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0일 방송에 이어 27일 MBC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300회- 쉼표 특집> 2탄을 이어나갔다.

지난 주, 유재석의 솔직한 심경 고백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감동을 이끌었던 <무한도전>은 정작, 예고편에서 나왔던 노홍철이 눈물을 흘린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쉼표 특집>의 전반적인 내용을 감안할 때, 노홍철이 눈물을 왜 흘리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긴 했으나, 그래도 궁금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27일에 들어서 제대로 밝혀진 노홍철의 눈물 고백은 다소 의외로 다가왔다. 그가 눈물을 흘린 것은 단순히 멤버들에게 고마워서, 그간 <무한도전> 촬영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물론 노홍철이 울컥한 것의 배경에는 단순히 함께 프로그램 촬영하는 동료를 넘어, 친형제처럼 살갑게 지내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김태호PD에 향한 고마움의 정서가 배어있다. 그러나 그가 감정에 벅차 오른 것은, 친 가족 같은 멤버들과의 우정을 넘어 프로 방송인으로서의 고민과 묵직한 책임감까지 묻어난다.

노홍철의 초창기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알겠지만, 갓 연예계에 발을 디뎌놓은 노홍철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였다. 그 당시 우연히 케이블 리포터로 방송계에 입문한 노홍철은 당시 방송활동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던 사업가였다. 때문에 그는 <무한도전>으로 공중파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이후에도 방송에 전념하기보다, 방송 자체를 즐기는 유명인 이미지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이전의 노홍철이 방송 활동을 소홀히 했다거나 대충 했다는 뜻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무한도전> 및 모든 방송 활동에 목이 쉬어라 최선을 다해왔고, 그 덕택에 그는 수많은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꿰차면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러나 점점 방송 활동 연차가 늘어나고 자신을 찾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노홍철은 프로 이전보다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전보다 더 방송에 대한 사명의식을 비롯해 캐릭터 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이른다.

노홍철이 '사기꾼' 캐릭터로 <무한도전>에 큰 활력소를 불어넣고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얻기는 했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그가 진짜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내에서 '호통'치는 악역을 맡은 박명수를 진짜 나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노홍철은 프로그램에서 통용되는 '사기꾼'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발버둥치고 있었다. 행여나 녹화가 끝나고 멤버들에게 살갑게 대하거나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을 주면, 멤버들의 '사기꾼' 캐릭터 몰입도가 떨어질까 봐 노홍철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끙끙 앓고 있었다.

노홍철도 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김태호PD 포함 제작진이 제일 편한 사람들이라는 거. 오히려 노홍철은 <무한도전>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 팀에게는 선물을 주겠는데 자신이 제일로 소중하게 여기는 <무한도전> 팀에게는 선물을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 놓는다.

늘 <무한도전>이 자신에게 0순위면서 정작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존재에게는 애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하겠다고 속병을 앓고 있었던 노홍철의 눈물. 그런데 노홍철의 고백은 그만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 아니었다.

가족과 같기에, 너무나도 친숙한 존재이기에, 매번 마음속으로는 사랑한다, 고맙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를 수백 번 수천 번 되새기면서 정작 그 당사자 앞에서는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투정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욱 자신의 본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어야했는데 편하고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정작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때도 종종 있다.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퉁명스럽고 차가운 말로 가끔 멤버들에게 서운함을 야기한다는 박명수가 정작 개인적으로는 멤버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살가운 형이라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따뜻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데 익숙지 않은 그의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고 보면 진국인데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온 한마디와 남들에게 무심해 보이는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예기치 못하게 상대방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노홍철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다. 자신의 캐릭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가족과 같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들에게 살갑게 대하고픔. 그리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멤버들을 위하고픈 마음과 다르게 자신의 의도된 캐릭터 유지로 행여나 누군가가 오해하고 상처받지 않을까하는 걱정 간의 격렬한 충동.

스스로 어리석은 생각으로 취급하지만, 그만큼 노홍철이 <무한도전> 출연진의 한 사람으로서, 프로 방송인으로서 얼마만큼 노력하고 고뇌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그렇게 마음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본인도 잘 안되지만, 오죽하면 본인 입으로 평상시에 사기꾼이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정도로 노홍철은 정말로 <무한도전>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정체가 밝혀진 노홍철의 눈물 고백이 예상보다 더욱 짠하게 느껴진다. 노홍철을 비롯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이 토요일 한 시간 남짓한 방송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고, 서로를 위해 얼마나 배려하고 마음을 쓰고 있는지. 단순히 잘해줘서 고마워 차원을 떠나 진심으로 한 가족처럼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무한도전>. 그들의 각오대로 앞으로 서로 더 미워하고 서로 더 사랑하면서 더 열심히 뛰는 가족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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