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대 국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라면? 나는 주저 없이 ‘바다이야기’와 ‘국정홍보처’를 꼽는다. ‘바다이야기’와 ‘국정홍보처’는 각각 ‘도박 공화국’과 ‘언론탄압’ 사건을 대변하며 지난 정부 정책의 최대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다.

▲ 장윤석 한나라당 국회의원
‘바다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문화부 산하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외국인 관광객과 강원랜드 카지노장에 출입하는 내국인에게만 허가된 도박 게임기를 시내 중심가와 주택가에도 즐길 수 있도록 허가해 줬다. 전국에 도박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황금성’, ‘오션파라다이스’ 등 아류작도 생겨났다. 도박 게임기 업계는 떼돈을 벌었다. 그러나 국민이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도박 빚에 쪼들리다 자살하거나 가출하는 사람이 생기고 가정이 파괴됐다. 시골에서는 피해가 더 컸다. 비닐하우스에서도 도박 게임기가 설치될 정도였다. 이런 ‘바다이야기’를 심판한 곳이 국회 문광위였다. ‘국정감사’를 통해 게임기 ‘바다이야기’는 카지노장의 슬롯머신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밝혔고, 정책 책임자의 아마추어리즘이 어떤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깨닫게 해주었다.

‘바다이야기’가 국민의 정신을 황폐시키려 했다면, 국정홍보처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했다. 국정홍보처는 정부수주 광고를 통해 언론사의 편집권을 통제하려 했고, 특정 언론사를 노골적으로 편애하기도 했다. 절정은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었다. 국정홍보처는 사실상 정부기관 내 기자실을 폐쇄해 언론의 정부 견제기능을 약화시키려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전격 시행되자 그 배경에 더욱 의혹이 증폭됐다. 17대 국회는 이러한 일들로 국정홍보처와 임기 내내 싸워야 했다. 그래도 언론의 자유 수호에는 여야가 없었다. 야당 의원들도 홍보처를 질책했다.

지난 1월 홍보처 직원들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슴이 아팠다. 결국 홍보처는 정권이 바뀌자 폐지됐다. 다행히 기자실 폐지도 없던 일이 됐다.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을 수호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17대 국회에서는 이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케이블TV의 선정성 문제, 공영방송 KBS의 편파방송 문제도 쟁점이었다. 여야 문광위원들은 문화예술계인사들이 이념성향에 따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다함께 노력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17대 국회 문광위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과 언론 정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을 한 것에 자긍심을 가진다. 18대 국회에서도 문광위원들의 치열한 의정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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