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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 아이유, 그 허망한 욕망의 호명[윤광은의 문화해독기]
윤광은 | 승인 2012.11.13 08:54

   
▲ 9월 9일 오후 인천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2 인천 K-POP콘서트에서 가수 아이유가 깜찍한 무대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은 잠시 ‘바보’가 되어 볼까 한다. 아주 유치한 유비와 가정, 단순한 이분법을 통해 들머리와 논지를 끌고 갈 것이다. 순진한 선의는 미련함으로 구박받고 계산 없이 살다보면 정말로 계산할 돈도 없어지는 세상이지만, 때론 최대한 단순해지는 것이 사태를 명료하게 만든다. 예컨대 모두가 눈치와 체면, 번잡한 타산으로 전전긍긍 할 때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친 어린 소년이 돼보잔 얘기다.

먼저 유치한 가정으로 시작해 보자. 당신의 이름은 ‘국민’이다. 당신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있다. 말하자면 당신의 동생은 ‘국민 여동생’이다. 베이비 로션을 영구 도포해야 할 것 같은 애기 같은 스무 살. 앙큼한 애교로 애간장을 녹이며, 옥구슬처럼 조그만 입을 들썩여 ‘오빠 바라기’를 자임하는 그녀.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평화롭던 어느 날. 당신은 동생의 방 앞에 떨어진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그녀는 웬 반라의 잡놈과 다정히 고개를 맞댄 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이유 모를 배신감에 무너질 듯 경악한 당신. 여동생의 방문을 두드리며 고함을 지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의 분노에 당황한 그녀. 실수로 떨어트린 사진이고, 그저 친한 오빠일 뿐이라 작은 손바닥으로 사래질한다. 나를 지금 바보로 아는 거야? 도대체 왜 내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속이는 거야! 당신은 스무 살 여동생이 불륜이라도 저지른 듯 어깨를 부여잡고 울부짖는다. 분명히 주인공은 오빠와 여동생인데, 이것이 과연 가족드라마일까 아니면 한 편의 사이코드라마일까.

여기 연예인을 향유하는 두 가지 태도가 있다. ‘가족’과 ‘상품’. ‘오빠’부대니, ‘삼촌’팬이니 패밀리쉽을 가장한 지지와 우정의 동심원적 관계, 그리고 인격과 프라이버시까지 바코드를 찍으며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후기 자본주의적 거래. 물론 사태를 단순화하기 위한 단적인 구분이지만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기 위해선 잠시만 더 바보가 되어야 한다.

당신에게 아이돌이 친밀한 우정의 대상이나 ‘여동생’이라면 적어도 그 애정의 크기만큼은 그녀들의 인간성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품안의 철부지 같은 순호한 환상이 깨어지는 건 누군가에겐 참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를 박제로 만들어 미연시 게임 인터페이스 속에 집어넣을 게 아니라면 팬들과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단 걸 받아들여야 한다. 설혹 당신이 여동생의 사진을 발견한 순간을 참지 못하고 방문을 두드렸다 해도, 자신의 내밀함을 굳이 고백하길 꺼린다면 모른 채 넘어가는 게 예의다. 그건 가족이라 해도 침범할 수 없는 닫힌 화장실 문 같은 엄연한 개인의 삶이다.

연예인이 엔터테이먼트 산업의 소산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명시적으로 확정된 계약관계가 없다. 더구나 아이돌의 어디까지를 거래의 대상으로 봐야 할지 애매해진다. 우리는 ‘이지은’이라는 인격체를 ‘아이유’란 가공된 정체성으로 소비한다. 여기서 ‘이지은’이 ‘아이유’로 인코딩될 때 남겨지는 잉여가 있는데 그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신 전속적 영역이다. 하물며 공중도덕을 지켰니 마니도 아닌, 자기 집 소파에서 누구와 사진을 찍든 우리가 궁금해 할 지언정 규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트위터에 실수로 연동되어 올라간 사진에 찍힌 것이 ‘아이유’인지 ‘이지은’인지, 임금님이 용포를 걸쳤는지 벌거벗었는지 보이는 그대로 판단해야 한다. 고객센터 상담원과 통화할 때, 내가 질타할 수 있는 게 제품의 불량인지 애꿎은 상담원인지 분별하는 상식적인 직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명료한 이해를 위해 바보들의 논법을 구사했지만, 사실 이건 도마 위의 무 자르듯 명쾌하게 실감하기 힘든 일이다. 아이돌은 호적에 오르지 않은 여동생이다. 친동생처럼 쓰다듬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음습한 춘정을 자극하는 소비의 대상이다. 기획사들은 걸 그룹 멤버들에게 필살 애교를 연마시키는 동시에 그녀들의 치맛단을 계속해서 가위로 잘라버린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가족이 분해되는 파경 속에서, 자본은 ‘국민’ 마케팅이란 프랑켄슈타인 같은 환상을 동원해 보다 거대한 덩어리를 양가적 구매자로 포섭하려 든다. 우리는 과연 ‘또 하나의 가족’인가?

이 기만적인 부조리의 덫에 걸려든 가련한 공모자들이여. 당신이 차마 알고 싶지 않았던 혹은 모르고 있었다면 차라리 좋았을 은닉된 실재와 대면한 실망 역시 어쩌면 인간적인 것이다. 나는 그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이 가면극의 민낯에 느끼는 분노만큼은 혼종된 정체성으로 사생활의 유혹과 이미지관리에 샌드위치처럼 압박된 어린 소녀들도 괴로웠을 것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조각조각 꿰맨 재봉선으로 뒤덮인 거대한 테디베어 같은 ‘국민 여동생’이란 수사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는 편이 좋다.

자신이 누구와 무슨 사이인지 묵비하는 것은 증명할 필요도 없는 배타적 사생활이다. 이것을 위임받은 소속사의 입장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어주거나, 혹은 개인적인 판단을 내리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아이돌은 연예‘품’이 아닌 연예‘인’이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프라이버시를 인정한다면, 이 경우 당신이 행사할 수도 있는 소비자 권리의 최대치는 더 이상 아이유의 음반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브라운관 속 여동생 서사와 현실의 인격체를 구분하지 않고 두 년놈이 어디까지 간 사이인지 실토하라 주리를 튼다면 제정신 박힌 오빠도 현명한 소비자도 아니다. 

제 몫이라 느끼는 욕망을 손해 보지 않고 관철하려는 고집과 대거리는 그렇잖아도 고단한 삶을 심지어 지끈거리게 만든다. 나는 가끔 세상 사람들이 ‘바보의 날’ 같은 걸 제정해 단 하루만이라도 아이큐 두 자리 수로 퇴행한다면 세계에 누진된 인간적 배려의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스무 살은 일찍 지는 백일홍처럼 아름답고 예민한 시절이다. 그 불안한 유리구슬 같은 젊은 날의 우정과 사랑은 볼펜으로 눌러 쓴 자국처럼 흔적을 남긴다. 아이유, 아니 ‘이지은’의 스무 번째 겨울이 부디 상처로 새겨지지 않길 바라며. ‘국민 여동생’을 둔 ‘오빠’와 ‘삼촌’들이 ‘오빠’답게 ‘삼촌’답게 어른스런 이해심으로 감싸준다면 그 흉터의 깊이는 옅어질지도 모른다.

윤광은  yke0123@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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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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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ㅊㅂ 2013-01-18 01:21:59

    노라/ 지난 기사지만 헛소리가 심해서 댓글;
    글을 똑바로 읽기는 한건가. 저 본문의 내용에서도 소속사의 해명을 믿는 개인의 판단을 믿든 알아서 하라고 나와있고 당신이 말하는 그 '실망'역시 포함되어 있는 내용인데.
    '잉여'에 해당하는 인격과 프라이버시에 대해 감정을 갖을 지언정 요구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한거고. 그들의 사생활이 버스안에서 자위하는 것처럼 풍기문란에 해당하는 죄였나?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삭제

    • 노라 2012-11-14 10:13:46

      서양 문물이 들어온지 백여년, 스스로에 대한 성찰없이 받아들인 개인주의의 씨앗은 고작 백여년 만에 이기주의라는 악취나는 나무로 자라버렸다. 자신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의지로 수많은 사준람들에게 실망감과 당혹감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해명 좀 하라니까 개인의 배타적 영역이란다.
      길거리에서 자위를 하든 버스에서 성행위를 하든 수험생이 자살을 하든 신경쓰지 말자 개인의 배타적 영역이니까   삭제

      • 지나가다가 2012-11-14 10:01:08

        우째우쨰 하다가...기사를 읽게 되었는데....글을 참....잘 쓰시네요...
        특히,패밀리십을 가장한 지지...동심원적 관계,,,,후기 자본주의적 거래...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쳤네요...   삭제

        • 노라 2012-11-14 09:58:36

          아이유에 대해 관심도없고 잘 모르지만, 스스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터, 해킹도 아니고 합성도 아닌 사진을 스스로 업로드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팬들에게 실망감과 당혹감을 안겨준 것은 아이유 자신. 사건의 발단에 대한 고찰없이 개인의 권리라는 글자에 휘둘리는 생각 없는 자들은 어찌 이리 많은 것인가.
            삭제

          • 노라 2012-11-14 09:50:40

            수많은 팬들의 배타적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팬들을 울고웃게 만드는 게 연예인이며 이게 우리가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팬들의 배타적 영역에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자신의 배타적 영역은 지켜달라고?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종북발언을 하던 유신찬양을 하던 입다물고 있어라. 개인의 배타적 영역에 왜 간섭하나.   삭제

            • 노라 2012-11-14 09:44:50

              윤광은/지금 국민들이 용인해주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요? 아이유를 상대로 고소를 했나요 분노에 미쳐 상해를 입혔나요?비록 성인이 되었지만 늘 소녀같고 가녀린 여동생이 있다면 처음으로 방안에 서 그런 사진이 나온다면 당연히 놀라서 상대는 누구냐 술이라도 마시고 실수한건 아니냐 물어볼 것입니다 이게 싸이코드라마로 보이는 사람이 싸이코가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같잖은 해명과 모르쇠 일변도야말로 후안무치입니다   삭제

              • 아시잖아요 2012-11-14 09:30:49

                어째 글내용이 고런고런짓을 한것은 다알지만 사생활 침해하지 말자는 뜻인감?   삭제

                • 국민 2012-11-14 04:47:57

                  사기를 치거나 마약을하거나 불법적인것이아니라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는 존중해주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그런것이 존중되지않고 오히려 매도하는 군중심리가 강합니다.   삭제

                  • ㅇㅅㅇ 2012-11-13 14:54:47

                    여동생 이미지를 팔아서 돈벌어 먹었는데 이제 그 환상을 깨줬으니 결과는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죠.
                    그리고 대중들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이런 기사나 올라오고 ㅉㅉㅉ   삭제

                    • 윤광은 2012-11-13 14:17:23

                      노라,음/ 이분법을 동원하여 글을 전개해나갔지만, 본문을 잘 읽어보시면 당연히 그 부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요는, 연예인이 상품이라도 혹은 인간이라도, 아니면 상품과 인간 그 어디쯤이라도 묵인해줘야 할는 영역은 있다는 것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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