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감사원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을 발견했다며 관련 감사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고 이해당사자인 TV조선·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 이후 국민의힘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감사원의 조작설을 TV조선과 조선일보가 보도하고 국민의힘은 이를 한상혁 위원장의 사퇴 근거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검찰 고발·수사가 다음 수순이 될지 관심이다.  

그러나 이들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재승인 심사위원들의 점수 조작 정황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의심 수준이라는 얘기다. 감사원이 쥐고 있는 '정황'이란 재승인 심사위원들이 수기로 작성한 채점표로 판단된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최종 채점표를 제출하기 전에 점수를 수정했는데 이게 '조작 정황'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도됐다는 얘기다.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 수정은 위원들 재량에 따라 가능한 사항이다.   

감사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TV조선·조선일보 보도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7일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이첩했다. 감사원은 일부 재승인 심사위원이 'TV조선의 평가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았으며 이후 TV조선의 공정성 점수를 더 낮게 수정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형법상 업무방해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감사원은 어떤 배경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수정했는지는 이번 방통위 감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전직 감사원 간부 발언을 인용해 "점수 조작 정황의 배경을 확인하는 건 수사 기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TV조선·조선일보 보도에 앞서 뉴시스 보도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감사원이 소환 조사 결과를 두고 심사위원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TV조선은 "사실이라면 누가, 왜, 어떤 이유로 엄정해야 할 심사 점수를 조작하려 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할 문제"라며 "본사의 문제여서 미묘하기는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를 여러분께 알리는 이유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비판 언론을 어떻게 대했는지 국가 권력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적인 작동원리인 언론 자유를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 매우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위원장 윤두현 의원)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존재 이유가 위협받을 대형 사건"이라며 한상혁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TV조선 '뉴스9' 9월 7일 <감사원, 방통위 감사에서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 확인> 보도화면

그러나 미디어스 취재 결과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정황'은 심사위원들이 수기로 작성한 채점표로 추측된다. 복수의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심사위원 소환조사 과정에서 수정 전 점수가 병기된 채점표를 제시하며 점수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과거 재승인 심사위원을 맡았던 복수의 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자 심사위원 개인의 고유 권한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채점표에 수정 전 점수가 병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허가·재승인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점수기재 방식을 까다롭게 변경한 결과다. 이전 심사에서는 심사위원이 점수를 수정할 때 새 종이를 주고 기존 점수가 적힌 종이는 파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심사과정을 온전히 기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2020년 재승인 심사 때부터 점수 수정 시 기존점수에 가로 두 줄을 긋고, 다시 채점한 점수를 기재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감사원이 말하는 '점수 조작'이 성립하려면 위원들이 모여 서로의 점수를 공유하고 채점 방향을 모의하거나 방통위가 심사위원들에게 모종의 개입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각종 로비를 차단하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위원들마다 별도로 관리하는 환경 속에서 진행된다. 

심사위원들은 지방 모처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위원들에게 심사 장소는 사전에 공지되지 않는다. 집결지에서 심사 장소로 이동할 때 휴대전화 압수가 이뤄지며 심사 종료 후 돌려준다. 심사위원들이 묵는 방은 구분되어 있으며 서로 간 이동은 통제된다. 방통위 직원이 아닌 보안요원이 심사위원을 사실상 감시한다. 급박한 개인 사정으로 전화할 일이 발생하면 별도의 전화기를 통해 통화를 할 수 있으며 산책을 나갈 때도 보안요원이 실시간으로 따라 붙는다고 한다. 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들이 소위 '감금'되는 것과 유사하다. 

심사위원들은 타 심사위원이 점수를 어떻게 매겼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재허가·재승인 심사위원은 심사항목에 따라 방송미디어·법률·경영·회계·기술·시청자 등의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심사위원이 모든 항목에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에 각 분야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평가에 필요한 내용을 브리핑하는 시간은 있다고 한다.

감사원이 2020년 종편·보도PP 재승인 심사위원들에게 보낸 출석답변요구서

감사원은 지난 6월 22일부터 2개월 넘게 방통위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방통위에 상설 감사장을 두고 면담조사와 PC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등을 진행해 이례적인 고강도 감사라는 지적이 방통위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번 감사원의 방통위 기관운영감사는 종편 재승인과 관련된 사안이 초점이었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최재해 감사원장 발언으로 '표적 감사' 논란이 절정에 치달은 지난 1일 감사원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종편 재승인 등의 내용을 포함해 2021년 감사계획에 있었던 '방송통신분야 규제 운영실태'(21.8~11월 자료수집 실시) 감사가 일정상 금년으로 이월된 것"이라며 "일부 언론보도 내용처럼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가 전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653.39점, 662.95점을 받았다. 종편 재승인 심사는 심사위원회가 총점 1050점 기준으로 채점한 후 이를 10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 평균값을 매긴다. 650점 미만의 점수를 받거나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을 경우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취소 대상이 된다.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아 청문절차를 밟았다. 채널A는 그 무렵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져 의견청취 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두 종편 모두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 점수는 직전 2017년 재승인 심사와 비교해 상승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이뤄진 2017년 상반기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625.13점을 받아 기준점에 미달하고도 재승인을 받아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채널A는 661.91점을 받았다. (관련기사▶감사원,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위원 소환 조사)

(사진=TV조선, 연합뉴스)

한편,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과 관련해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은 이들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당시 재승인 과정을 기록한 백서에 따르면 시청자 의견은 총 3만 2355건으로 TV조선 1만 7133건, 채널A 8154건, 연합뉴스TV 4118건, YTN 2950건 순이다.

재승인 심사지원반은 "종편PP(TV조선·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재승인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으나 아주 극소수로 다수 시청자 의견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했다. TV조선의 경우 불승인 비율이 약 75%, 채널A 약 77.6%"라고 보고했다. 

심사지원반은 "기타 의견도 구체적 조치에 대한 의견이 없을 뿐 대부분의 내용이 편파 보도, 왜곡 보도, 국익 무시, 오보정정하지 않음, 가짜뉴스의 진원지 등으로 공정성을 의심하는 부정적 내용이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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