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가 장애인방송 의무편성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의결했다. 수어방송 의무편성 비율이 5%에서 7%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지상파 3사의 경우 이미 7%가 넘는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어 제도개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방통위는 13일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국수어방송의 의무편성 비율을 기존 5%에서 7%로 확대하고 ▲화면해설방송 재방송 편성비율을 기존 30%에서 25% 이하로 축소해 "시각·청각장애인의 방송시청권을 제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화면해설방송 재방송 편성 비율은 재방송 프로그램을 장애인방송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한 기준이다.

수어 통역사의 손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번 고시 개정으로 장애인방송 의무편성 비율이 영국 공영방송 BBC보다 높아지는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며 "개정사항의 이행 준수를 위해 방송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등 시각·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행하는 미디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고시 개정안이 2020년 '소외계층 미디어포용 종합계획'의 후속 조치 중 하나라며 "현 정부 국정과제인 '국민과 동행하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 실천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수어방송 편성비율은 2019년 기준 7%를 넘어섰다. 방통위의 수어방송 의무편성 비율 '조정폭'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20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권고하면서 지상파 3사의 수어방송 비율을 공개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3사 수어방송 비율은 KBS 8.8%, MBC 7.45%, SBS 7.1% 등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권고 이후 지상파 3사는 메인뉴스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인권위는 당시 수어방송 의무편성 비율을 5%로 유지하는 것은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합리적 이유없이 제한하는 것이라며 방통위에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2021년 1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농인의 TV 시청권을 제한하는 지상파방송 3사와 방통위 차별진정' 기자회견 (사진=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2021년 1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농인의 TV 시청권을 제한하는 지상파방송 3사와 방통위 차별진정' 기자회견 (사진=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지난해 11월 장애인 단체들은 수어방송 의무편성 비율 7%를 목표로 삼은 방통위의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에 실망감을 표하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접수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수어방송 의무편성 비율을 30%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아직까지 해당 차별진정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1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2013년 개정 이후 수어방송 의무편성 비율은 5%로 유지돼왔다. 계속 늘리지 않다가 2%를 올린 데 대해 안타까움이 많다"며 "수어방송은 지금도 7% 내외로 하고 있는데 생색내기 같다. (방통위가)수어방송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방송사들 입장을 대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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