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KBS 촬영거부'에 돌입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 이하 한연노)은 KBS가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이미 전액 지급했으며,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외주사의 책임"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KBS가 선정한 외주사는 모두 부도 처리되거나 유령회사가 됐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촬영거부투쟁 출정식 참가자들이 출정식을 마치고 KBS본관 앞으로 이동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한연노는 출연거부 5일째인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 외주제작이 연기자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방송사와 외주사가 계약을 하면서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잘못된 제작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연기자들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며 KBS 외주제작의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

한연노는 "KBS가 중간 하청업체를 통해 제작비 단가를 절반 이하로 낮추고, 미지급 문제를 외주사에 떠넘기는 수법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광고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방송사는 외주제작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막대한 광고료 수입을 독식하는데 반해, 연기자들은 출연료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최소한의 재정능력이나 제작경험, 기술인력, 대표의 경영마인드 등을 검토조차 않고 (외주사에) 편성을 준다.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5개 외주사 모두 드라마를 만든 경력이 전혀 없는 신생기업이었고, 출연료를 떼먹고 모두 부도 처리됐거나 도망가 버렸다"며 "KBS의 외주제작 실태를 보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수준을 넘어 파렴치함의 극한을 치닫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미지급 출연료 규모 (2012년 10월 10일 현재까지)

"KBS, 외주제작 허점 이용해 덤핑계약하며 단물만 빼먹어"

또, 한연노는 KBS가 외주제작 계약을 하면서 다른 분야와 달리 유독 '미술' 부분은 'KBS아트비전'에 직접 비용을 지급하면서 자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연노 미술비는 외주사와 계약한 대로 제작비 안에 다 포함돼 있기 때문에 별도로 미술비를 지급하면 안 된다. 그런데 KBS는 미술비만큼은 외주사와 어떻게 계약을 하더라도 자회사인 'KBS아트비전'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며 "자기들은 세트 사용료 떼일 걱정에 (미술비 만큼은) 직접 지급하는 꼼수를 두면서, 출연료는 외주사에게 물어보라 하니 민낯의 두께가 보통은 넘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KBS가 연기자들에게 직접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방송사가) 편당 제작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덤핑계약을 했으니 거기서 미술비, 출연료를 떼고 나면 외주사에 내려보낼 돈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굳이 제작을 하겠다고 나서는 외주사들이 있다면, 막바지까지 버티다 출연료 떼먹고 스태프 인건비 떼먹고 도망가 버리는 사기꾼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부실 외주사들과 KBS야말로 서로 짜고 출연료를 떼먹는 천하의 사기꾼들"이라며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는 덤핑계약으로 외주사와 연기자의 고혈을 짜낸 죄상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그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연노는 "연기자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가고, 무대 뒤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스태프들의 피와 땀을 수탈하며 오로지 제 잇속을 위해 권력의 칼을 휘둘러온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집단에 다름 아니다"며 "방송콘텐츠 시장을 왜곡하고, 외주제작의 허점을 이용해 덤핑계약에 출연료 떼먹기를 일삼는 자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라고 밝혔다.

KBS "우리는 법적 책임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기자와 KBS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기 때문에, 미지급 출연료는 KBS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라며 "한연노가 출연료를 청구해야 할 대상이 따로 있는데 KBS한테 출연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법률적으로 보면 '생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만약 KBS가 법적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며 "연기자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를 통해 외주사에 출연료를 지급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배재성 실장은 'KBS가 선정한 외주사 5곳은 모두 잠적해 버리지 않았나?'라는 지적에 "잠적했다면 수사기관에 맡겨서 (외주사 대표를 찾은 다음에) 그 외주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기본적으로 다 한 다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이 안 된다면 KBS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하는 게 맞다"며 "한연노가 '출연료 미지급'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정한다면, KBS도 법적 책임은 없지만 공생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도와줄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재성 실장은 "'출연료 미지급'이라고 표현하면서 KBS가 마치 임금을 착취한 것처럼 해놓고 돈 달라고, 협상하자고 하면 이야기가 되겠느냐"며 "한연노가 KBS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허울 뿐인 '미지급' 명분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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