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청와대 코앞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밤새도록 시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지금까지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명도 없었다. 이 명백한 사실까지 믿지 않겠다면 대화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 조선일보 6월 2일자 35면.
오늘자(2일) 조선일보 사설 <청와대 코앞에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의 일부분이다. 조선은 "이제 취임한 지 석 달이 겨우 지난 대통령을 향해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나 지금 시대에 "독재타도"를 외치는 것도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촛불문화제에서 이어진 거리 시위를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은 8면 <'과잉 진압'논란…진퇴양난 빠진 공권력>을 통해서도 잘 드러났다.

조선은 "9일째 이어진 철야 시위에 전의경들이 지쳐가는 가운데 시위진압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과잉 진압'시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과잉 진압'이라고 비판을 받으니 답답하다"는 경찰 관계자들의 발언을 함께 전했다.

▲ 조선일보 6월 2일자 8면.
조선은 "시위대가 사다리를 타고 버스를 넘어서려 하고 버스를 밀어 넘어뜨리려 하는 등 과격하게 반응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경찰특공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로 인해 '과잉 진압'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선의 '시각'은 오늘자 (2일) 동아일보 사설 <쇠고기 촛불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아니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했다.

"6월 민주항쟁은 군사반란과 광주 유혈진압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독재 연장 음모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일어난 궐기였다. 항쟁의 역사적 의의와 젊은 학생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검역 조건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를 결코 동렬에 놓을 수 없다. 그것은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동아일보 6월 2일자 31면.
동아는 3면 <시위대 "청와대로 가자"…서울 도심 연이틀 경찰과 대치>에서도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갈수록 격화됐다"며 '시위대들의 전경차량 점거'를 필두로 불법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오늘자 조선·동아 보도의 공통점은 지난 이틀 동안 이어진 촛불문화제와 거리시위를 보도함에 있어서 철저할 정도로 시민들의 '불법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했음에도 철저하게 이를 묵과한 채 시위대의 '격화' 양상만을 드러냈다.

조선·동아의 눈에는 시위대들의 격한 모습은 쉽게 눈에 띄는 반면,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은 그저 하나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보이는 듯하다. 전경 버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내린 시민들의 행위는 '불법' 행위인 것에 반해 방패와 진압봉으로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폭행한 경찰의 행위는 '불법적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이었다는 식이다.

▲ 동아일보 6월 2일자 3면.
조선·동아의 보도처럼 일부 시위대가 전경 버스를 점거해 밧줄로 끌어내린 것은 '불법' 행위가 맞다. 그럼 묻자. 평화적인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찍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행위는 '합법'인가. 공권력이라는 반론을 하시려거든 접기를 바란다. 모든 공권력이 합법적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대에게 저지르는 '짓거리'는 분명 폭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조중동'의 눈에는 경찰의 폭력과 불법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경찰은 지난 이틀 동안 거리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맨 손으로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명박을 물러가라"고 외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는가 하면 마구잡이식으로 연행했다. 또 진압봉으로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가했고 방패로 찍기도 해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오마이뉴스는 <"물대포 직접 맞은 30대 시민 '반실명 상태'">라는 기사를 통해 30대 중반의 한 남성이 1일 새벽 경찰의 물대포 진압으로 의해 '반실명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또 경향신문은 2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전경 군홧발에 짓밟힌 여학생의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말한 대통령, 그리고 이틀 동안의 거리 시위에서의 시민들의 목소리는 묵과하며 '불법'에만 초점을 두는 보수신문.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신문은 너무도 닮았다. 국민들과 '소통' 할 줄 모르고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인정'할 줄 모르는 자세가 너무나도 닮았다.

1일 밤, 광화문네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전경 버스 위에 올라가 있는 취재진을 향해 "조중동은 내려와라"를 연신 외쳤고, 결국 조중동 소속으로 밝혀진 기자들은 전경 버스 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왜 그들이 내려와야 했는지는 오늘자(2일) 지면이 분명히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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