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 대선 프로그램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디어스>는 2007년 10월부터 2007년 12월 19일 대선 직전까지 시사프로그램과 대선 특집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방송3사 대선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두 달 동안 100건을 훌쩍 넘는 대선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 MBC '100분 토론' 홈페이지 화면 캡쳐. 17대 대선에서 100분 토론은 4명의 유력 후보를 각각 초청해 전문가패널, 시민논객들과 토론을 벌였다. 지상파 방송3사는 선과위 주최 토론회를 제외하고도 모두 27차례의 자체 토론회를 연 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토론회와 이 토론의 보상성격으로 열린 박근혜 후보 단독 토론회를 제외하고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만 열린다.

하지만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각 방송사들은 선거관리위가 주관하는 토론회 뿐 아니라 방송사 자체 초청 토론회를 여러 차례 가졌다. 방송사들은 군소 후보들까지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이 기간동안 각 방송사가 진행한 토론회만 총 27차례였다. KBS는 총 11회 초청 토론회를 가졌으며 그 중 4번은 '2007대선 여성이 묻는다'는 주제로 이명박, 정동영, 권영길, 문국현 후보를 각각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또 KBS <단박 인터뷰>에서는 13차례 후보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07년 선관위 주최 대선 토론회를 중계하지 못했던 SBS는 총 12회에 걸쳐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었으며 MBC는 <100분 토론>에서 4차례에 걸쳐 대선 후보 초청 토론을 가졌다.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대선 관련 내용을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방송사는 KBS였다. 이 시기 KBS는 총 85건의 대선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가장 많은 횟수를 방송한 프로그램은 지금은 폐지돼서 없어진 <시사투나잇>이다.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은 대선 기간 동안 총 39차례 대선 관련 방송을 했다. 시사투나잇은 '자이툰 파병 연장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10월 23일 방송) 처럼 당시 쟁점이 됐던 사안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알려주거나 '대선후보 교육정책은?'(11월 1일 방송), '대선 후보 실업 정책 검증'(11월 28일 방송), '대선후보 연금제도 공약 검증'(12월 12일 방송) 등 후보 정책 검증을 시도했다.

▲ KBS '추적60분' 화면 캡쳐 2007년 12월 12일 대선 일주일을 남겨 놓고 '추적 60분은 대선기획으로 각 후보별 공약에 대한 호감도와 실현 가능성을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했다.

또 <시사기획 창>의 전신인 <시사기획 쌈>에서는 여론조사의 한계를 분석한 '얼마나 믿으심니까? 민심, 당심 여론조사'(10월 22일), 유력 후보 5인에 대한 재산과 과거 이력 중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들, 대표적인 말 바꾸기 사례를 통해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한 '대선후보를 말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12월 3일) 등을 방송했다.

올해 170일간의 파업 이후 작가 전원 해고 사태 등을 겪어 11개월 동안 방송되지 못했던 PD수첩도 17대 대선 기간 동안 대선 관련 보도를 4건이나 했다. 3건은 17대 대선의 쟁점이었던 BBK 의혹에 관한 심층보도였다. <PD수첩>과 함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4차례 대선 관련 꼭지를 내보냈다.

SBS는 창사특집 미래한국리포트 프로그램에서 '꿈을 주는 리더십을 찾아서'(11월 13일 생중계), '어떤 대통령을 원하십니까'(11월 14일), '2007년 12월 오천만의 꿈'(11월 16일) 등을 방송했다. 또 예능 프로그램인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에서 출연진 중에 대선 후보를 뽑는 모의대선 아이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SBS <좋은 아침>(12월 4~7일), MBC <기분 좋은날>(11월 15,16,22,23일), KBS <아침마당>(11월 27~30일, 12월 3일) 등 아침 교양 프로그램에서 대선후보 부인과의 만남이라는 내용으로 후보 부인들을 만나 각 후보에 대해 들어보는 기획도 방송됐다.

▲ MBC '기분좋은날' 김윤옥 여사가 출연한 방송화면 캡쳐. 지상파 방송 3사는 아침 교양 프로그램에서 대선 후보 부인을 초청해 후보들에 대해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렇듯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은 보도 숫자나 질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박수철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무관심을 이끌어 내 젊은층 투표율을 낮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철 연구원은 "40대 이상은 대선관련 보도가 어떻든 80% 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다. 하지만 젊은층은 아니다"라면서 "2007년 63%의 투표율이 나온 것은 20-30대 투표율, 특히 20대 여성 투표율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고정적인 지지층을 확고히 갖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경우 정치적 무관심을 이끌어 낼수록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수철 연구원은 "(방송사들이 여당 후보 선거 전략에)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며 "현재 방송사 본부장급 이상은 미디어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방송이 여야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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