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강혜란) 모니터분과는 지난 27일 발표한 '리얼리티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 보고서에서 지난 4월27일부터 5월18일까지 4주간 모니터링 한 결과를 소개,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 5월4일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우리 결혼했어요'.
이벤트하는 남성과 이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여성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남성들의 이벤트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여성은 수동적, 남성은 능동적으로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손에 쥐어주는 역할은 남성이 맡고 이에 여성들은 불만족스러워하거나 감격하는 등의 반응만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커플들 간의 갈등 해결에서도 남성은 '적극적', 여성은 '소극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쌍방의 노력보다는 남성의 주도적 역할로 상황이 결정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그 예로 정형돈에 대해 사오리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지만 더 이상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으며 서인영은 투정 부리는 것에 그치지만 크라운제이는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새로 등장한 연상연하 황보-김현중 커플 김현중이 "믿음직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 "남성이 결혼생활을 이끌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남성 출연자들이 가정에서의 가장 역할을 재연한 것으로 성역할 고정관념 실현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 5월4일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우리 결혼했어요'.
'내조형' 아내의 고정화…"성역할 고정관념 제고해야"

보고서는 또한 솔비와 조여정의 모습을 통해 성역할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고정된 시선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상 남편 앤디의 콘서트에 도시락을 준비해 찾아가는 솔비의 모습은 타 프로그램에서 활달하고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에게 '조용히 내조하는 여성파트너'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커플인 '이휘재-조여정' 커플의 경우, 9살 연상인 이휘재는 '활동적인 남성상'으로, 조여정은 '조용한 현모양처'로 부각돼 진부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기존의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연애 과정에서의 남성의 능동성과 일방성을 남성다움으로 치장하고 여성을 위해 이벤트 하는 남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그리고 있다"면서 "여성의 수동성을 당연하게 여기는 남녀관계의 구도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연예인들의 가상 리얼리티 결혼 쇼라는 형식과 오락 프로그램의 재미에 가려진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을 고려했을 때 제고되어야 할 부분"이며 "주말 가족시청시간대에 편성돼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결혼'과 '가족 내 남녀의 성역할' 문제를 보다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4쌍의 가상 커플이 각각의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가상 리얼리티 쇼로 최근에는 크라운제이-서인영, 앤디-솔비, 황보-김현중, 이휘재-조여정 커플이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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