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7대 국회가 저물어간다. 17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책.입법활동이 활발했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아쉬운 국회가 아닌가 싶다. 신문법.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논란으로 기억되는 17대 문광위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밖의 이슈로 눈을 돌려보면, 한동안 정국을 들끓게 했던 바다이야기 파문도 그렇고, 문화진흥법만 있고 문화기본법에는 무관심한 현실에 더해 문화주권을 지키기 위해 문화계 인사들의 노력으로 마련된 문화다양성협약이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막 시작되는 18대 문광위도 초기부터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미디어법 정비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미디어스
<미디어스> 릴레이 기고를 통해 17대 문광위에서 활동한 의원들의 생생한 육성을 잘 듣고 있다. 17대 국회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18대 문광위에 대한 정책제안 등은 그동안 의원들의 글로 충분할 테니, 나는 여기에 밥숟가락 하나 올려놓는 마음으로 최시중호 방통위와 유인촌 문화부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마인드에 대한 잔소리나 좀 해볼까 한다.

주지하듯이 최근 청와대 인사파동과 광우병 쇠고기정국 등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대언론협박정치'에 대한 우려가 높다. YTN 돌발영상 삭제 압력, MBC <PD수첩> 민형사상 소송,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기사삭제 압력 파문, 방통위의 인터넷 댓글 삭제, KBS에 대한 감사원 표적감사, 경향신문 등 비판언론 광고중단 협박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방통위와 언론중재위, 감사원 등 국가.관련기관에 대한 정부의 사유화다. 엄정 중립해야할 국가기관인 감사원은 정치적 의도로 점철된 KBS 표적감사를 강행하고, 언론중재위는 대통령 눈치를 보며 MBC와 경향신문에 대해 납득 못 할 결정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모든 언론에 대통령의 실정과 광우병 위험은 무조건 가리는 병풍역할을 해달라고 협박하고, 이걸 어기는 언론엔 감사원과 방통위와 언론중재위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불이익을 주면서 공영방송마저 정권의 전리품으로 챙기고자 하는 언론독재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언론탄압 한복판에는 대통령의 멘토를 자임하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있다. 대통령 최측근이라더니 역시 오만과 독선도 대통령을 빼다 닮은 듯 꼬리를 무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가뜩이나 임명전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위원장인데다 중립성이 생명인 방통위원장 자리에는 아무래도 맞지 않아 우려가 크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정부의 언론탄압은 더욱 악랄해질 것이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유인촌 장관의 행보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출범 초기 임기직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압박 사태에는 이명박 정부의 탐욕과 오만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문화정책은 낙하산 인사에 따라 좌우될 일이 아니다. 오페라와 국악에 무슨 친노가 있고 친MB가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기관장 사퇴를 마치 불도저 같이 밀어붙인 유인촌 장관을 보며 문화예술을 앞장서 수호해야 할 장관이 문화예술의 독립성을 앞장서 부수고 있는 것 같아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소통과 포용을 모르는 대통령의 날림철학으로 빚어졌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언론을 대통령의 손바닥 안에 두면서 정권과 언론만 장악하면 사회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은 5공시절에 이미 끝냈어야 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더 이상 정권과 언론이라는 통제수단만으로 억누를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것을 광화문 촛불이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더욱이 정부가 초래한 대국민 소통부재를 단순한 홍보부족으로 보며 언론 탓으로 몰아버리는 행태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비민주적 소통부재와 대언론정책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국민 생명을 우습게 알고, 국민 불안을 괴담으로 몰고,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의 삶을 이제 벼랑끝으로 몰아붙이는 이명박식 ‘불도저독재’가 가져올 국가적 재앙이 두렵다. 대통령이 자신이 바뀌지 않는 한 ‘언론독재’라는 삽날을 단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는 전진, 또 전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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