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2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탈원전정책 폐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탈원전은 찬반양론이 장기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문제인 만큼, 어떤 사안보다도 객관적인 보도가 중요합니다. 언론은 윤 대통령의 탈원전정책 폐기 발언에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탈원전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 발언만 인용하거나 원전 관련 주식파생상품과 특정기업을 홍보하는 듯한 보도, 황당한 오보까지 나오며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학계 인사, 탈원전 반대 38회 VS 탈원전 찬성 1회

상당수 언론은 윤 대통령의 원자력공장 방문과 탈원전 폐기 발언을 시작으로 탈원전 반대 인사를 초청한 6월 27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보도를 냈는데요.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비율(6/2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비율(6/2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 공장을 방문한 6월 22일부터 6월 29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0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3개 경제일간지의 탈원전 관련 보도 중 학계 인사의 기고와 칼럼, 발언을 살펴봤습니다. 그중에서도 ‘원전’이나 ‘탈원전’이 등장하는 발언‧기고‧칼럼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국민일보‧서울신문‧한국일보를 제외한 10개 신문의 탈원전 보도에 학계 인사는 총 39회 등장했습니다. 한겨레에 칼럼을 실은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을 빼곤 모두 ‘탈원전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뿐입니다.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6/22~6/29) (※ 직함 생략) ©민주언론시민연합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6/22~6/29) (※ 직함 생략) ©민주언론시민연합

인수위 출신 주한규 교수, 탈원전 보도 절반 차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탈원전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만 등장한 것은 문제입니다. 찬반 대립이 첨예한 탈원전 보도를 공정하게 하려면, 탈원전 찬성과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를 균형 있게 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 순위(6/2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 순위(6/2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문제는 또 있는데요. 탈원전 반대 학계 인사 중에서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등장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학계 인사가 등장한 39회 중 주한규 교수는 19회(48.7%)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탈원전 보도에 등장한 학계 인사가 대부분 탈원전 반대 입장으로 채워진 것으로도 모자라 그마저도 한 명에게 집중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반대를 주도해온 주한규 교수는 윤석열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연사로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주한규 교수는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론과 상당히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주한규 교수의 발언을 근거로 한 기사와 칼럼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론과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주한규 “탈원전 과중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 주장은 거짓

주한규 교수 발언이나 칼럼 중 사실이 아닌 내용도 상당수 있습니다. 문화일보 <포럼/탈원전 ‘손실 20조’ 책임 물어야 한다>(6월 23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 “새 정부에 과중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다가왔다”며 “(문재인정부 임기 중 원전)이용률 저하로 줄어든 원자력 발전량은 비싼 LNG 발전 증가분으로 대체해야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각종 팩트체크에서 이미 확인됐듯, 문재인 정부 원전이용률 평균치가 박근혜 정부 평균치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탈원전정책 때문이 아니라 원전 정비 기간이 길어지며 2018년 원전이용률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원전 정비 기간이 길어진 것도 박근혜 정부 후반부터 여러 원전에서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견된 게 원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전력구조는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전이 지불한 발전원별 전력정산금을 보면, 발전원 중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만 전력정산금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석탄 73%, 액화천연가스 112%가 각각 상승한 것인데요. 따라서 한전 적자 원인은 국제 정세로 인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서울신문 사설 ‘한국투자신탁운용 원전 ETF’ 보도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원전 테마 ETF 보도여부(6/2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원전 테마 ETF 보도여부(6/2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탈원전 보도 중에는 원전 관련 주식파생상품이나 특정기업을 홍보하는 듯한 기사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원자력공장 방문과 탈원전정책 폐기 발언 이후 원전 테마 ETF 관련 보도는 서울신문,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에서 나왔는데요.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장 준비 중인 원전 테마 ETF에 관해 보도했습니다. <사설/붕괴 직전 원전 생태계, 빠른 민관 협업 필요해>(6월 24일)에서 원전 산업 부활과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 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원자력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준비하는 등 민간부문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전한 것입니다. 원전 산업 부활이나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민간부문이라고 하면 보통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업이나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터빈이나 발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서울신문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하는 ETF를 언급했습니다. 

사설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언급한 서울신문(6/24)
사설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언급한 서울신문(6/24)

한국거래소는 6월 23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국내 최초 원전 테마 ETF를 6월 2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는데요. 서울신문과 달리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뿐만 아니라 NH아문디자산운용 ETF도 소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정책 폐기에 따라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만, 그것도 사설에서 ‘각광받는 투자상품’이 아니라 ‘원전 생태계 부활을 위한 민간부문 움직임’으로 보도해 의아함을 남겼습니다.

한국경제, 원전 주식시장 흐름 전하며 ‘오르비텍’ 소개

의아한 보도는 또 있습니다. 한국경제 온라인기사 <‘원전 관련주’ 오르비텍, 윤석열 원전 정책 기대감에 급등>(6월 23일 류은혁 기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탈원전정책 폐기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관련주로 분류되는 기업 주식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보도는 더러 있었지만, 한국경제처럼 특정 기업 주식 상승세에 주목하고 기업을 상세히 소개한 경우는 없었는데요. 한국경제는 오르비텍 설립연도는 물론 연혁까지 설명했습니다.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2020년 7월 23일)는 2015년 5월 발표 논문 「국내 일간신문이 주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및 투자자별 성과분석」을 인용했습니다. 해당 논문은 “언론보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활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하고 있는데요. 진행자 정준희 교수는 “언론에 노출되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관심도가 급증”하는 것으로 “광고나 홍보가 되지 않는 상품에 눈길이 가지 않는 현상과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언론 보도가 개인 투자자를 매개로 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검증됐다”며 ‘언론의 주식보도가 증권정보지(지라시)와 달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전문가처럼 기업이 발표한 공시자료를 보고 좋은 기업을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의 주식 보도에 많이 의존합니다. 따라서 신문이 주식 보도를 했다고 무조건 이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신문 사설과 한국경제 기사가 ‘저널리즘적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국민일보 황당 오보 ‘독일 녹색당 친원전 유턴’

황당한 오보도 나왔습니다. 국민일보 <석탄 다시 때는 유럽…‘탈원전’ 독일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6월 29일 신준섭 기자)입니다. 에너지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며 “독일 내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녹색당은 지난 22일 당 대회를 열고…공약을 확정”했는데 “공약에는 지금까지 기조와 정반대인 ‘친원전’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것인데요. 

독일 녹색당이 공약에 ‘친원전’을 포함했다고 오보 낸 국민일보(6/29)
독일 녹색당이 공약에 ‘친원전’을 포함했다고 오보 낸 국민일보(6/29)

그러나 해당 보도는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뉴스톱은 <팩트체크/독일 녹색당 친원전으로 유턴?>(7월 1일 선정수 팩트체커)에서 “기사를 작성한 국민일보에 문의하는 한편, 독일 녹색당, 주한독일대사관 등 모든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결과 “국민일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습니다. “(국민일보 기자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격주간 보고서인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를 인용”하면서 “핀란드 녹색당 사례를 독일로 오독해서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죠.

해당 보도는 현재 <석탄 다시 때는 유럽…핀란드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으로 기사제목과 내용이 수정됐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수정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한번 지면에 실린 기사제목과 내용은 수정될 수 없습니다. 인용한 다른 언론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MBC <뉴스투데이>(6월 29일)는 ‘뉴스 열어보기’ 코너에서 주요 신문보도를 소개하며 국민일보 오보를 전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아직도 MBC 뉴스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취재와 보도에서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국민일보 사례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6월 22일~6월 2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기사 중 탈원전 관련 보도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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