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18번째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촛불문화제 참석한 시민들 68명이 경찰에 연행된 가운데 열린 이번 촛불문화제는 '연행자 석방! 고시반대'의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 청계천 촛불문화제 전경ⓒ윤희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또 다른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을 가득 매웠다.

촛불집회 참가자들, 68명 시민 강제 연행한 경찰 강하게 비판

▲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시민ⓒ윤희상
이번 촛불문화제에서는 지난 주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68명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된 것과 관련한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주를 이뤘다.

무대에 오른 한 시민은 경찰의 무력 진압과 관련해 "과거 5공 정부를 보는 것 같다"며 "저희들은 촛불행사를 민주적으로 하고 있는데 저희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경찰이 어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면서 경찰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시민의 자유 발언이 끝난 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일제히 "연행자를 석방하라" "폭력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민의 발언에 지지를 보냈다.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한 여대생은 "우리의 삶을 위해, 생존권을 위해 나온 사람들을 경찰은 때리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삶의 원리를 이야기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것, 이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여대생은 "역사의 주인은 우리들이고 우리 민중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에 대해 행동해야 한다"며 "분노한 민중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살 이라고 밝힌 한 대학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를 지적한 시민을 사법처리 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잘못했기에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산 쇠고기를 손자와 손녀, 동네 아이들 먹이기 싫어서 나왔다"는 불광동에서 온 60대 남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를 향해 "한마디로 너나먹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주말 촛불문화제를 불법 시위로 규정한 조중동의 보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한 날선 비판 이어져

신촌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한 여학생은 무대에 올라 "어제(25일) 생방송으로 사람들이 연행되는 것을 보고 처음 나왔다"면서 "대형언론사는 (이번) 과장해 거리에 나온 친구들을 폭도로 몰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축소, 왜곡 보도했다"라고 조중동의 보도를 비판했다.

▲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시민@윤희상
이 학생은 이어 "대형언론사(조중동) 기자들은 펜대를 부수고 사표내고 당장 이 자리로 나오라"며 "펜대를 꺾어달라"면서 이 나라의 언론을 믿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스스로를 '커다란 건물 없지만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론'이라고 표현한 '맞불'의 어느 기자는 "조중동은 쓰레기 언론이고 찌라시다"라고 전제한 뒤 "조선일보는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하고 있다"며 조선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기자는 "조중동의 보도처럼 촛불문화제가 불법이라면 과거 4.19와 5.18 그리고 6월 항쟁도 불법인가"라고 반문한 뒤 "주말에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대연합' 청소년들은 자유 발언 중간에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10대 연합의 한 청소년은 "경찰이 주말에 시민들을 연행했는데 이중 '10대연합'을 이끄는 선생님이 잡혀가셨다"며 "시위를 가담한 것이 아니라 경찰에 맞고 있는 시민들 도와주러 간 것이었는데 경찰이 (선생님을)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소년은 이어 "경찰은 왜 이명박 대통령은 지켜주면서 국민을 지켜주지 않냐"면서 "경찰은 이 대통령 말고도 저희들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해 많은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지난 주말동안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부상당한 시민들이 있다는 소식과 관련하 자발적으로 의료품을 준비한 '다음 아고라 의료봉사단'도 눈에 띄었다.

다음 아고라 '의료봉사단'도 등장

이들은 다음 아고라에 촛불문화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의료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한 대학생, 회사원, 의료인 등으로 갑작스럽게 꾸려진 모임이다. 각각 반창고, 거즈, 소독약, 비닐장갑 등의 의료용품을 준비해 집회에 참석했다.

▲ 다음 아고라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의료봉사단'

'의료봉사단'에 참석한 정 아무개씨(24)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무원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일하는 직업이니만큼 이러한 정부 밑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서 왔다"며 의료 봉사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옆에 있던 김 아무개(30)씨도 "다치는 사람들을 보고 의료봉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다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으니까 열심히 봉사하겠다"며 소독약품, 거즈, 반창고 등을 챙겨왔다고 덧붙였다.

촛불문화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게 위해 구성된 이들은 옷 뒤쪽에 빨간색 병원 상징의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위한 약품을 구비한 채 지금도 촛불집회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의 주변 봉쇄로 거리 도심시위가 제한되었으며, 이 곳에서 자유발언 등을 통해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한편 촛불집회가 끝난 뒤 일부 시위대들은 을지로와 명동 쪽으로 거리시위를 벌였으며 26일 밤 11시24분 현재 서울 종각 네거리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다.

< 사진으로 보는 현장 스케치 >

▲ 26일 7시 청계천에서 열린 18차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촛불문화제 현수막ⓒ윤희상

▲ 민주노동당 차량 위에 광우병소 조형물ⓒ윤희상

▲ 같은시각 동화면세점 앞에 네티즌 주도의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윤희상

▲ ⓒ윤희상

▲ 촛불문화제 자유발언에 나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윤희상

▲ MBC 뉴스데스크에서 현장중계를 준비하고 있다ⓒ윤희상

▲ 촛불문화제를 취재중인 SBS ⓒ윤희상

▲ 촛불문화제를 취재중인 KBS ⓒ윤희상

▲ 지난 25일 부터 민주노총 지도부가 청계광장에서 철야 노숙농성을 하고있다. ⓒ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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