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10월 31일 개봉한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킨 <늑대소년>. 더군다나 <늑대소년>의 경쟁작은 올 가을 최고의 기대작으로 관심을 끈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스카이폴>이다. 아이맥스로도 개봉된 <007 스카이폴>은 화려한 볼거리에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치는 할리우드산 대작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송중기, 박보영 주연에 CJ 엔터테인먼트에 기대고 있다 해도, 잔잔한 멜로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늑대소년> 흥행 성공의 원동력은 첫째, 요즘 제대로 떠오르는 스타 송중기의 힘이다. 성균관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엄친아 꽃미남 이미지로 스타덤에 오른 송중기의 미덕은 단순히 외적 조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의 남다른 외모, 배경을 걷고 오로지 연기만 평가해보아도, 그는 참으로 기가 막히게 연기를 잘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의 송중기 연기도 장안의 화제이지만, <늑대소년>에서 송중기는 <뿌리깊은 나무>, <착한 남자>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연기 내공을 제대로 발휘한다. 대사 없이 몸짓, 표정, 울음소리, 호흡만으로 소녀를 사랑하는 늑대 인간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낸 송중기는 이제 얼굴만 잘생긴 꽃미남 배우가 아니라, 훌륭한 선배들의 뒤를 잇는 착실한 연기파 배우다.

그리고 <과속스캔들>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보영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과속스캔들>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올해 <미확인동영상>에 출연하기까지 박보영 참으로 오래 쉬었다. <과속스캔들>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력과 남성들을 매료시키는 순수한 매력을 발산했다고 하더라도, 4년이라는 기간은 아직 작품 활동이 많지 않았던 박보영이라는 배우를 잊어버리게 할 수 있는 길고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박보영은 오랜 공백기를 무색하게 하듯, <늑대소년>에서 까칠하면서도 속정은 많은 도도한 소녀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게다가 상대역이 말을 못하는 반인간(?)인터라 송중기의 표정, 몸짓만 보고 감정을 잡아야 하는 박보영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제아무리 상대가 자연스레 몰입도가 높아지게 만드는 송중기라고 해도 그는 극중에서 말도 못하는 늑대고, 오직 행동과 눈빛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대사 없이도 늑대인간을 잘 수행한 송중기의 공로가 크기도 하지만, 늑대인간과도 완벽한 호흡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박보영이란 재능 있는 여배우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늑대소년>은 늑대인간과 사람의 교감을 넘어, 하나의 완벽한 멜로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충무로에서 연기, 미모 모두 인정받은 촉망받는 배우 송중기, 박보영의 호연 이외에도 <늑대소년>은 잘 될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늑대인간과 사람의 순수한 감정 교감을 보여주는 <늑대소년>은 '세상에 없던 사랑'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정말로 근래 볼 수 없는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최근 송중기가 맹활약을 펼치는 <착한 남자>에서 강마루도 요즘 보기 힘든 비정상적인 헌신을 보여주지만, <늑대소년>의 늑대소년은 소녀에게도 정말로 아무 것도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저 자신에게 먼저 마음을 문을 열어준 소녀가 행복해지고, 자신은 그 소녀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만 해도 좋단다. 요즘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 있을까?

극중 늑대소년으로 분하긴 했지만 관객들의 눈에 스크린 속의 형체는 늑대인간이 아니라, 송중기일 뿐이다. 소녀를 호의호식하게 해줄 수 있는 궁전이 없을 뿐이지 송중기는 소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고 평생도록 기다릴 수 있는 한 마리의 야수다. 그래서 늑대소년의 헌신에 감동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아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하는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선사한다.

애초 늑대 인간이라는 전설 속 형체를 다룬 <늑대소년>은 진짜 이 세상에 없는 판타지 동화다. 요즘은 과거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알려졌던 늑대들이 오히려 가슴을 찡하게 한다. 반면 진짜 인간들은 늑대의 탈을 쓰고 같은 종족을 위협한다. 순수한 감정이 메말라 한 마리 고독한 늑대처럼 격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겐 이 가을, 더없이 좋을 가슴 따뜻한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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