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의 5공 잔재를 청산하겠다.’
-4월27일, 문화부 제2차관 신재민의 제주도 발언

최근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의 행보는 눈부시다. 아니 꼴불견이어서 눈부시다.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이 거의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일개 대위가 서울시청에 앉아서 국내 언론사들의 보도내용을 일일이 검열하였고, 그 검열의 기준이 ‘보도지침’이었다. 그런데 아득한 옛 추억에 잠겨서 일까? 문화부 신재민이 주재한 ‘부처대변인회의’에서 ‘신보도지침’으로 악화될 수 있는 단초들이 드러나고 있다.

▲ 5월27일 발매된 한겨레21 712호.
<미디어오늘> 최근호에 따르면, 신차관은 회의참고자료에서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초 상황을 촛불집회 탄핵서명 등 정치적 이슈화 및 굴욕협상 등 ‘정부책임론’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방송과 인터넷 등에 대한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신재민과 그의 친구들은 ‘원인분석’에 있어서 사이비 진단서를 작성한 것이다. 정부책임론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책임론이 핵심이었고, 출발이었다. 정부가 잘못해서 현재의 촛불문화제가 촛불시위로,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대로로 수위가 높아지고, 초중고생들이 주도하던 촛불이 초중고생들의 학부모가 함께 하면서 주부와 넥타이부대로 옮아붙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즐겨사용하는 대표적인 논리인 광우병에 걸릴 확률로 보자면 ‘벼락 맞을 확률’이라는데, 벼락 맞을 확률을 다시 풀면, 어린아이가 유괴당할 확률과 엇비슷하다. 적어도 세상에 알려진 유괴사건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겨우 열 손가락 안팎이다. 하지만 유괴사건이 터지면 우리 사회는 발칵 뒤집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많은 대안 대책들이 쏟아진다. 학부모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앞에 장사진을 친다.

지금 미친 소로 인한 촛불집회는 바로 어린이 유괴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유사 사건이다.

단지 유괴사건과 광우병공포가 다르다면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정부의 태도다.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인 화두가 될 때 정부가 보이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태도와 달리 광우병 공포에 대해서는 벼락 맞을 확률 운운하며 ‘재수 없는 놈’만 걸리는 병쯤으로 치부하며 미국에 사대하는 태도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정서를 건드릴 것이다.

엄마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패륜이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 급식으로부터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이 쇠고기다. 그 쇠고기는 싼 값의 미국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미국산 중 미친 소가 섞여 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비록 ‘벼락 맞을 확률’이거나 ‘유괴당할 확률’일지언정 확률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그 아이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엄마가 나서고 넥타이 맨 아빠가 함께해서 청계광장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것이며, 그들이 든 촛불이 전국으로 번져가며 햇불이 되고 들불로 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은 청계광장을 아이들의 체험교육 공간으로 평가하여, 아이들과 함께 나와 촛불을 밝힌다고 증언한다.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집사람이 불안해해서 퇴근길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증언한다.

▲ 한겨레 5월28일자 25면.
그런데 문화부 차관이라는 자의 진단과 처방을 보면 전형적인 사이비 의사와 유사하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잘못 진단하면 엉뚱한 처방전이 나오고, 그 처방전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미친 소 공포증후군이 전국을 뻗어나가는 상황인데, 그 진단을 일부 지상파와 인터넷의 악의적인 선전선동 쯤으로 진단하고 있기에 그 처방전이 일부 지상파와 인터넷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로 귀결되는 것이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적대시하는 엽기적인 도발행각을 벌이고 있는 신재민 문화부 차관. 이제 아예 사이비 의사로서 자임하고 나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신재민이 ‘언론계의 5공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신재민이 주도하는 ‘부처대변인회의’를 보면 조선일보 기자 출신 신재민의 평가와 판단, 진단과 처방의 방식이 바로 전형적인 전두환 독재정권의 방식과 아주 닮아있다. 특히 언론통제의 야욕은 거의 ‘5공식’과 동물복제 수준이다. 신재민에게 조언한다면, EBS 광우병 관련 동영상 ‘지식채널e’ 중 ‘17년 후’를 보고 느끼는 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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