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을 둘러싼 국민적 저항과 이명박 정부 지지율 추락의 원인은 "기존 미디어 지지에 안주한 현 정부의 패착"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29일 저녁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광장(상임공동대표 김중배) 5월 월례포럼에서 경희대 송경재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인터넷에서의 정치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송경재 교수 "MB정부, 인터넷 정치커뮤니케이션 방법 몰라"

▲ 경희대 송경재 교수가 '촛불소녀' 팻말을 들고 발제하고 있다. ⓒ정은경
'알바'를 동원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으로 오히려 국민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한겨레21이 보도한 문화관광체육부 홍보지원국 교육자료에서도 드러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등이 포함된 내용이다.

송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e-공론장의 위상이 강화하면서 일부 보수 미디어의 괴담론이 패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디지털화된 시민들의 여론화 과정을 일부 미디어가 이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 김경달 수석 "쓰는 사람 아닌 읽는 사람의 발견"

토론자로 참석한 네이버 김경달 정책담당수석은 인터넷 광장의 특성으로 "온라인 공간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읽는 사람에 의해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지난 2004년 토론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토론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해봤지만 결정적으로 토론의 품질을 높인 것은 오히려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인터넷은 누군가 갑자기 선동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자정작용을 통해 흐름이 만들어져 가고 있고 한 군데서 꾸준히 이뤄진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좀 더 신뢰할 만 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 상대로 한 소비자운동"

▲ 2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장에서 언론광장 5월 월례포럼이 열렸다. ⓒ정은경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운동이기 때문에 정치적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의 속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좌파정부' '반미정부'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개방하지 않았다고 이념적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웹 2.0 시대, 개별 시민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를 직접 제기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와 시민사회가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는 일이 많아지게 됐다"며 "촛불집회와 경찰 사이에 이를 중재할 정당은 없고 정치력의 부재로 스스로를 더욱더 소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불신의 주체가 언론"이라며 "최소한 중요한 팩트에 대해서는 알려줘야 하는데 언론조차도 그 역할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불안한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권위를 갖고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세상 유영주 기자 "쇠고기는 시민의 행복권 문제"

참세상 유영주 기자는 "지금 대중의 요구는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도 아니고 딱히 정책에 대한 요구라 할 수도 없다"며 "쇠고기는 시민의 건강권, 생활권, 행복권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기존에 조직운동을 해왔던 민주노총이나 시민단체들은 개입하지 못했거나 늦게서야 개입했다"며 "대중의 생활권적 요구에 기존 운동노선을 지향해왔던 조직운동이 개입할 수 있는 간격은 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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