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였던가. 한 후배한테 휴대폰 문자가 왔다. 자신이 활동하는 인터넷까페에서 광우병 미국소를 반대하는 '촛불 집회'를 한다며 같이 가자는 내용이었다. 그 친구는 아이돌 스타에 관심이 많고 늘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니며 랩을 따라부르는 20대 청년 백수다.

무슨 까페냐고 물으니 '소울 드레서'라며 국내외 패션정보를 나누는 까페라고 했다. 뜬금없는 소리다 싶었는데 청계천 광장에 나가보니 정말 교복소녀부터 다양한 차림의 젊은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한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네티즌과 수많은 시민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저녁 7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조중동 불꺼"를 외치면서 말이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인터넷까페 '소울 드레서'는 '바른 말하는 언론사를 후원하자'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후배의 자랑에 17일자 한겨레와 19일자 경향신문을 찾아보니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면서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광고가 실려있었다. 곧바로 정부의 반박 보도자료가 나왔고 다른 인터넷커뮤니티의 의견광고가 계속됐을 정도로 이들 광고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 인터넷까페 '소울드레서(cafe.daum.net/SoulDresser)'의 대문 화면. 까페 회원이 직접 디자인 했다. ⓒ 소울드레서
2차 후원광고를 준비중이라기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현재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절실히 느끼게 됐다. 어렵사리 건너건너 까페 회원 중 후원광고 모금 진행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왜 인터뷰 하시려는 거죠?" 수화기 너머의 경계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인터뷰 취지와 질문지, 언론사 소개 등을 담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인터뷰 성사까지는 상당한 절차가 필요한 것 같았다. 질문내용에 대해 까페 회원들의 토론을 거쳐야 하며 그 이후 인터뷰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윽고 기다림 끝에 "인터뷰해도 좋겠다"는 반가운 답메일을 받았다. 그는 일간지 'ㄱ'의 경우는 인터뷰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필자를 포함해 본지 기자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오뎅국물을 들이키며 촛불집회에 번갈아 나가고 있다.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의 평생 절독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현장에 나가보면 시민들은 "어디 언론사의 누구냐"며 기자들을 우선 경계의 눈초리로 본다.

지금은 한가하게 텔레비전 화면 속에, 혹은 신문지 속에 들어 앉아서 '광우병 촛불집회' 정국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분석하며 걱정하며 토론만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소울드레서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끝으로 까페에서 모금 진행을 맡은 'ⓧ잇백속칙힌'님이 인터뷰 답변과 함께 회원들의 댓글을 보내와 일부 싣고자 한다. 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을 '인터넷 괴담'으로 규정짓고 있는 정부와 언론에 대한 의견이다. (참고로, 닉네임 앞의 ⓧ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붙이기 시작한 기호로 '쇠고기 수입 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쌩쌩달려 / 국민들이 정부를 세워준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라고 해준 게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효율적으로 나라를 운영해 주라는 겁니다. 뽑힌 뒤에도 국민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수렴하고 결정해야지 왜 국민들의 의견을 괴담이라는 두 글자로 막아버리는 겁니까?

ⓧ니토 / 광우병이 뭔가 하고 자료를 뒤졌더니 조중동 자료가 나와. 그래서 '이거 위험하다 '싶어 퍼트렸더니 괴담이래. 괴담의 원천은 조중동이고 배후세력은 한나라당이다. 정부는 한나라당+조중동을 잡아가라.

ⓧ기생수 / 물론 인터넷의 특성상 사실과 다른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백 번 양보해서 '괴담'이라고 치더라도 그런 '괴담'이 왜 생겨나게 됐는지부터 정부와 보수언론은 생각해보길 바람. 정부측의 명쾌한 해명이 있었다면 '괴담'이 생겼을까요?

ⓧ생강가루 / 여론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겠다는 정부입장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여러 정책도 전혀 국민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을 위협하는 수준의 것들이지만 무엇보다 여론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국민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태도가 가장 괘씸합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민주주의적이지 않을뿐더러 아주 낡고 무식한 생각이에요. 국민은 여론생산자로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정부는 전혀 발을 못 맞추고 있단 큰 증거가 바로 정부의 괴담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휴휴 / 인터넷 괴담이라...한국 사람이 마블링이 들어간 소고기를 좋아해서 비싼 사료 먹여가면서 30개월 이상 소를 키운다는 이상길 식품산업본부 축산정책단장 말이 괴담인가요? 아니면 한 마리의 송아지를 낳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2년, 두 마리의 송아지를 낳으려면 최소 36개월이 넘어 어쩔 수 없이 30개월 이상 소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축산 시스템을 지적한 글이 괴담일까요? 이것을 보고도 국민이 무엇이 괴담인지 판단할 수준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쟝군님 / 자기 말 자기가 뒤집는 조중동, 전세계가 불안에 떠는 광우병을 99.9% 안전하다고 우기는 정부, 누가 괴담을 퍼뜨리고 있습니까? 괴담설로도 모자라서 이제 촛불집회에 배후세력설, 좌파 빨갱이 선동설까지 내놓고 있는 정부, 과대망상 환자 아닌지요?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되고 과대망상 증상까지 아주 심각하니 단체로 들어다 정신병원에 갖다 넣어야죠. 저런 금치산자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앉아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자발적미성년 / 네티즌들도 사실 컴퓨터만 끄고 거리로 나서면 당신네들이 굽실거리는 국민이요, 유권자요, 독자인데 왜 인터넷상에서 하는 얘기라고 우습게 보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막상 조중동에서 말해주는 내용만 가감 없이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보다 자발적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네티즌들이 괴담에 흔들릴 가능성이 더 적은 거 아닌가요?

ⓧ쥐박멸 / 정부와 조중동이 말하는 괴담, 그거 작년까지 자기들 입으로 떠들었던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네티즌이 퍼트리는 괴담이라고 헛소리를 하시지요.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는, 그들이 흔히 말하는 괴담성 글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일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는 정부와 조중동. 말 바꾸기와 변명을 밥 먹듯이 하는 그들을, 뭘 믿고 국민들이 조용히 지켜볼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네티즌이 국민과 다르다고 착각합니다. 네티즌이 곧 국민입니다. 그 수많은 네티즌들이, 당신들이 무시하고 귀와 눈을 막으려고 해도 스스로 깨우치는 국민이란 말입니다. 국민들의 외침을 한낱 괴담이나 떼쓰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으니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이명박은 물러나고 조중동은 폐간되는 수밖에.

ⓧ 마른장작st / 지금 말하는 괴담은 언론이 작년 말까지도 진실이라며 보도하던 것들이다. 정부도 작년까지도 그 괴담을 서류상으로 이야기했었고. 근데 지금은 그 모든 게 괴담이란다. 어제 한 말 다르고 지금 한 말 다른 그들의 존재 자체가 괴담이 아닌가?

ⓧ살기위해 /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마저 저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이 원하는 방식대로의 변화뿐입니다.

ⓧ 제이 앤 ... /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언론수준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소수언론과 지식인들을 위해 성숙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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