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정연주, 이하 방통심의위)가 접속 차단한 불법 도박 홍보·광고대행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탓에 당국의 규제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슈어맨'이라는 사이트가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슈어맨' 사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로 불법도박에 대한 홍보·광고를 대행해 월 1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슈어맨'은 단순히 불법 도박사이트를 광고대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슈어맨'은 자신들이 '먹튀' 도박사이트를 검증해 유저들에게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자신들이 검증한 불법도박사이트를 이용하라는 얘기다. 이들은 사이트 접속이 안될 시 '비상주소'까지 안내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도박사이트 광고대행사 '슈어맨' 홈페이지 갈무리

경찰청의 요청으로 방통심의위는 지난 2019년 4월 22일 불법 스포츠 토토를 홍보하는 사이트 '슈어맨'을 접속 차단하는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다시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 피의자 입건 혐의로 도박죄가 가장 많다"며 "어떻게든 그걸(슈어맨) 차단시켜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불법·유해정보 사이트에 대한 조치는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와 시정요구, 방통위의 행정명령 등의 과정을 거친다. 방통심의위는 통신심의를 통해 불법정보를 판단하고,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나 인터넷플랫폼사업자에게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사업자가 방통심의위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가 시정명령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슈어맨'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기술·행정적으로 접속 차단이나 사이트 폐쇄, 게시물 삭제 등이 불가능하다. 접속 차단은 접속창 화면을 가리는 방식의 조치로 사이트를 폐쇄할 수 없을 때 이뤄진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로 판단되면 서버가 국내인 경우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이트 이용을 해지하게 된다"며 "그런데 이건 해외에 서버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방통위 관계자는 "통상적인 불법사이트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다. 서버를 임차해주는 호스팅 서버 업체가 해외 사업자인 경우가 많다"며 "업체들은 서버 접속에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트래픽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서버를 관리하고 있어 차단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만약 A루트가 차단되면 분산된 서버 B·C·D에 자동으로 우회해 접속을 하게 돼 있다"며 "예를 들어 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고속도로를 타고 한 번에 가는 것이지만 이 길이 막히면 대전, 대구, 최악의 순간에는 목포를 경유해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버가 다중 분산화 돼 있는 것인데, 사실상 기술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호스팅 업체가 제공하는 서버 자체를 통째로 막아버리면 지극히 정상인 도메인들도 막힌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에 대해 국내 규제행정력을 얼마나 적용할 수 있느냐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다면 국내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경찰청에서 사행성 정보 유통 혐의로 이 서버 개설자를 형사처벌할 것이고, 방통위도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면서 "해외 서버에 있는 데이터는 국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삭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불법인 사안이 해외에서는 합법인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도박은 미국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게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현재로서는 경찰이 서버 개설자를 직접 잡고, 저희는 국민들이 사이트 접속을 못하게 최대한 막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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