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스윌리스', '능력자 꾹이', '임팔라', '멍지효', '하로로', '월요커플 개리', '배신자 기린'까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별명들은 <런닝맨> 출연자들의 캐릭터입니다. 국민예능이라 불렸던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의 장점만을 가져와 어느새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런닝맨>의 웃음은 바로 이 다양한 캐릭터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초창기에는 캐릭터 불균형으로 인해 병풍 취급받는 멤버도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캐릭터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멤버 모두가 '주인공' 역할을 해내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해도 지나친 평가는 아니죠.
회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미션이 펼쳐질수록 멤버들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런닝맨> 내에서 '하차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는 개리만 보더라도 제작진이 멤버들의 캐릭터 설정에 얼마나 많이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하차 논란 이후 <런닝맨> 제작진은 매주 개리를 소재로 상황극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멤버들과 개리의 호흡 때문인지, 그 상황극이 아주 재밌게 이어집니다. 자연스레 개리에게는 '하차의 아이콘'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가 조금만 멤버들의 눈에서 멀어져도 "개리, 어디 갔어?" "얼마나 걱정했는데" "옆에 꼭 붙어있어"와 같은 애드리브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식이죠.
하차 논란 직후 방영된 지난 7일 방송을 보면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제작진의 영리함은 돋보였습니다. 광수의 입을 빌어 "이 시대 최고의 사고뭉치"라고 놀리고, 이어 멤버 모두가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서 시청자는 개리의 복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환영할 수 있었습니다.
개리 하차 논란이 웃음으로 승화되는 순간 개리에게는 새로운 캐릭터가 생겼고, 제작진은 이를 아주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21일 방영분에서 개리 없이 오프닝을 시작한 것은 이런 제작진의 노련미가 돋보인 장면이었습니다.
개리가 보이지 않자 김종국은 "개리 어디 갔어?"라며 토크의 물고를 텄고, 최근 <런닝맨>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광수가 "개리형 없으면 불안하다"는 발언으로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뒤늦게 달려온 개리가 "저 이제 그럴 일 없어요"라며 상황극에 녹아드는 순간, 멤버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는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었죠.
제작진의 영리한 개리 활용법은 그 자체가 웃음 코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도 하지만, 여기엔 시청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지가 녹아있습니다. 종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캐릭터를 만들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한데, 시청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런닝맨>은 시청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유쾌하게 터치함으로써 자연스레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하차 논란 이후 개리에게 부여된 새로운 캐릭터는 이런 제작진의 노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런닝맨>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런 캐릭터 속에 녹아있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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