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평식이라는 유명한 영화 평론가가 있다. 이 평론가는 영화 별점을 참 안 주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네티즌들과 다른 평론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울지마 톤즈>, <다크 나이트>도 7점을 줄 정도다. 참고로 박평식 평론가 평점을 보면 7점이면 상당히 좋은 점수다.
그런데 오랜만에 박평식 평론가에게서 8점 이상을 받은 영화가 나왔다. 그것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올해 50돌을 맞았다는 <007 스카이폴>이다. 박평식 평론가가 왜 유독 007 시리즈에 후한 이유는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 별점뿐만 아니라 평도 후하다. “시리즈 최고의 앙상블과 박진감, 폭발력.”
도대체 어느 정도로 잘 만들었기에 박평식 평론가로부터 엄청난 점수를 받았을까. 솔직히 <007 스카이폴>은 크게 기대 안 했다. 그저 007 시리즈고, 다니엘 크레이그 팬이니 봐주자 식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기대는 있었다. 감독이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한 샘 멘더스니까. 드라마적인 부분에 있어서 블록버스터치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지 않겠나 싶은 바람도 있었다.
<007 스카이폴>은 상업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봤을 때 상당히 잘 빠진 영화에 속한다. 물론 실망스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글쓴이는 액션보다 드라마와 배우 그리고 영상미에 더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007 스카이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은 위기에 처한 MI6에서 비롯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 국장 M(주디 덴치 분)은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에게 임무 완성을 요청한다. 그런데 이번에 MI6과 제임스가 맞서야 할 적이 만만치 않다. 결국 제임스는 적과의 싸움 도중 실종되고 국장은 제임스를 사망처리한다.
이제는 미국, 영국이 맞서 싸울 소련이나 제3세계가 사라지거나 시들해져서 그런가. 요즘 첩보물은 주인공이 몸담은 조직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게 유행인가 보다. <007 스카이폴>도 그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였다. 과거 대영제국의 위엄을 지키는 데 한 몫하였던 MI6 비밀요원 양성과 M은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인다. 게다가 MI6 소속 정보 요원들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수많은 정보 요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위기의 M과 MI6을 지킬 자는 제임스 본드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조직과 상관을 구하기 위해 해킹과 관련된 용의자를 찾아 나섰다.
놀랍게도 MI6과 M을 위협하던 이는 과거 MI6에서 정보 요원으로 일했던 실바(하비에르 바르뎀 분)이다. 임무 수행 도중 M과 조직에게 버림받았다는 복수심의 테러 단체의 거두로 성장한 실바는 호시탐탐 M과 MI6의 붕괴를 노렸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에게 너도 역시 나처럼 버림받았다면서 교묘한 심리전을 벌인다. 하지만 조국과 MI6, 그리고 M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던 정보 요원 제임스는 실바와 정면으로 맞서게 되고, 결국 제임스 본드의 고향이자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싫은 스카이폴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다만 M에 집중한 나머지, 과거 시리즈에 비해 미모의 본드 걸들의 활약이 부진했던 것은 남성 팬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초반 이스탄불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기차 위 액션씬 외에 내세울 만한 액션 볼거리가 없는 것도, 제임스 본드만이 자랑하는 최첨단 신무기를 볼 수 없는 것도 007 시리즈 팬들에게는 불만으로 작용할 터.
비록 50년이란 긴 시간과 운명 동안 어쩔 수 없이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의지로 싸우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복하지 않는 사람, 그게 바로 제임스 본드니까. 가끔은 최첨단보다 구식이 편하고 좋을 때가 있다.
참고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제작사와 약 두 편의 연장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향후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두 번이나 볼 수 있다는 점만 해도, 007 시리즈 미래는 밝아 보인다. 10월 26일 대개봉.
한줄 평: 50줄 본드의 정체성 확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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