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착한남자>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송중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많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송중기의 늑대 변신이야기는 감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유형의 착한남자 이야기였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늑대인간이 되지 못한 송중기의 늑대소년, 로망의 극단적인 표출이다
늑대인간 이야기는 무척이나 많은 영화로 재현되고는 했습니다. 워낙 흥미로운 소재라는 점에서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곳곳에서 늑대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창작자들의 동기유발에 좋은 소재로 쓰였습니다.
허밍으로 유명한 <나자리노>의 슬픈 늑대인간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늑대소년>은 한국형 나자리노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강렬함으로 남아있는 전설의 남미판 늑대인간 이야기와 비견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40여 년 전 독재의 칼날이 날카롭고 반공이 일상이었던 시절, 순이(박보영)네 식구들이 집이라고는 두세 채 사람이 사는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옵니다. 폐가 안 좋았던 순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들어온 이 집은 아버지 동업자의 아들인 지태(유연석)가 구매해 들어오게 된 집이었습니다.
순이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가계가 기운 상황에서 지태는 순이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심을 쓴 것이지요. 물론 그 과정에는 탐욕이 존재했습니다. 그들의 알량한 선심이 기가 막힐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삿짐을 날라주는 몇 안 되는 이웃들. 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순이는 밥 먹기가 겁이 날 정도입니다. 정신없이 오가는 수저의 향연이 그녀를 경악스럽게 했으니 말입니다. 배고픈 저녁을 보내고 홀로 일기를 적으며 죽음에 직면한 자신에 신세한탄을 하는 순이는 슬픈 존재였습니다.
감자를 게걸스럽게 먹는 추레한 이 소년. 순이 엄마(장영남)은 그저 버려진 고아라 생각하며 거둬들입니다. 면사무소를 찾아 아이 문제를 의논하기도 하지만, 버려진 아이에 대한 관리가 터무니없는 시대에 해법을 찾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밥상에서 보인 게걸스러움은 늑대소년 철수(송중기)와 비교하면 양반이었습니다. 밥상을 보자 눈이 변하는 철수는 게걸스러움을 넘어선 모습으로 밥상을 접수해 버립니다. 이런 상황이 못마땅한 순이는 철수를 외면하지만, 이미 철수는 순이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철수는 순이와 순자(김향기)를 감싸며 온 몸으로 거대한 철근을 막아냅니다. 인간이라면 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등만 빨갛게 된 철수는 호떡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철수와 순이 가족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철수가 순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지태로 인해 문제가 시작되고 이는 결국 거스를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맙니다.
철수를 해하려는 지태는 동네 양아치들을 불러 야밤에 순이 집으로 들어서고, 위험에 처한 순이를 구하기 위해 숨겨진 늑대소년의 본성은 깨어나고 맙니다. 그 사건으로 군 관련자와 과거 늑대소년을 연구한 박사의 친구까지 불러 늑대소년 철수를 죽이려고 합니다.
순이 가족과 철수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웃음 코드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코믹 영화를 만들면 잘 만들 것 같은 감독의 감성은 웃음을 떠나면 이상하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감정의 판타지'라고 합니다.
존재하기 힘든 늑대소년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감독은 그런 목적에는 성공했던 듯합니다. 말도 안 되는 순수가 마지막에 등장하며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지고지순함을 선보였으니 말입니다.
<늑대소년>에서 남는 것은 송중기가 전부입니다. 거친 늑대소년 연기를 완벽하게 보여준 송중기가 진정 대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드라마 <착한남자>에서도 송중기의 연기가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고 있듯, 영화 <늑대소년>도 송중기의 매력 넘치는 열연이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보영도 열심히 연기를 했지만, 그녀가 출연했던 <과속스캔들>과 <미확인동영상>의 뒤섞은 듯한 연기의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코믹과 절절함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과거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연기를 답습하는 듯한 모습은 매력으로 다가오기는 힘들었으니 말입니다.
순이가 개를 키우는 방법으로 철수를 길들이고, 그렇게 자신에게 충성하는 철수를 잊지 못하지만 그를 살리기 위해 떠나 버린 순이와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남긴 쪽지 하나만 믿고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은 순정남 늑대소년의 애절한 사랑은 어설픔으로 감성적 자극도 반감시켰습니다.
주체를 객체화시켜 철저하게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강요하는 상황에서 매력적인 감성 판타지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늑대소년>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송중기라는 배우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착한남자>를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송중기라는 배우를 <늑대인간>을 통해 재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http://impossibleproject.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