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출범 이후 '편파방송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길환영 KBS 사장 내정자가 23일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당초, 길환영 사장은 오는 26일 사장으로서 첫 출근을 하고 취임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KBS 양대 노동조합이 '출근저지'를 예고하자 갑자기 23일 오후 3시 취임식을 개최했다.

▲ KBS노조와 KBS새노조 조합원 50여명이 길환영 신임 KBS사장 취임식에 들어가기 위해 청경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미디어스

KBS새 노조에 따르면, 취임식 개최 3시간 전인 23일 오전 11시 59분에야 직원들에게 '취임식 개최' 사실이 공지됐으며 취임 관련 담당 부서 간부들 조차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양대 노조는 길환영 사장의 '기습 취임'을 막기 위해 취임식 장소로 알려진 KBS 본관 공개홀 진입을 시도했으나, KBS 사측은 이미 오후 1시경부터 청경을 동원해 공개홀로 가는 입구를 봉쇄해 청경들과 노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길환영 KBS 사장은 청경들의 도움으로 3시 취임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며, 취임식을 통해 "저는 KBS 출신으로서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되는 첫 번째 사례다" "내년은 공사 출범 40년이 되는 해로 이처럼 뜻깊은 때에 공사 역사상 최초로 합법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내부승진 사장이 취임하게 된 것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 KBS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길환영 사장 역시 야당 KBS 이사들과 KBS 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 추천 KBS 이사들의 몰표를 받으며 선임돼 '부역사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길환영 사장은 노조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노사관계의 새 출발과 대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거 10여년간 한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특별대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내부의 대통합과 노사 상생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사원 여러분과 노동조합의 아낌없는 지원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KBS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 지배구조개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되도록 필요한 준비를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의 공정성 담보를 위한 국장책임제 등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전체 구성원이 의견을 모은다면 제작과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고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함께 찾을 용의가 있다"며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논의는 TF팀을 구성해서 담당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 양대 노조가 구호를 외치며 길환영 사장 기습 취임식의 반발하고 있다. ⓒ미디어스

KBS의 숙원 과제인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는 "수신료 인상 추진 시기는 KBS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후,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수신료산정위원회가 조기에 구성되도록 정관계와 학계, 시민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공영방송을 향유하는 사회적 비용개념을 충실히 이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의 기습 취임식 직후 성명을 발표해 "취임도 하기 전에 취임식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불신임 88%에 정권부역의 대가로 사장이 된 길환영에게 최소한의 품위와 체면을 기대할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기가 막힌 꼼수를 부릴 줄은 몰랐다"라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을 향해 "무엇이 그리도 켕겨 도둑 취임식을 강행한 것인가? 그 이유는 본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며 "길환영은 김인규 특보 사장과 함께 등장해 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치면서 KBS를 MB정권에 헌납했고, 올해 초에는 새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징계를 주도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자"라고 강조했다.

새 노조는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봐서 길환영은 이보다 더 야비하고 뻔뻔한 짓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신은 앞으로 영원히 KBS 사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BS는 "대선을 앞두고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공영방송에 업무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앞당겨 취임식을 실시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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