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발표된 선예의 결혼 소식은 선예에게는 축하할 일이지만, 아이돌계에는 의미심장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선예라는 인물이 대표하는 그룹, 즉 아이돌계의 커다란 획을 그은 사건이기 때문이지요. 개인으로 보면 선예는 한 남자와 결혼을 앞둔 23살의 숙녀입니다. 허나 선예를 가요계를 대표한 인물로 본다면 아이돌 열풍의 중심이자 시발점이나 다른 없었던 원더걸스의 리더였습니다.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 이후 아이돌 시대가 다시 열리게 된 데에는 원더걸스의 공이 큽니다. 빅뱅이 "거짓말", "마지막 인사"로 불을 지폈다면 원더걸스가 "텔미"로 기름을 부으면서 활활 타오른 게 바로 2세대 아이돌 시대였거든요. "텔미"가 없었다면 2세대 아이돌들을 대표하는 "후크송"이 나올 수 없었고, "Gee", "Again & Again" 등을 비롯한 곡들도 힘들었다고 봐야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선예가 리더로 있던 원더걸스는 사실상 한참 닫혀있던 아이돌 시장의 문을 다시 열었던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로 그 선예가 결혼을 선택한 것이에요. 선예의 이런 선택은 현재 아이돌 그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선예의 결혼은 아이돌 시장의 퇴보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예의 결혼으로 모든 아이돌이 아이돌을 그만두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원조 아이돌의 시대가 끝난 것도 누군가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젝키가 해체를 선언하며 경쟁그룹이었던 H.O.T가 얼마 안 있어 해채했고, 그 뒤를 이어 여성 아이돌의 시작인 S.E.S가 해체했습니다. 경쟁상대가 없어진 핑클 역사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활동에 전념하며 그룹으로서는 활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이렇든 경쟁자가 없는 시장은 자연스레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이게 어떻게 선예의 결혼과 관련이 있을까요? 선예가 결혼을 하게 되면 원걸은 예전 핑클과 같은 길을 가게 되기가 싶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아이돌 시장은 남자 아이돌은 빅뱅, 여자 아이돌은 소녀시대의 원탑 시대가 된 지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2008 - 빅뱅 vs 동방신기 / 원더걸스 vs 소시
2009 - 빅뱅 vs 2PM / 소녀시대 vs 원더걸스, 2NE1, 카라
2010 - 빅뱅 vs 2AM & C.N. Blue / 소녀시대 vs 2NE1

이렇듯 아이돌계에는 항상 라이벌 관계가 구축돼 있었는데, 2011년부터 그 라이벌 관계가 사라지고 원탑시대로 접어들자 아이돌 시장이 약해지기 시작했죠. 이런 상황에 원탑을 누리고 있는 아이돌조차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적인 요인 즉 대중의 귀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나는 가수다>로 인해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요계에서 아이돌의 영향력이 확실히 줄어든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 선예의 결혼은 마치 선예가 아이돌을 그만두는 것처럼 비춰지고 원걸이 해체 내지 무기한 활동 중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에, 즉 가장 잘나갔던 원걸이 아이돌을 그만두는 모양새이기에 파장이 클 듯합니다.

"원걸의 선예도 아이돌을 그만두는데..."라는 생각이 아이돌 시장에 퍼져가기 시작하면 아이돌 시장이 더 이상 수익 사업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시장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사실상 선예의 결혼이 아이돌 시장 위축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의 변화는 아이돌의 연애시대(?)입니다. 선예의 결혼은 원조 아이돌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다시 살아난 현재 아이돌 사이에서도 "공개 연애"는 꿈꾸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구하라-용준형, 종현-신세경 (이제는 아님) 등이 공개연애를 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숨기려다 걸린 것이지 먼저 공개하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허나 요즘 아이돌의 연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결혼했어요> 같이 아예 대놓고 연애를 하는 프로그램의 등장, 그리고 아이돌을 15년 이상 지켜본 삼촌팬, 이모팬들의 존재 그리고 몇몇 아이돌들의 공개 연애 등은 대중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연애가 익숙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거기에 원조 아이돌들의 "우리 다 예전에 연애했었다"라고백도 도움이 되었구요.

예전에는 X맨의 "당연하지" 같은 프로그램에서 조금만 로맨틱해도 미니홈피가 테러되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는 아무렇게 않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신동의 고백, 그리고 결혼발표 전에 있던 선예의 남친에 대한 고백은 많은 팬들에게도 "아이돌들은 다 연애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예는 공개연애도 아닌 결혼으로 팬과 아이돌 사이의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는 그런 대담함을 발휘합니다. 이미 선예의 연애 사실을 알고 있던 팬들과 대중에게는 결혼마저도 거부감은 들지 않는 상태에까지 이른 거죠.

"아이돌은 연애하면 안 된다"라는 금기를 넘어 "아이돌도 결혼한다"를 보여준 선예의 행보는 팬들이나 아이돌의 호기심 내지 모험심을 자극할 수 있어요. 아이돌들은 "원걸의 선예는 결혼까지 하는데 연애 정도야 뭐..."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아이돌들의 팬들 역시 "누구는 결혼도 하는데 연애 정도야 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돌이나 팬들이 쉽게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2세대에는 연애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좀 더 숨통 트이는 아이돌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이런 예상과는 다르게 선예의 결혼은 그저 원걸의 퇴보 정도에서 멈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아이돌 시장에 원더걸스의 위치와 상징성이 있기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자고 있었던 아이돌 시장을 일으키며 "아이돌 시대"를 다시 연 원더걸스의 선예, 이제 6년 만에, 아이돌로서는 하기 힘든 엄청난 선택으로 아이돌계를 뒤집어 놓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선예는 원더걸이긴 원더걸인가 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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