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에 대해 정도를 넘어선 감사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 대한 부당함이 방통위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이인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피감기관의 기관장으로서 감사의 적절성 등을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면서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기감사라는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영 의원은 "방통위 자체가 조직적으로 정치적 모욕·폄하에 직면한다면 어떤 느낌인가. (방통위에 대한)감사가 시간적인 우연성 말고도 역대 보지 못했던 감사 기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포렌식 기법, 감사원이 포렌식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보통 감사 때 등장하지 않은 포렌식이 동원됐다. 이게 대체 감사냐 수사냐"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일반적인 감사를 넘어 수사를 당하는 느낌까지 받아야 한다면 방통위 구성원들의 모욕감과 자괴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한상혁 위원장에게 "혹시 뭐 지각을 자주하고 그러셨냐"고 질의했다. 28일 감사원이 '상습지각 등 복무기강 해이' 제보를 받았다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회의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사원은 직전 감사 1년 만에 권익위 감사에 나섰다. 통상 감사원은 3년마다 위원회급 기관에 감사를 실시한다. 최근 여권은 권익위가 탈북어민 북송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거부했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이제 하다하다 안 되니까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털어댄다. 듣도 보도 못한 치졸한 수법"이라고 질타했다. 

여권이 한상혁 위원장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고 있던 시점에 감사원은 지난달 22일 방통위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연간 감사계획에 있었던 정기감사이고, 감사대상 기관인 방통위와 협의를 통해 일정을 정했다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착수 이틀 전 방통위에 감사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방통위 감사를 언제, 어떻게 정했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이날 회의도 첫 회의에 이어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반쪽으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15명 안팎의 감사인원을 보내 방통위 기관운영감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방통위 기관운영감사에는 10명의 감사인원이 투입됐다. 지난 19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방통위 감사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을 진행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4일 JTBC에 "통상 감사원 감사관 한 명이 한 정부 기관의 감사를 담당하는데, 이번에는 감사관이 3명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는 정원이 300명도 안 되고 예산도 2500억 원 내외의 정말 작은 조직인데 감사 규모가 역대급"이라며 "이런 정기감사는 공무원 생활 중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과방위는 여권의 한상혁 위원장 사퇴 압박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여권의 사퇴 압박·공영방송 장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한상혁 위원장은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다양한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우리 법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해가 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방통위 설치법은 방통위원의 신분과 임기를 보장해 방통위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는 단순히 방통위 독립성뿐만 아니라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강화라는 가치체계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간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29일 과방위 전체회의 개회 시각에 '공영언론 블랙리스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27일 과방위 첫 회의에 이어 또다시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체회의 일정을 협의없이 통보했다는 이유 등으로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이날 과방위 회의 시간에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성중 과방위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기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 국민의힘은 오늘도 불참했는데 상당히 유감"이라며 "국회법에 보면 (상임위 운영은)간사 간 협의 사항이지 합의 사항이 아니다. 협의가 잘 안 되는 경우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개회도 할 수 있고 안건상정도 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법과 원칙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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