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치러질 2012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현지 기준으로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 2002년 한국의 제16대 대선과 비교될 만큼의 역동성을 보인다고 평가받는 이번 미국 대선의 키워드는 ‘온라인’이다.

▲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EBS

31일 밤 9시 50분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3부에서는 미국 민주당 오바마 캠페인이 공식 사이트와 조직 운동을 결합해 어떤 식으로 지지자를 끌어 모으는지 탐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선거 전략을 활용해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2012년에는 사후 분석 모임에서 모색한 개선 방안을 과거 전략에 더해 야심차게 재선을 꾀하고 있다.

유권자를 위한 맞춤형 홍보 전략 ‘마이크로 타겟팅’

오바마 캠프에서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성별, 나이, 거주지, 직업, 관심사, 소비 패턴 등 유권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이메일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유권자가 이메일을 받고 보이는 반응에 따라 추후에 받을 이메일의 내용이 다시 수정된다. 그야말로 ‘맞춤형 홍보 방식’, 즉 ‘마이크로 타겟팅(Micro Targeting)’이다.

▲ 유권자들이 받는 이메일의 발신자는 같지만 그 내용은 수신자의 관심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종전의 천편일률적인 대량 전송 이메일과는 차원을 달리한다.ⓒEBS

오바마 캠프에서는 유권자 개인에 대한 통합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각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마이크로 타겟팅을 실시한다. 정치홍보회사 ‘아리스토텔레’로부터 구입한 유권자 정보에 교육 정도, 재산 등의 개인정보를 추가해 맞춤형 메시지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연구하는 것이다. 본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시카고 지역에 위치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일각고래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항은 온통 베일에 싸여 있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공식 사이트를 운영하며 대선 승리의 주역이 된 정치홍보회사 ‘블루스테이트 디지털’이 유권자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맡았다. 이 회사는 유권자 정보를 디지털화해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온 결과 기존의 후보 홍보용 웹사이트를 유권자 정보를 통합하는 도구로 발전시키기에 이르렀다.

유권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사이트(바로가기)에 가입하면서 성별, 나이, 거주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취합된 정보는 시카고에 있는 본부로 보내지고, 캠프에서는 가입자의 재정 상황, 취미 등을 파악하기 위해 SNS를 뒤진다. 또한 캠프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과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의 인맥을 파악하고 주변인들의 자료를 입수해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

▲ 지역 모임을 통해 조직된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관심을 보일 만한 사람들이 모인 행사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EBS

공식 사이트는 유권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지자가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직접 발로 뛰도록 독려한다. 지지자가 홈페이지에 가입하면서 입력한 우편번호를 활용해 지지자의 거주지 인근에서 조직된 지지 모임과 행사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지 모임은 지역, 성적 지향, 인종, 성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러 개 조직되어 있다. 지지자들은 그 중 마음에 드는 모임을 골라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면 된다. 또한 홈페이지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기만 하면 지난 2008년부터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온 지지자뿐만 아니라 대선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지지자까지 홈페이지에 게시된 행사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 지역 모임 지지자들의 교육 현장. 교육을 받고 '지역 리더'로 거듭난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홍보하는 스피커가 된다.ⓒEBS

캠프에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 지지자와 자원봉사자를 지역 모임 리더로 육성하기 위한 조직 ‘캠프 오바마’를 만들었다. ‘캠프 오바마’에서는 ‘주민 조직’이라는 전통적 방법을 가르치는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리더로 거듭난 자원봉사자는 지역 주민들과 지인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홈페이지의 ‘트루스 팀(Truth Team)’에 등록하면 지지자 개인이 직접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롬니 진영의 네거티브 공격에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반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의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은 과거보다 한층 강력해졌다. 대중에게 뉴스가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캠프에서 네거티브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 오바마 캠프의 '트루스 팀'은 롬니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광고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EBS

언론 홍보에 비해 ‘입소문 네트워크’가 네거티브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상기해보았을 때, 200만 명에 육박하는 ‘트루스 팀’이 네거티브 공격을 방어하도록 한 전략은 매우 영리하다고 볼 수 있다.

키보드 워리어는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없다

정리하자면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는 온라인을 통해 잠재적 지지자들의 구미에 맞는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풀뿌리 조직으로 구성해 자발적 선거 운동을 맡기는 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서 ‘인터넷과 풀뿌리 조직의 결합’이라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버몬트 주지사였던 하워드 딘의 실패 사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하워드 딘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선거 전략을 통해 젊은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얻으며 단숨에 민주당의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워드 딘은 당내 경선에서 참패했다. 인터넷 자체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탓이다. 인터넷을 통해 규합한 지지자가 현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상호 간의 약속과 지도력, 즉 ‘조직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하워드 딘은 인터넷으로 ‘동원’한 지지자들을 ‘조직’하는 데 실패했다.

2012년 한국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의 힘을 활용하지 않는 대선 후보는 없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SNS 페이지는 지지자들이 ‘좋아요’, ‘RT’ 기능으로 충성도를 증명해 보이는 장에 머물고 있다.

SNS에서는 관심사와 인맥을 중심으로 하나의 ‘섬’이 구성된다. 각각의 섬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일절 접촉하지 않으며 섬 내부에 소속된 구성원들끼리만 의견을 교환한다. 따라서 SNS 홍보 페이지 개설이 확장성과 홍보 효과의 상승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는 매우 안일하다.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며 클릭수를 높이는 지지자들을 골방에서 끌어낼 유인을 제공하는 것은 대선 후보 캠프의 몫이다.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SNS 페이지는 정치적 자위행위의 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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