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2일> 시즌 1에 이어 시즌2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엄태웅이 갑작스런 결혼을 발표로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간 별다른 스캔들 혹은 열애설도 없이 영화, 드라마, 예능 활동에 주력하던 엄태웅이기에 예상치 못했던 그의 결혼 발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평소 발 빠르게 연예인 사생활을 취재, 보도해왔던 연예 기자들도, 지난 4일 방영된 <1박2일>의 예고편을 보고 나서야 급하게 엄태웅의 결혼 진위여부와 상대 여성에 대해서 확인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엄태웅은 어떻게 연예인의 사생활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007 작전 뺨치는 비밀연애 끝에 얻은 결실을 <1박2일>에 독점으로 제공할 수 있었을까. 이런 중요한 소식을 <1박2일>에 먼저 알린다는 것은 그만큼 엄태웅의 프로그램을 향한 깊은 애정도와 신뢰를 드러낸다. 또한 엄태웅의 결혼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1박2일> 제작진과 출연진도 방송이 나갈 때까지 철저히 함구해준 의리 덕분에 대중은 오직 <1박2일>을 통해서만 서프라이즈 같은 엄태웅의 결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엄태웅의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는 <1박2일>을 통해 처음으로 결혼발표를 하는 이유를 두고, "예능 프로그램은 '1박2일'이 처음이었는데 많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쁜 소식을 '1박 2일'에서 동고동락하는 같은 식구들과 수많은 시청자, 팬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하게 됐다. 많이 축하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박2일>에 출연하기 이전, 연기 활동에만 주력해온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한 것은 작년 3월경이다. 당시 병역비리 의혹에 시달리던 MC몽이 하차하고 5인조로 재편되었던 <1박2일>은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출연진이 필요했고 엄태웅이 새 멤버로 낙점된다. 하지만 엄태웅이 새 멤버로 처음 <1박2일>에 모습을 드러내던 날은, 공교롭게도 MBC <일밤>의 야심작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과 맞붙는 날이었다.

당시 <1박2일>과 <나는 가수다>는 방영 시간대는 달랐지만 김건모, 이소라, YB,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정엽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하여 경연을 벌이고 그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가수를 탈락시킨다는 구조는 대한민국 방송사에 있어서 '센세이션'이나 다름없었다.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가수들을 탈락시킨다는 점 외에도, 황금 시간대에 실력파 뮤지션들의 명품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당시 아이돌판 가요계에 질러있던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따라서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화제도가 <나는 가수다>에 쏠려있던 상황.

이때 <1박2일> 연출을 맡고 있던 나영석 PD는 <나는 가수다>에 쏠려있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작전에 돌입한다. 이름 하여 예고 없이 새 멤버 엄태웅 집에 들이닥치기. 그래서 시청자들은 아무런 꿍꿍이도 모르고 집에서 잠자던 엄태웅의 튼실한 나체를 볼 수 있었고, 그렇게 첫 만남부터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엄태웅은 PD도 바뀌고 출연진도 대거 바뀐 <1박2일>에 남아 지금까지 맹활약 중이다.

올해 <1박2일>이 개편될 당시 <적도의 남자>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앞두고 있었고 배우로서도 충분히 잘나갔던 엄태웅이 굳이 잔류를 선택할 절박한 이유는 없어보였다. 그럼에도 엄태웅은 의외로 프로그램에 남았고, 시즌 1에는 샤프한 외모와는 달리 다소 허술한 이미지만 강했던 반면, 개편 이후 시즌2에서는 다소 침체되었던 <1박2일>을 되살리는 주역으로 거듭나기 이른다.

아무튼 시즌2로 개편할 당시 다소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최재형 PD의 <1박2일>은 다시 감을 되찾았다는 호평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출연 당시 소탈한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만인의 예상을 깨고 동네 바보 형이 되어버린 김승우, 고려대 나온 까칠한 발라더 이미지를 버리고 성충이가 된 성시경, 공익근무 전 예능 페이스를 완전히 되찾은 김종민, 원래 예능감 넘치는 차태현 그리고 초반 설렁설렁한다는 지적을 뒤로하고, 그 뻣뻣한 몸에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는 엄태웅 피디의 넘치는 예능 과욕이 만들어낸 결과다. 여기서 이수근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가 맡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주원은 존재 자체가 귀엽다.

어찌되었던 시즌2 출범 당시에는 정말로 언밸런스하게 보인 일곱 남자의 조합은 의외의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예능의 위상을 되찾았다. 초창기 시즌1에 비해 타이트하지 못하다는 오명을 무색하게 하듯이, 지난 4일 <1박2일>이 선보인 복불복 게임은 재미는 물론 긴장감까지 놓치지 않은 오락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1박2일> 시즌2가 새로 선보인 퇴근 복불복은 <1박2일>에서 빠질 수 없는 묘미 중 하나가 되었다.

최종 퇴근 미션 벌칙자로 선정된 김종민의 벌칙 수행에서 끝날 줄 알았던 <1박2일>은 잠시 뒤 그 누구도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초특급 반전을 이끌어낸다. 본인의 결혼 소식을 <1박2일>에 최초로 독점 공개한 엄태웅 덕분에, 발표 즉시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 엄태웅 결혼과 함께 <1박2일>은 화제의 중심선상에 올라있다.

자신의 연애 및 결혼 소식을 <1박2일>에 무사히 독점 공개한 엄태웅과 방송 매체 통틀어 처음으로 엄태웅의 결혼을 발표하여 높은 화제도를 챙긴 <1박2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최상의 결혼 발표란 이런 것이 아닐까. 가장 축복받을 순간을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처음으로 공유하는 엄태웅. 그는 진짜 <1박2일> 그 자체를 사랑하는 1박2일의 남자였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