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언론시민사회는 "정권에 의해 장악된 공영방송 KBS와 MBC의 왜곡ㆍ편파보도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 마디로 공영방송사가 새누리당의 선거운동원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 "KBSMBC, 언론 아닌 괴물"

'공정보도를 염원하는 시민사회, 네티즌 단체' 일동은 4일 오후 KBS와 MBC 앞에서 잇따라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편파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공정보도를 염원하는 시민사회, 네티즌 단체는 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후보 띄우기' 올인, '야권후보 흠집내기'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마이크를 든 이는 정영하 MBC노조위원장. ⓒ곽상아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KBS를 향해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따져 편성과 보도의 내용이 확정되는 공영방송 KBS의 현실 앞에서 시민사회와 시청자들은 무력감과 절망감마저 느낀다"며 "꼬박꼬박 내는 수신료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정권의 나팔을 부는 데 사용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MBC에 대해서는 "'낙하산 사장' 김재철 씨에게 장악된 MBC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후의 발악을 벌이고 있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본 책무는 물론 공영방송의 허울마저 벗어던지고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뛰어든 것은 부정한 사익을 위해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을 약탈해 흉기화한 것 이상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태섭 민언련 공동대표는 "정권에 장악된 두 공영방송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 '괴물'이다. 여야 후보들에 대한 보도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극단을 달린다"며 "공영방송의 기본적인 책무를 벗어던지는 것을 넘어서 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선거운동' MBC…노조위원장 "MBC 보지 말라"

두 공영방송의 새누리당 편향 보도에 대한 비판은 방송사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MBC노조는 4일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MBC정치부가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한 방법으로 여당 후보를 위한 편파보도를 자행하고 있다"며 "'선거보도'가 아니라 '선거운동'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MBC노조의 기자 조합원들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대선 보도 집중 모니터'에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안철수 전 후보의 해단식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3일 저녁 <뉴스데스크>만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박근혜 후보의 빈소 방문'을 톱으로 보도했음을 지적하며, 뒤늦은 보도에서도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핵심적 내용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초에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는 문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는 안철수 전 후보의 육성을 기사에 포함시켰으나 데스크와 부장이 해당 육성을 뺐다.

타사 기사와 달리 '조만간 (문재인 후보) 지원 방식을 결정해 지원할 것'이라는 유민영 대변인의 발언이나, 선거법 위반 소지로 인해 안 후보의 발언 수위가 낮을 수 있다는 내용도 MBC 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리포트의 전체 내용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새 정치를 강조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판박이처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또, 보고서는 △MBC가 박근혜 펀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하면서도 문재인-안철수 펀드에 대해서는 비슷한 톤으로 보도한 적이 없으며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막말'에 대해 침묵한 것과 달리 민주당 안도현 선대위원장의 실언은 앞뒤 맥락을 잘라 보도했고 △문재인 후보 유세 리포트를 통합진보당의 '연대 촉구'로 마무리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황용구 MBC 보도국장은 "공정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지적 가운데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며 "아주 자잘한 것까지 편파보도라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있던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 할지라도, 그 사안들이 특정 후보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배치되고 재단된다면 그것은 '꼼꼼하고 철저한 편파보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MBC 동료 기자들의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김장겸 정치부장과 정치부원들은 일절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4일 MBC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MBC의 대선보도를 보는 것은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도자료, 영상자료를 훑어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대선 전에는 MBC를 보지 말고, 아예 채널을 지우는 수밖에 없다"며 "만약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면 정반대로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 대선이 끝나고 MBC의 부역질을 스스로 청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편들기' KBS…새 노조 "이제는 안보장사까지?"

대선을 앞두고 일일 모니터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KBS 새 노조 역시 KBS뉴스가 박근혜 후보에게 편향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새 노조는 "새누리당의 항의방문 이후 15일부터 25일까지 박근혜 후보 비판이 전무하다"(11월 26일) "후보별 이미지 조작으로 87년 대선을 연상시킨다"(11월 27일) "(단독토론 관련) 박 후보의 입장에서 철저히 홍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11월 28일) "박근혜 후보 측에 불리한 내용은 '공방'으로 표현한다"(11월 29일) "문재인 부인의 다운계약서 논란에 대해서는 다루면서도 박지만의 룸살롱 건물 임대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11월 30일)고 비판했다.

4일에는 11월 3일부터 지난 2일까지 한달 동안 지상파 3사의 안보, 북한 관련 뉴스를 분석한 결과 KBS가 14개의 리포트를 방송해 MBC(11개), SBS(8개)보다 많은 양을 보도했으며 아이템 배열 순서에서도 타사에 비해 윗쪽에 배치했음을 지적했다.

새 노조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보도에서는 타사에 비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KBS뉴스가 유독 북한과 안보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량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었다"며 "각별한 검증과 절제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보도에서 KBS 뉴스는 흥분하고 있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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