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MBC가 강릉-삼척 MBC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삼척 MBC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진주-창원MBC 통폐합 과정에서 지역민과 사내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권고한 바 있으나 이번 강릉-삼척 통폐합 과정도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강릉-삼척 구성원들은 통합에 여부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지만 성원이 되지 않아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한 바 있다. 정대균 MBC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구성원들이 통합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성원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 때 (통폐합은)이미 끝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진주MBC 구성원 및 지역MBC 구성원,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 등 진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방통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미디어스

MBC는 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지역MBC 통폐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7일 이사회 결의, 20일 방문진 보고, 연내 주주총회 개최, 내년 1월 20일 방통위원회 보고라는 구체적 일정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 MBC사장은 임기 동안 꾸준히 지역사 통폐합을 추진해 왔다. 가장 먼저 통합된 곳은 진주-창원 MBC다. MBC는 지난해 8월 8일 방통위 의결을 거쳐 9월 1일 두 사가 합쳐진 MBC 경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MBC 측에서 주장한 시너지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역 여론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 지역성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남두용 진주MBC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통합의 시너지가 무엇인지 회의가 굉장히 깊다"고 밝혔다.남두용 지부장은 "진주와 창원 연주소가 60Km 떨어져 있어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피로도도 많다"면서 "통합 이후 방송을 통해 지역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사실상 적고 아침 뉴스투데이는 광역화했는데 예상했던 데로 서부경남 지역의 보도량이 현저히 줄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작용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남두용 지부장은 이번 강릉-삼척 간의 통폐합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남 지부장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면서 "(통폐합으로)지역 밀착, 지역성 구현 등 지역방송의 본령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에 사는 분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느냐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 등을 통해 이뤄져야하는데 지금은 김재철 사장 맘대로 강행하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반드시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의 이 같은 움직임에 지역MBC노조도 발빠르 게 움직이고 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4일 오후 회의를 열고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대균 MBC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재철 사장이 일방적으로 하는 통폐합 추진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은 "강릉·삼척 시내 곳곳에 강제 통폐합 반대 플래카드 설치하고 노조는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시민단체들과도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MBC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MBC 민영화와 관련이 있다. 통폐합해서 지역도 민영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은 "통합해서 효과가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진주-창원MBC통폐합을 봤을 때)전혀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은 "지역MBC는 40년이 다 넘었다. 단순히 방송사로서의 MBC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이고 지역주민들의 자산"이라면서 "주식을 서울MBC가 가지고 있더라도 단순히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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