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있지만 '벌'들이 모이지 않고 있다. 18대 대선을 대하는 방송3사의 자세를 보면서 생각해낸 말이다. 모든 국민의 시선은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에게 집중되지만 정작 방송3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 후보와 그들이 내세운 정책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문제임을 감안하면, 방송3사의 행태는 '직무유기'다.

<미디어스>는 방송3사의 '대선 프로그램 결핍 현상'을 2번에 걸쳐 기획으로 다루고자 한다. 1편에서는 방송3사와 종합편성채널의 비교를 통해 방송3사가 방기하고 있는 대선이슈를 종편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분석할 것이며, 2편에서는 2007년 대선 당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면밀히 따져볼 것이다.

10월~12월, 방송사 시사프로가 '대선' 다룬 건 딱 5번

▲ 10월부터 12월까지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이 대선 이슈를 다룬 경우

<미디어스>가 지난 10월부터 2달 동안 정기적 토론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방송3사의 시사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시사매거진2580> <추적60분> <시사기획 창> 등 방송3사의 시사 프로그램이 한 편을 전부 할애해 대선 이슈를 다룬 것은 고작 '5번'이다. 모두 KBS 시사프로그램이다.

KBS <시사기획 창>이 10월 9일과 23일에 각각 '응답하라 경제민주화', '응답하라 정당개혁'을 다뤘으며 지난 4일에는 '특별기획, 대선후보를 말한다'를 방송했다. <KBS스페셜>은 10월 21일에 '2012대선, 유권자가 말한다'를 방영했으며, KBS <추적60분>은 지난 5일에 '2012 대선 핵심쟁점 1편, 경제민주화'를 내보냈다.

MBC와 SBS의 상황은 참담하다. 특히, SBS의 경우 <현장 21>의 한 꼭지('정치와 강남스타일(10월 23일)')가 전부였다. MBC 역시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한 꼭지씩 4차례('D-73 추석민심은' '투표시간 연장 논란' '정치, 극장에 가다' '리더의 조건') 방영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KBS가 대선이슈를 소화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KBS 역시 황금 시간대인 평일 저녁 6시 이후에는 <6시 내고향> <생생정보통> 등을 비롯한 '맛집 생활 방송'을 방영하며 '대선'보다는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KBS 새 노조 파업 종료 당시 노사 합의 사항이었던 '시사제작기능 강화'를 위해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이 KBS 2TV 평일 저녁 8시 20분 자리에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최종 편성된 것은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였다. 최근 KBS 여당 이사들은 KBS대선후보진실검증단의 기본적인 후보 검증 프로그램조차 '박근혜에게 불리한 편파방송'이라며 문제삼았고, 이후 해당 단장이 사의를 표명해 현재 기자들이 제작거부까지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특집토론, 인터뷰, 대담, 판세분석…날마다 바쁜 종편

방송3사가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한 사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은 바로 특혜로 점철된 '종편채널'이었다.

<미디어스>가 종편 채널의 10월~12월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종편은 <특별기획 단일화, 민심은 어디에-호남에서 길을 묻다>(JTBC, 11월 17일) <개국 1주년 특집토론-대통령의 성공조건> <긴급진단 대선과 위기의 검찰>(채널A, 12월 1일) <D-15 국민의 선택>(MBN, 12월 4일) 등과 같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대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종편 채널은 대선에 특화된 '대선 기획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JTBC는 <박성태의 대권질주> <오늘의 대선현장> 등을 통해 대선과 관련한 이슈를 매일 다루고 있다. 채널A 역시 <박상규의 대선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여·야의 정치 패널을 초대해, 대선 국면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TV조선은 11월 30일 <대선카운트 다운>을 처음으로 방영했으며, <신율의 대선열차>를 통해 정치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종편은 기존의 정규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주로 대선 관련 인터뷰를 하거나 각 대선 후보 캠프의 인사들을 초청해 대선의 판세를 묻고 있다.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와 TV조선의 <시사토크 '판'>은 2번에 1번 꼴로 대선 주제를 다뤘으며,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담의 주제는 18대 대선으로 한정됐다. 일주일에 2번 방송되고 있는 JTBC의 <김진의 정면돌파> 역시 대선이슈에 대한 보수적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적 이슈를 진단하는 프로그램들도 대선이 다가오자 각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다루는 등 대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예로 TV조선의 <박찬희, 정혜전의 경제 펀치>와 채널A의 <김부장의 경제특급>은 당초 경제적 이슈를 다뤘지만, 대선이 2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부터는 각 후보들의 경제 민주화를 중점적으로 조명했다.

이같은 종편 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은 보수 패널을 중심으로 대담이 이뤄지고, 정치적 현안 역시 '보수 프레임'에서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미 고정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궈지는 것보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한 게 더 유리하다"며 "방송3사가 대선 자체를 많이 다루지 않은 결과, 현재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방송 구도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김서중 교수는 "종편의 경우, 직설적으로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시청자들에게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 역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프로그램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편과 지상파는 프로그램 구성 방향이 다르지만 결국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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