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기가 막힌 사회풍자를 담아낸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번, 한 번쯤은 지적해 주어야 했던 문제들, 한 번쯤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어야 했던 사건들, 한 번쯤은 꼬집고 넘어가야 했던 일들에 대해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해 왔던 무한도전이었지요. 어제 방송된 못친소 페스티벌 역시 외모지상주의라는 편협하기 그지없는 사회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 시리즈의 연장선상이었는데요.

무한도전은 3개월 전부터 못생긴 연예인들을 초대해서 한바탕 왁자지껄한 축제를 벌여보자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멤버들의 지인들 중에서 못생긴 연예인의 지존이라 생각되는 이들에게 초대장을 전달하고, 초대에 응한 사람들을 불러모아 못친소 페스티벌이라는 축제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었지요.

아무리 웃음을 주기 위한 계획이고, 무한도전이라는 독창적 아이디어 공작소에서 나온 축제라 할지라도, 막상 그 초대장을 건네받는 연예인들에게는 그리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유가 어쨌든 ‘못생긴 이들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요청임은 분명하니까 말입니다. 완전히 기분 나쁜 내색을 할 수도, 그렇다고 무조건 ‘허허’하면서 속 좋게 받아들일 수도 없었던 참 난감한 초대가 아니었나 싶죠.

무한도전 멤버들이 초대한 연예인들은 대중의 생각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김제동, 데프콘, 김영철을 시작으로 김범수, 고창석, 김C, 이적, 윤종신, 하림, 조정치 등 소위 연예계의 못난이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대거 참석했거든요. 이 페스티벌에는 어울리지 않는 권오중이 끼기는 했지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은 무한도전이 마련한 못친소 축제에 제격인 사람들인 듯 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외모 이야기로 시작하고 또 외모 이야기로 끝냅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 많은 연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못생긴 외모였지요. 다른 잡담은 하나도 허락하질 않습니다. 오로지 서로가 서로에게 외모에 대한 비아냥과 인신공격까지 마다하지 않는 조롱으로 한 시간 남짓을 채웠죠.

멤버들끼리의 외모 비하로 시작을 알립니다. 유재석은 정준하에게 ‘형의 이는 죽순 같다’라는 말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죠. 정준하는 ‘네 이는 튀어나온 티눈 같다’라는 말로 반격을 하구요. 가만히 있던 박명수는 가장 못생겼다는 이유로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카메라에 잡혀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외모에 대한 비아냥은 상당히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못친소 페스티벌에 한 명씩 한 명씩 등장하기 시작하자, 멤버들은 못생겨서 환영을 한다는 의미의 박수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외모를 깎아 내리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죠.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연예인을 보며 다른 이들은 키득거리고, 어이없어 하며, 한껏 조롱의 눈빛을 보냅니다. 우리가 외모가 빠지는 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했던 그대로 말이지요.

유희열은 박명수를 가리키며 ‘사람 얼굴을 보면서 불결하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그에게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말을 합니다. 정형돈을 가리키면서는 ‘예전에 정재형과 작업하는 것을 봤는데 가관이더라’라는 폭언을 던지기도 했구요. 지석진은 정준하에게 ‘코끼리 똥’같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하고, 박명수에게는 ‘벌레 유충’ 같다라는 말로 인신공격을 합니다.

이적은 졸지에 서울대 나온 맹꽁이 소리를 듣습니다. 김범수는 못생긴 순서로서는 최고라며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요. 김제동은 생긴 것 하나만으로도 야단맞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더니, 급기야 김C에게 철저하게 무시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게 되는데요. 이렇게 이번 주 무한도전은 초대된 이들의 외모를 씹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조롱하게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조금은 야비한 웃음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모두 무한도전이 이미 계획한 풍자의 한 단면일 뿐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못친소에서 펼치는 이들의 외모 공방전을 통해,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으려 했던 것이지요. 연예인들이 모여 서로 외모를 헐뜯는 3류 유머를 전부라고 여겼다면 무한도전을 너무 얕잡아 본 것입니다.

그들의 오버스러운 축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꽃미남, 성형 미인이 우글거리는 연예계 속에서 못생긴 연예인들도 충분히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과,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함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못친소 페스티벌은 외모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번 주 무한도전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것 외에, 또 다른 한 가지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바로 방송심의위원회의 징계에 대한 일침을 아주 영리하게 쏘아 붙인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예전 무한도전이 방송 중에 ‘멍청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아 징계를 당한 것에 대해서 말이지요.

못친소 페스티벌에 참석한 이들의 외모 비하는 ‘멍청이’라는 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였습니다. 그 제작 의도를 모른 채 듣고 있으면,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발언들이 쉴 새 없이 오고갔던 방송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누가 봐도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어떤 인신공격이나, 저급한 발언들에 딴지를 걸 수 없는 것이죠.

무한도전은 참 똘똘한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비판을 담보로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던 응어리를 풀어버릴 수 있는 일침을 놓은 듯해서 말입니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입니다. 사회 문제를 풍자한 기특한 방송, 거기에 딴지를 거는 이들에 대한 교묘한 일침! 무한도전이 점점 더 기발해 지고 있으며 진화되어 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방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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