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가 가장 바람직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지도자의 4가지 유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똑게, 똑부, 멍게, 멍부.” 바람직한 순서대로 적은 것이다.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다. 이 때 ‘똑똑하다’ 함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모른 척하며, 전체적인 상황 파악과 크고 중요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이 네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얼핏 보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가장 바람직할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처음에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로 인해 그 조직의 성과, 생산성과 효율성이 올라가겠지만 얼마 안 가 조직원들이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해 “당신이 잘나고 유능하니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다 알아서 하시오!”라며 손을 놓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조직 전체가 움직이지 않거나 게으르게 된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5월30일자 5면.
최악의 유형: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 잘못된 결정 바로 시행

그래서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악의 유형은 어느 것일까? ‘멍청하고 부지런한’ 경우다.

‘멍게,’ 즉 ‘멍청하고 게으른’ 경우가 최악일 것 같은데, 실제는 ‘멍부,’ 즉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을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기 때문에 결정 이후 피드백(feedback)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라도 있다. 하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린 뒤 바로 바로 실행해 버리기 때문에 바로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이 4가지 유형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게으른 지도자인지 부지런한 지도자인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유형에 속할까? 어느 유형이라고 스스로 생각할까?

문제는 똑똑한가 아닌가를 판단하는데 있는 듯하다. 똑똑하다는 것의 정확한 개념이나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마치 말을 잘하고 기억력이 좋아 수치를 정확하게 외우는 것 등만 갖고 똑똑하다고 판단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나무’만 보아서는 안된다. ‘숲’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숲만 보아서도 안된다. 산을 보아야 한다. 산을 보고, 숲을 보고 그리고 나무를 보아야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유능한 지도자는 다른 것 다 제껴두고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한다. 크고 중요한 결정과 판단만 정확하면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우리 지도자들이 남의 평가와 달리, 스스로를 ‘똑똑한 지도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디에 해당할까? 부지런한 것은 알겠는데, 앞의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남들이 그 지도자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 자신이 스스로를 ‘똑똑한’ 지도자 혹은 ‘멍청한’ 지도자 중 어느 쪽으로 생각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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