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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던 인터넷, 실명제 ‘멍에’ 씌운 정치인은 누구?[스케치]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
권순택 기자 | 승인 2012.11.03 23:13

   
▲ 제 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 수상자 5인 ⓒ미디어스
“자라나는 대한민국 인터넷에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터넷실명제)라는 멍에를 씌워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제 인터넷 사회에 망신살을 두루 뻗치는 데 크게 기여한 바, 그 불명예를 널리 알려 후세의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인터넷 멍에의 전당에, 그 쑥스러운 이름을 남긴다”

‘라봉하’, ‘변재일’, ‘원희룡’, ‘이상배’, ‘진대제’. 이들의 공통점은 2007년 시행된 인터넷실명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3일 건국대에서 개최된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에서 제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 시상식에서 수상자 이름이 발표되자 참가자석에서는 일제히 갈채가 쏟아졌다.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라봉하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장, 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 원희룡·이상배·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직책도 정치색도 제각각이었지만 인터넷실명제 도입에는 함께였다. 사용자들에게 인터넷을 '사랑'이 아닌 '스릉'(어금니를 물고 한 발음으로 애증을 나타냄)으로 표현하게 만든 주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제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 시상식을 주최한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과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은 당시 이들의 어록들을 공개했다.

“익명성 즉 익명성의 탈 억제적인 성향 때문에 자기 책임성이 결여되는 것입니다. 자기 책임성을 확보해 사이버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합니다”_라봉하 전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장

“인터넷에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북한의 심리전 활동 매체로도 활용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_이상배 한나라당 의원

“인터넷공간이라고 공명선거를 해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대신 실명제를 도입해 가지고 온라인 인터넷상에서도 공명선거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보완해 보자는 취지입니다”_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인권침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테러가 급증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할 필요성이 크게 늘어난 상황”_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제 인터넷 상의 발언에도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온 만큼 실명제도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우리도 이제 인터넷에서 새로운 자아 찾기와 원칙을 수립해야 할 때”_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넷실명제가 지난 8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을 고려한다면, 당시 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게 입안됐는지는 짐작 가능한 문제다.

특히, 이상배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심리전 활동 매체로도 활용된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참가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4차원 인사”라고 이 전 의원을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원희룡 의원에 대해서는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진대제 장관에 대해서는 “이런 분이 일국의 정통부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공포이고 충격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사회를 본 해멍(별칭)은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판정된 인터넷 실명제를 과거 물심양면으로 법제화 하려 노력한 후보들”이라며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에 멍에를 씌워서 그 가치를 퇴색시키는데 노고를 한 후보들은 아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들의 불명예를 두고두고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인터넷 실명제 도입과 확대에 공을 세운 당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임차식 방통위 전 네트워크정책관에게는 ‘다행히도 아차상’이 수여됐다.

“3인은 자라나는 대한민국 인터넷에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라는 멍에를 씌우기는 했으나, 앞의 5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기여도가 적거나 애매한 구석이 있어 하는 수 없이 그나마 덜 망신스러운 ‘아차상’의 명목으로 인터넷 멍에의 전당에 그 쑥스러운 이름을 남긴다”

주성영 의원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넷 촛불시위가 광우병 괴담을 통해서 번져나갔다”며 “괴담을 증폭시켜 선량한 시민들을 선통하는 우스운 수준의 네티즌들이 많다”며 인터넷실명제 확대를 주장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일일 방문자수 30만 명이던 인터넷실명제 대상을 10만 명으로 확대시켰으며 실무를 봤던 이가 임차식 전 네트워크정책관이다.

“수상자 모두에게 표창장을 오프라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는 게 사회자의 마지막 발언이었다.  

인터넷 권리 선언 발표 “행동할 사람은 우리뿐”

이날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에서는 인터넷 권리 선언이 채택, 발표됐다. 

이들은 “망 사업자들이 (트래픽 차단으로)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는데 인터넷 이용자들이 너무 무감각하다”며 “인터넷 자유를 지켜야하기 때문에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행동할 사람은 우리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선언문에는 △공정이용권 △수사기관의 감청 제한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실명제 폐지 △차별없는 인터넷 접근 환경 구축 △이용자를 주권로서의 정책 수립과정 참여 보장 등이 담겼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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