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해외 미디어들이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CMS·광고 관리 프로그램 등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기사 유통을 중단한 언론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6월 30일 공개한 '해외 미디어 동향-해외 미디어는 플랫폼과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고 있는가' 보고서에서 액시오스(미국)·복스미디어(미국)·버즈피드(미국)·스터프(뉴질랜드)·NRK(노르웨이)의 플랫폼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 액시오스는 애플 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료화 모델을 구축했다. 액시오스는 ‘스폰서드 콘텐츠’를 주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뉴스를 3개 보여준 후 유료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액시오스에 스폰서드 콘텐츠를 허용하는 대신 별도 수익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성규 대표는 “애플뉴스를 통해 직접 수익 배분을 받는 모델을 택하는 대신 자신의 수익모델이 작동 가능한 공간으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액시오스의 구상”이라며 “철저하게 자신의 수익모델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만 플랫폼을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외부 플랫폼과의 관계 맺기에 있어 영리함이란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증명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미디어그룹 복스미디어는 빅테크 플랫폼의 핵심 기술인 CMS·광고 관리 프로그램·광고 맞춤 기술을 고도화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복스미디어는 자체 CMS '코러스'를 개발했다. 또한 복스미디어는 2016년 NBC와 협업해 자체 광고 관리 프로그램 ‘콘서트’를 개발했다. 80여 곳 언론이 '콘서트'를 이용 중이다. 복스미디어는 2020년 지역언론 맞춤형 프로그램 ‘콘서트 로컬’을 출시했다. 이밖에 복스미디어는 광고 맞춤 기술 ‘포르테’를 개발했다. '포르테'는 이용자 쿠키(이용자 컴퓨터에 저작되는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이성규 대표는 "'콘서트'의 성장과 확장은 '플랫폼 의존 폐해'와 맥을 같이한다"며 "복스미디어는 2018년 직원 5%를 해고하는 결정을 내린 적 있다. 해고된 다수의 인력은 페이스북이 주도했던 '네이티브 소셜 비디오' 제작팀이었는데 페이스북이 2018년 알고리즘 정책을 변경하면서 인력의 수요가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 의존성이 복스미디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체감하게 됐고, '콘서트'라는 자체기술 솔루션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즈피드 CI
버즈피드 CI

플랫폼을 중심으로 뉴스를 유통해 온 버즈피드는 최근 자체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성규 대표는 “플랫폼 중개에 의존해왔던 기존 광고 모델 중심성에서 탈피해 직접 상거래를 주도하는 모델로 전환을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이성규 대표는 “이러한 구상은 현재도 작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IPO 과정에서 인수한 ‘콤플렉스 네트워크’(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도움으로 e커머스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버즈피드는 2024년까지 수익 내 커머스 매출 비중을 31%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최대 디지털 미디어그룹 스터프는 탈 플랫폼 전략을 추진 중이다. 스터프는 2019년 페이스북 기사 포스팅을 중단했다. 당시 뉴질랜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용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을 생중계했다. 이를 본 스터프 경영진은 “사건 장면을 걸러내지 않고 생중계하는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하거나 지원할 수 없다”며 페이스북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고 있다.

스터프는 페이스북을 통한 콘텐츠 홍보를 중단했다. 당시 스태프는 100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스터프 그룹에 소속된 기자들은 2020년 7월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기사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스터프는 독자들에게 홈페이지 직접 방문을 요청했고 지난해 2월 홈페이지 순방문자 수가 5% 증가했다.

페이스북 광고 중단을 발표한 스터프 기사(왼쪽)와 페이스북 댓글 운영 중단을 공지한 NRK(오른쪽)
페이스북 광고 중단을 발표한 스터프 기사(왼쪽)와 페이스북 댓글 운영 중단을 공지한 NRK(오른쪽)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이달 1일부터 페이스북 포스팅 횟수를 줄이고 있다. NRK 페이스북 팔로워는 52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PV(페이지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NRK는 “수용자와의 대화는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에 맡기기에 너무나도 중요하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만들어진 대화는 가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중과 더 나은 형태의 대화를 만드는 데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성규 대표는 “NRK는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고 제3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을 외주화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선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대표는 "플랫폼과의 거리두기 혹은 탈 포털은 의존성의 정도에 따라 상당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의욕과 사명감만으로 접근하고 시도하기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핵심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술이 무엇인지 모니터링하면서 전환의 공백이 발생하는 시기에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전환 공백’은 플랫폼이 새 기술을 개발해 기존 기술을 해체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성규 대표는 탈 플랫폼을 위해 정부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에 비해 시장 영향력이 낮은 언론사들은 고유의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취해왔다”며 “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언론사들은 역량과 권력을 바탕으로 시장 내 불균형한 지위를 조정하기 위해 정부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규 대표는 플랫폼 기업을 ‘악마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을 악마화하는 전략은 플랫폼을 넘어서는 전략을 상상하고 구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대안보다는 비난, 합리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힐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국내 언론사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