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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3 이종석, 새로운 스타 탄생의 짜릿한 예감[블로그와] 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닥터콜 | 승인 2012.12.05 15:15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본격 김병욱 표 하이틴 시트콤의 서막을 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거침킥). 그리고 하이틴의 중심이었던 이윤호의 역할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자리임이 틀림없었다. 거침킥 이전의 김병욱표 고삐리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사망유희 표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바보 행진을 했던 노영삼이나, 어릴 때 마신 연탄가스 중독으로 머리가 나빠졌다는 형욱이의 찌질함이 전부였는데 그들은 누나들을 웃겨주긴 했어도 결코 사랑에 빠지게 할 수는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영역은 코미디였지 로맨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시트콤 내에 '학교'가 등장하면서 김병욱 시트콤의 하이틴은 변했다. 그들은 감히 삼촌과 어깨 경쟁을 하며 누나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로맨스에 속앓이를 하는 청춘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어른과 대등한 사랑을 경쟁할 수 있었던 그들의 풋풋함은 마치 순정만화를 넘기는 기분까지 들어 성인 로맨스 이상의 설렘을 전해주기도 했는데 이 막강한 로맨스의 영역을 차지했던 제3세대의 정일우 워너비가 바로 이종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이킥 역사상 가장 불운한 하이틴 중 한 사람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속 정일우가 연기한 이윤호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각별했다. 국정원의 엘리트 서넛과 몸싸움을 벌일 수 있는 막강 싸움 실력의 소유자면서도 막상 풍파고 일진이라는 위엄처럼 아이들의 금품을 갈취하거나 쓸데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다니는 저질 양아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싸움을 잘하고" "일진"이라는 콘셉트는 그의 멋을 빛내는 뉘앙스에 불과했다. 풍파고 일진이라는 무서운 이름과 달리 용돈이 궁하면 삼촌의 허리춤을 잡고 아이처럼 졸라대는 그를 어찌 미워할 수 있었겠는가.

이런 이윤호 판타지가 극대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청소년의 몸으로 성인을 사랑한다는 미묘한 로맨스 때문이었다. 툭하면 넘어지고 울기 바쁜 서민정 선생을 괴롭히던 마음이 점차 사랑으로 커져 버려 짝사랑에 속앓이 하는 소년의 순수한 순애보는 그렇게 멋있었던 이민용 삼촌의 어른의 사랑과 맞먹을 정도였다. 결국 이 시트콤 하나로 정일우는 일약 대스타로 군림하게 된다. 그것은 제2의 이윤호 워너비, 윤시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작 이상으로 청춘 남녀들의 젊은 사랑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다루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특성상 그만큼의 신드롬에 가까운 시선을 끌지는 못하였지만 정일우 이상으로 극대화된 그의 침착한 눈물과 소년의 순정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문제는 하이킥 파이널이라 불리는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의 또 다른 하이틴, 이종석의 존재감이었다.

물론 하이킥3가 실패작이라 불릴 만큼 김병욱의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대중의 관심을 적게 받은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자리, 하이킥의 조카 역할을 수행하며 어떻게 뜨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것은 이종석이라는 배우 혹은 젊은 스타를 설명하는 하나의 상징성과도 같았다. 분명히 많은 기회를 받았고 그를 알아보는 대중 또한 적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뜬 것 같지는 않은 미묘한 위치의 스타. 대박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 하이킥 시리즈에 이어 심지어 가요 프로그램 MC석을 맡으면서도 이종석은 알아는 보지만 사랑은 받지 못하는 것 같은 미묘한 위치의 스타 아닌 스타였다. 나는 그가 많은 기회를 잡으면서도 그 기회를 가져가지는 못하는 배우라 섣불리 평가했었다. 마치 넋이 나간 듯한 SBS인기가요의 무성의한 진행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은 고착화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를 자세히 보지 못했었나 보다. 그가 다시 얻은 새로운 기회, 드라마 학교2013에서 이종석은 처음으로 그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학교 2013에서 이종석이 연기하는 캐릭터 고남순을 한마디로 정의내리자면 아직까지는 '미스터리'라고 말하고 싶다. 청소년 드라마의 멋진 남주인공에게 어울리지 않는 구수한 이름. 남순이가 주장하는 숨겨진 의미에서조차 무언가 남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그 녀석 고남순은 드라마 초회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이상한 애였다. 스쿠터 헬멧을 쓰고 들어와 터프한 몸짓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강사라는 강세찬(최다니엘)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하는 모양새를 보면 다시 풍파고 일진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위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날 아침 그는 교내 최악의 불량아 일진 오정호의 빵셔틀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매 맞는 것이 두려워 겁에 질린 모양새는 아닌 것이 더 수상했다. 그래서 오정호 또한 그를 섣불리 판단하지 못했다. 선생에게조차 아무렇지 않게 팔을 꺾는 이 양아치가 빵셔틀 고남순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묵살하지도 밟아버리지도 못하던 어정쩡한 위치에서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른 그는 외친다. "너 내가 쉽지?"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남순은 이 학교 내에서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물론 아직 드라마에서 드러난 고남순의 프로파일은 그저 존재감 없는 문제 학생에 불과했다. 아마 가장 잘생긴 열등생이 아닐까 싶은- 교내 최악의 성적표와 대학은 벌써 포기해서 스타 강사 강세찬의 호의 따윈 가볍게 묵살하고, 일진에게 찍혀 툭하면 시비를 당하고, 아이들은 그를 놀려주기 위해 회장으로 선출한다. 하지만 고작 빵셔틀과 열등생이라는 시답잖은 수식어만 달고 있던 고남순은 희한하게 주변인물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제자 따윈 거부한다던 강세찬은 그럼에도 "대입 위주의 수업을 하겠다"는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시시하다는 얼굴로 책상에 얼굴을 파묻는 고남순의 '무시'가 묘하게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오정호는 계속 그가 신경에 쓰여 곧 터져버릴 기세다. 그리고 열혈 교사의 열의는 가득하지만 무언가 미적지근한 태도로 교사의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던 정인재 (장나라)의 선택과 용기는 고남순의 진심을 통해 비로소 진짜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이 고작 열등생에 불과한 고남순을 신경 쓰고 있는 이유는 아마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그의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들 때문일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오정호에게 맞아 피멍이 든 배를 쓸어내리며 그는 화를 삭이듯 중얼거린다.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싸움을 못하고 공부를 못하고 대학을 포기하고 꿈이 없는 고남순의 모습은 어쩌면 아직 터뜨리지 못한 아이들의 잠재된 내면의 상징성이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절제한 것일 뿐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의 잠재된 가능성 중 첫 번째로 터져버린,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힘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약한 자를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고남순의 용기와 선량함이다.

꿈도 희망도 심지어 불의마저도 참은 채 죽은 듯 잠들어 살아가려고 했던 그는 선생이라면서 애 같은 담임 정인재가 오정호의 힘에 짓눌려 당하는 모습을 차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지능이 떨어지는 특수학생 한영우를 저열하게 괴롭히는 오정호의 비겁한 폭력질엔 급기야 짓눌린 화가 터져 나왔다. 반 아이들의 대부분을 무시하고 지내왔지만 학교의 약자, 한영우에게는 별스러운 호의를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오정호의 불의를 단죄하면서도 그는 외친다. 잘못된 것을 감추고 덮어버리며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학생에게 삥이나 뜯는 학교의 이런 모습이 오정호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하지만 남순의 이런 보호에도 한영우는 끝내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기물 파손으로 덮어버리면 간단한 문제를 교내 폭력이라는 사실로 깊숙이 파고들면 학교의 위신이 구겨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를 보호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학생을 내세웠다. 각서를 썼다고 할지언정 학부모가 전학을 거부하면 억지 전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학부모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전학 보내야 했다. 귀찮은 물건 치워버리듯 진실을 함구한 채 학생을 쫓아내려는 교장과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장의 만류로 미적거리고 있던 정인재 교사의 숨죽인 용기 속에서 영우는 그럼에도 학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마웠다고. 그 말 할려구. 2반 화이팅." 순간 시를 외우지 않겠다는 벌로 등을 돌아보고 있던 고남순의 입에서 한 구절의 시가 화답처럼 튀어나온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남순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넌 그래도 학교가 좋냐는 자신의 질문에 교복을 입는 것이 좋다던 영우의 어리숙해서 슬펐던 한마디를. 교복을 입으면 나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학생이 되는 것 같다는. 마치 갑옷을 입은 것 같아서 용기가 난다는 그 아이의 고백을. 그럼에도 그를 내쫓으려 하고 있는 어른들의 비겁함을. 아직 영우를 자세히 보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그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인데.

   
 
순간 이 드라마에서 사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눈물이 예고도 없이 툭 터져 나왔다. 그의 용기는 다소 비겁하게 미적거렸던 정인재 선생의 잠든 용기마저도 깨워버렸다. 기간제 교사라는 파리 목숨에도 그것을 포기하고 학생을 지키겠다는 그녀의 한마디. "거절하셔도 돼요! 영우 전학 보내기 싫으시면 전학 안 간다고 거절하셔도 된다구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것은 드라마 속 한영우에게만 적용된 말이 아니었나 보다. 수수께끼 같았던 고남순의 상징성처럼 이종석 또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원석임에 틀림없다. 아마 이 드라마는 그동안 발굴하지 못했던 이종석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시켜줄 첫 번째 신호탄이 되어줄 것이라 예감한다.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잔뜩 화가 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를 움츠린 눈으로 바라보던 한영우에게 마치 어른의 미소 같은 따뜻한 포용력을 보여주는 그의 눈감은 미소에 처음으로 가슴이 설렜다. 그것은 새로운 스타 탄생의 짜릿한 예감이었다.

   
 
"한영우라면 그 꼴찌라는 특수학생 아닙니까? 말 더듬고 좀 모자란." 심지어 교장이 나누는 험담에 영우가 상처받을까 그의 귀를 틀어막는 장면은 그야말로 그 어떤 남녀의 로맨스보다 두근거리는 남주인공의 기사도였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이종석의 가치가 얼마만큼 확신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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