민 뉴스영상2부장(이하 박): “축구 국가대표 벤투 감독님은 작전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더라도 절대 신경 안 쓰고 본인의 길을 묵묵하게 간다고 하는데, 저는 부장으로서 신경 많이 씁니다. 이지호 기자가 말한 것처럼, [현장 36.5]에는 보통 뉴스처럼 비판이 아니라 응원해 주시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특히 많아요. ‘MBC 뉴스에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꼭지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묵묵히 기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달라’ 또 ‘몰랐던 내용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은 없나요?

박: “악플 다는 사람들이 있죠. 예를 들어, 저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일 때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광주광역시에 갔었어요. [현장 36.5]에 그분들을 굉장히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는데, 외국인 비하적인 발언이 악플로 달렸더라구요. 그러나 저희는 그런 부분 신경 별로 안 써요.”

[현장 36.5]가 어떤 코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 “지상파와 종편 포함한 방송사 중 아마 유일하게 ‘영상기자들’이 직접 기획, 촬영, 구성, 기사까지 작성하고 또 최종적으로 영상 편집까지 하는 뉴스입니다.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되는 고정 코너고요. 형식적으로는 소위 피처스토리(Feature story) 뉴스라고 할 수 있어요. (직접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주변 시민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거기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뉴스죠. 해외 방송사들 경우에는 이런 포맷의 뉴스를 주말 뉴스에 많이 활용한다고 해요.

양식적 특징은 내레이션(기사)을 최소화하고, 현장음과 인터뷰 위주로 아이템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이 다소 능동적으로 뉴스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현장 36.5] 제작하면서 시청자들이 내용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박지민 MBC 뉴스영상 2부장
박지민 MBC 뉴스영상 2부장

인터뷰도 있던데 영상기자가 직접 인터뷰를 하나요?

이: “처음 아이템 발제나 기획 단계부터 어떤 인터뷰이들에게 어떤 내용을 묻고, 어떤 방식으로 취재할지를 다 구성해놓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하거나 여러 대를 설치해놓고 질문하는 식으로 직접 다 진행합니다.”

영상기자들은 인터뷰할 기회가 별로 없을 텐데요.

박: “방송사 뉴스 제작에선 역할이 나뉘어 있어요. 취재기자들은 사실 굉장히 바쁘죠. 아시다시피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 다 봐야 하고 기사도 써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 영상기자랑 같이 못 갈 때도 많아요. 그럼, 영상기자가 대표로 가서 인터뷰를 해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취재기자들이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를 따주세요’라고 가이드라인을 주지요. 하지만 [현장 36.5]처럼 영상기자들이 직접 인터뷰를 주도하는 경우는 없죠.

재미있는 말씀 드리면, 영상기자들이 취재기자들과 같이 나가서 인터뷰할 때는 “왜 이렇게 인터뷰를 오랫동안 해, 뉴스에 나갈 것만 짧게 물어봐서 빨리하고 가자”라고 재촉하는데, 우리 후배들이 인터뷰해온 내용 보니까 한 시간씩 하는 거예요. 입장이 바뀌니 자기 아이템에 대한 애착이 올라가고, 시간도 따라서 길어지고 인터뷰 양도 방대해지더라는 거죠.”

[현장 36.5] 코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박: “지금 MBC강원영동 사장으로 가 있는, (2017년 파업 후) 첫 보도국장 하셨던 한정우 선배와 당시 뉴스영상 2부장 하셨던 양동암 선배가 처음 이야기했어요. 한정우 선배가 ‘파업 끝났고 영상기자 조직도 다시 생겼으니 영상 뉴스를 만들어봐’라고 했는데, 양동암 선배가 예전처럼 ‘데스크 영상’ 하려면 안 하겠다고 했죠. ‘데스크 영상’은 사실 완성도 부분에서 취약하고, 영상기자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포맷이었어요. 그래서 양동암 선배가 새로운 포맷으로 한번 해보겠다고 하니까 한정우 선배가 하라고 했죠. 그래서 시작한 게 [현장 36.5]에요.”

이지호 MBC 영상기자
이지호 MBC 영상기자

이 기자님은 이런 포맷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이: “사실 아이템 발제부터 완제 편집까지 한다는 건 기회거든요. 영상기자로서 하고 싶은 얘기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기도 하죠. 근데 동시에 부담감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직접 인터뷰 다 해야 하고, 편집도 이게 영상으로 전달해야 하니 일반 리포트보다 공들여서 해야 하고요. 아이템도 주기적으로 계속 찾아야 해서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루고 선배들 뒤에서 2진으로 참여만 할 수는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입사 때부터 [현장 36.5]는 영상기자들에게 ‘로망’ 같은 코너였어요. 영상기자들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저 역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들지 않아요?

이: “힘들어요(웃음). 일반 취재기자와 같이 나가서 하는 일반 리포트 제작할 때와 비교해서 공력이 몇 배 더 드는 것 같아요. 가서도 훨씬 더 치밀하게 생각해야 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죠. 편집 과정까지 생각하면서 영상 취재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부담스럽긴 한데 그만큼 보람이 있어요. 자아실현 면에서도 뿌듯한 제작 과정입니다.”

[현장 36.5]란 제목의 의미는 뭔가요?

박: “현장하고 36.5가 합쳐진 말이죠. 현장은 ‘진짜 우리가 간다’ 혹은 ‘현장이 진짜 뉴스다’라는 걸 의미해요. 36.5는 체온이잖아요. 사람을 상징하는 거죠. 사실 TV뉴스는 영상과 같이 나가죠. 영상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진짜’잖아요. 어떻게 보면 방송은 타 매체에 비해서 사실 개입하고 왜곡하는 부분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진짜 현장에 가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 삶의 현장을 보여드리고, 그걸 본 시청자분들에게 따뜻한 어떤 연대의식 같은 걸 느끼게 해드리자 하는 의미로 [현장 36.5]라고 한 거죠.”

아이템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이: “일단 사람에 대한 따뜻한 얘기가 뭐가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현장 36.5]는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운데 어떤 내용을 전달할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다른 뉴스에서는 못 들어본 얘기면 더 좋고요. 그런 걸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박: “저희가 착한 마음에 기반해서 살아가는 이웃이나,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묵묵하게 자기 일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을 찾으려고 하거든요. 그렇다고 ‘너희도 이렇게 착하게 살아’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점을 경계하고요. 그래도 조금 시의성이 있는, 시의적절한 아이템을 찾으려고 노력 많이 해요. 시청자들이 보시고 ‘이맘때 저런 걸 보여주니까 좋다’는 말씀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템을 잡으려고 합니다.”

1000원 밥상을 지키는 사람들/걱정마세요! 제가 듣잖아요‥'청각장애인 도우미견'/평화를 노래하는 음악인들/ MBC 뉴스데스크 [현장 36.5] 보도영상 갈무리
1000원 밥상을 지키는 사람들/걱정마세요! 제가 듣잖아요‥'청각장애인 도우미견'/평화를 노래하는 음악인들/ MBC 뉴스데스크 [현장 36.5] 보도영상 갈무리

전체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저희 팀원들이 있잖아요. 순번 돌아가면서 만드는데, 제 차례가 됐을 때 평소 생각해놨던 아이템이나 저희 작가분이 같이 생각하고 있던 아이템 여러 개를 리스트업 해요. 그중에서 시의성을 따져보고 제작 여건, 현실적인 제작 기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아이템을 선정하고 부장님과 같이 상의하죠.

저희가 선정한 아이템에 대해 부장님이 ‘이런 방향으로 하면 좋겠다’ 혹은 ‘이런 식으로 취재해보면 좋겠다’라고 조언해주시면 그걸 가지고 취재원들과 연락 취하고 취재 일정을 잡습니다. 토요일 뉴스 보도하는데 목요일쯤 취재하러 가면 시간이 촉박하잖아요. 그래서 전주 주말이라든지 월‧화‧수요일 중에 취재를 마친 후 원본 정리하고 영상 편집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뉴스까지 나가죠.”

이전 [현장 36.5]에는 내레이션이 없었는데, 포맷 바꾼 이유가 있을까요?

박: “제가 작년에 뉴스 영상 편집부장 하다가 [현장 36.5]를 제작하고 있는 뉴스영상 2팀장으로 오면서 바꿨어요. 래퍼 있잖아요? 래퍼가 말을 빨리 해도 알아듣는 건 전달력 때문이잖아요. 근데 우리가 기존에 하던 [현장 36.5] 형식이 전달력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럴까요?

박: “예를 들어서 ‘우리는 영상으로만 설명해야 해. 그림으로 인터뷰로 현장으로만 메시지를 전달해야지 완성도가 보장돼. 이게 영상 뉴스 최고의 지향점이야’라고 여기는 형식적인 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앵커 멘트나 기자의 내레이션 하나만 추가하면 시청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게 되고, 시간상으로도 5초 정도 언급해 주면 그다음 나올 영상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되거든요. 그런데 내레이션 없이 일일이 영상으로만 구성하면 솔직히 그런 부분에서는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내레이션이라는 게 직접적인 언급을 통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수단이고, 또 아이템 속 텐션을 유지하는 데도 굉장히 효과적이거든요.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때 내레이션 한 번 나오면 텐션이 올라가니 안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건데 그동안 안 썼던 거죠. 또 시청률도 고려 대상이에요. 보통 앵커 멘트 없이 음악이나 영상으로만 구성된 아이템이 나가면 시청률 그래프가 떨어져요. ‘영상 뉴스’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그날 전체 뉴스의 시청률을 하락시키는 건 민폐지요. 그래서 포맷을 바꾸자고 했고, 완성도 있는 또 하나의 방송으로 자리잡아 가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장 36.5] '12·12' 그날, 험난한 정의를 택하다 '김오랑' (2021.12.12./뉴스데스크/MBC)
[현장 36.5] '12·12' 그날, 험난한 정의를 택하다 '김오랑' (2021.12.12./뉴스데스크/MBC)

[현장 36.5] 시리즈 중 인상 깊은 편을 꼽으라면?

박: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포맷을 개선한 후에 첫 편으로 나갔던 <'12·12' 그날, 험난한 정의를 택하다 '김오랑'> 편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수준 높은 뉴스를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저로서는 굉장히 부담됐거든요. 내가 잘해보겠다고 승인받아 왔는데 ‘뭐 저거 하려고 했어’ 이런 평가가 나오면 안 되잖아요. 게다가 첫 편의 완성도에 따라 [현장 36.5]의 명운이 결정될 것 같아서 부담이 더 컸고요.

제가 5년 차 이하 후배들하고만 이 작업을 하겠다는 철칙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사실 차장급들하고 일하면 손 갈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후배들과 같이하는 거라 손 가는 곳도 좀 많았는데 첫 방송 나가고 한 200여 개의 또 응원댓글이 달렸어요. “김오랑 중령은 ‘참 애국자’ ‘참 군인의 표상’이다. 참된 군인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 등등 댓글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지면서 긴장이 풀렸어요.”

이: “제가 했던 것 중에 제일 애착 가는 건 자폐화가 이장우 씨 이야기를 전했던 편이에요. 제가 [현장 36.5]에서 지향하는 대로, 영상미도 있으면서 사람도 분명히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영상미의 밸런스가 꽤 잘 잡혀 있었던 리포트였다고 생각해요.”

[현장36.5] 멋진 화가의 꿈‥자폐 화가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세상 (2022.06.18/뉴스데스크/MBC)
[현장36.5] 멋진 화가의 꿈‥자폐 화가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세상 (2022.06.18/뉴스데스크/MBC)

앞으로 계획이 있을까요?

이: “거창한 계획이 있을까 싶어요.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장의 모습을 잘 전달하는 게 앞으로도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고요. 그런 따뜻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은 시청자분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장님에게 더 큰 그림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요(웃음).”

박: “큰 그림 전혀 없습니다. 제가 [현장 36.5] 시작할 때 5년 차 이하 영상기자들과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어요. 앞서 2017년 파업에 대해 잠깐 말씀드렸잖아요. 이지호 기자가 2018년에 들어왔지만, 그전까지 영상기자의 명맥이 한동안 끊겼어요.

사실 차장급 이상은 굉장히 훌륭한 역량을 갖춘 영상기자로 성장했는데, 후배들은 그런 영상 뉴스를 만듦으로써 완성된 방송인으로서 성장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5년 차 이하 후배들과 이 작업을 하면서 후배들을 수준 높은 방송인으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든요. 앞으로도 신입 영상기자가 들어오면 그 영상기자들과 함께 [현장 36.5]라는 코너를 매개로 교육도 하고, 좋은 영상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성장시키는 게 관리자로서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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