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 이하 한연노)이 'KBS 촬영거부'를 선언한 지 9일째 되는 20일, 배우 이순재 등 원로 연기자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KBS를 향해 출연료 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 원로 연기자들은 2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KBS의 출연료 지급'을 촉구했다. ⓒ곽상아

배우 이순재씨는 20일 오후 4시 한연노 주최의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특수한 드라마제작구조에서 밤낮으로 일을 하면서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지금까지 방송을 해왔는데, 연기자들이 돈을 받지 못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라며 "한류라고 해서 우리 드라마들이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나 그 우수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들이 정작 출연료도 못받고 있다. 참으로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순재씨는 이어 "이번만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돼온 문제이기 때문에, 이제는 (근본원인을 뿌리뽑을 수 있는)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방송국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식구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방송국에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배우 김영철씨 역시 "지금 동료들이 굉장히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일을 하고 돈을 받지 못하고, 제 값어치대로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50분 계약을 했으면서 60분 방송이 나가고, 외주제작이라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저희는 기본권을 호소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영철씨는 "이렇게 노조 타이틀을 걸고 앞장선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다른 선배님들께서도 큰 용기를 내서 나오셨는데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가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배우 송재호씨는 "예전에는 방송국으로부터 (출연료를) 꼬박꼬박 받았지만, 외주제작을 시작하면서부터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국에 이러쿵 저러쿵 사정도 했으나 방송국은 들어주지 않았다"며 "그래서 결국 이런 자리까지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송재호씨 역시 2010년 KBS 드라마 <도망자>에 출연했으나 출연료를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송씨는 이를 두고, "(내 경우에는)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연기를 했는데 출연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영방송인 KBS가 왜 연기자들 출연료를 안주는지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로 배우 최명수씨도 "사실 이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 방송사가 연기자 출연료에 대해서는 직접 지불하든지, 아니면 (출연료 지급을) 다른 방법으로라도 보장하면 되는 것"이라며 "교통사고가 여러 번 일어난 곳에는 교통사고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최명수씨는 이어 "연기자들 가운데 KBS 성우실, 탤런트실에서 배출된 이들이 3분의 2 이상인데 KBS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일반적인 사용자 관점으로만 대하는 것 같다"며 "KBS가 가족의 입장에 서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연노는 KBS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프레지던트> <정글피쉬2> 등 출연료 약 13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12일 'KBS 촬영거부'를 선언했다. 한연노가 KBS에게 요구하는 것은 △출연료 지급보증 약속 즉각 이행 △단체협약 준수 △출연료와 수당 현실화 △미지급 출연료 13억원 지불 등 4가지다.

1988년 설립된 한연노는 KBS, MBC, SBS, EBS와 종편 케이블TV 등에서 활약하는 탤런트, 성우, 개그맨, 무슨연기자, 연극인 5000여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의 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