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삼성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한 반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신문은 특검을 비판하고 삼성을 방어하는 기사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보도와 한국 저널리즘의 현실' 토론회에서 "한국 신문의 삼성 비자금 내용 보도 분석"이란 제목의 주제로 발제를 맡은 심훈·송현주 교수(한림대 언론정보학부)는 삼성 비자금 보도와 관련 "언론사들의 보도가 크게 갈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10월 29일부터 2008년 3월 31일까지의 경향신문, 조선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신문을 대상으로 '삼성 비자금' '김용철' '삼성 특검'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한 결과를 발표했다.

▲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보도와 한국 저널리즘의 현실' 토론회가 열렸다 ⓒ송선영
경향신문,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 가장 많아

먼저 삼성 특검을 가장 많이 다룬 신문은 경향신문으로 총 147건을 보도했고, 이어 한겨레 125건, 한국경제신문 98건, 조선일보 81건, 중앙일보 68건, 매일경제신문 55건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 특검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한 숫자는 경향신문 123건, 한겨레 95건, 한국경제 90건, 조선일보 66건, 중앙일보 61건, 매일경제가 49건이었다. 매일경제와 중앙일보의 경우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단 한건의 사설도 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용면에서는 조선일보의 경우 "삼성 계열사나 임직원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17건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고, 중앙일보는 특검 도입에 반대·비판하는 기사가 13건으로 전체의 19.3%를 차지했다.

이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삼성 비자금과 관련한 주요 혐의를 보도한 경우가 각각 26건(17.7%)와 25건(20.0%)이었으며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신문은 특검의 부정적 영향이나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기사의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훈 교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시작부터 끝까지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한 반면 중앙일보와 두 경제신문은 특검을 비판하고 삼성을 방어하는 기사의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심훈 한림대 교수 "동일한 사건에 다른 태도를 보인 것, 언론 스스로 반성해야"

심 교수는 특히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두드러지게 삼성을 비판하거나 옹호하지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특검 도입 과정이나 특검 수사의 진행과 관련해 기사 내용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신문사별 기사 생산 분포도. (출처:심훈 한림대 교수)
심 교수는 이어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진 후 5개월 동안 6개 중앙일간지가 보여준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는 언론사별 입장을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면서 "이는 한국 최대이자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삼성 그룹의 부도덕에 대한 언론의 자세가 정치·경제·사회적 관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또한 "사실 전달과 객관성 및 형평성 유지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었지만 삼성 비자금 사태를 둘러싼 6개 중앙 일간지의 태도는 극과 극이었다"면서 "언론이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른 태도를 견지한다는 것은 언론 스스로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 "삼성의 문제는 한국 언론의 문제"

토론자로 참석한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는 "대부분의 언론은 삼성 사건을 사회면 구석진 면에 보도하며 줄곧 외면했고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보도하는 시늉만 했다"며 "보도를 하면서도 양쪽의 공방이 벌어지는 것처럼 해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곽 기자는 "사회가 언론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동시에 올바른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삼성 사건으로 자본 권력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보수신문과 진보신문, 그리고 경제지의 상반된 보도 태도를 대비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는 당연히 상반될 수 있다"면서 "연구 결과에는 동의하지만 삼성 의혹 보도는 진실 추구의 문제이지 '친삼성 반삼성'의 문제가 아니고 단순한 중립의 문제를 갖고 따지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언론과 광고주 조직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정당하냐,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광고 자체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것 보단 어느 정도까지 광고의 영향력을 감내할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대기업 홍보와 언론 보도의 이해상충 모델' 발제를 맡은 정연구·최영재 교수(한림대 언론정보학부)는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처럼 대기업의 언론에 대한 이해상충 관리가 오히려 사회적 비난을 사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주도 관리하고 있는 언론의 이해상충 모델은 장기적으로 기업과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치명적으로 감퇴시키기에 와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 주최와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으로 개최된 이날 토론회는 △임영호 교수(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욱 수석 연구위원(한국언론재단) △이승선 교수(충남대 언론정보학부) △김승수 교수(전북대 광고홍보학) △손영준 교수(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강미선 교수(선문대 광고홍보학) △양병철 교수(한림대 초빙교수) △정동우 교수(건국대) 등이 참여해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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