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11개월의 동안 불방 됐던 <PD수첩>이 시용PD와 대체작가들에 의해 제작돼 방송됐다. MBC는 12일 회사 특보를 통해 “심야에도 시청률 6.1%(AGB닐슨 수도권 시청률 기준) 기록했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PD수첩을 제작했던 제작진은 '<PD수첩>이 망가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170일간의 파업이 끝난 후 MBC <PD수첩>만 유일하게 방송되지 못했다. <PD수첩>이 방송되지 못했던 이유는 지난 7월 작가 6명 전원해고 사태 때문이다. MBC의 이 조치 반발해 한국방송작가협회와 <PD수첩> 제작PD들은 작가 전원 복귀를 요구하며 대체 집필 거부와 제작거부로 맞섰다.

▲ 11일 PD수첩 방송화면 캡쳐. 'PD 수첩' 제작진들이 한 이동통신사 개인정보관리책임자가 의정부 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나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마디만 해 달라며 따라가고 있는 모습. 이춘근 MBC PD는 이 장면을 보고 "구걸하듯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면서 "PD수첩 22년 역사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는 대체작가 2명을 선발, 파업 기간 중 고용된 시용 PD 4명과 프로그램을 제작을 강행했다. 제작과정에서 기존 제작진이 배제된 상태였기 때문에 기존의 <PD수첩>처럼 심층 취재가 못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날 방송은 우려가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시용PD들이 제작한 아이템은 '대출사기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였다. 하지만 이날 <PD수첩>은 통신사와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취재는 턱없이 부족했다. 피해자들의 사정만 나열했을 뿐이였다.

‘광우병 쇠고기’ 편을 연출한 이춘근 PD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말 욕본 느낌"이라며 "김재철이 MBC 사장이 돼 MBC가 MBC가 아니게 된 것처럼 시용 PD들이 만든 <PD수첩>이 방송돼 PD수첩이 아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춘근 PD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른 아이템도 많았을 텐데 이번 아이템을 꼭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이춘근 PD는 "연출 부분도 굉장히 어색했다"면서 "아침방송에서 5~10분 정도 다루면 될 아이템이었는데 50분 가까이 방송을 하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고 흡입력도 없었다. 어제 방송을 했던 PD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춘근 PD는 “22년 역사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춘근 PD는 "MBC가 정상화되면 시용PD들이 만들고 있는 <PD수첩>은 회차에서 빼야 할 것 같다"면서 "이번 방송은 PD수첩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이템과 관련해 시용 PD들이 제작하는 환경에서 대선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은 편파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와 스폰서’ 편을 연출한 최승호 PD는 "현재 김재철 체제하에서 (PD수첩이) 선거 보도를 다루는 게 오히려 겁나기도 한다"면서 "그들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은 PD수첩을 망가뜨리는 과정에서 보여줬다. 그런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예민한 문제를 다루는 것도 환영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최승호 PD는 "시사프로그램은 자칫하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편파시비에 휘말리면 프로그램 자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처럼 예민한 문제를 다루려면 제작진이 경륜과 능력이 있어야한다. 하지만 현재 제작진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PD는 "과거에는 경험 많은 PD나 작가, 데스크, 부장이 위험 요소들을 가려내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 아무 경험 없는 사람들이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