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K. 에픽하이가 마침내 음원을 공개했다. 그동안 워낙 많은 일은 겪은 이들이기에, 또한 대형 기획사인 YG에서 발매하는 첫 앨범이기에 에픽하이의 새로운 음악이 어떨지에 대한 큰 기대감을 지니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선공개된 '춥다'가 오랫동안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새로 공개된 UP이 1위를 한 것을 보면 일단 대중의 기대에는 부합한 음악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존 에픽하이 골수팬들은 너무 밝아져버린 혹은 '팝'스러워진 그들의 앨범에 실망감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타이틀곡인 Don't hate me는 무척이나 밝은 노래이다. 그런데 가사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가사에는 이들이 겪은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나만 달달달 볶아. 실수도 잘못처럼.
세상 모두가 입에 망치 때려, 날 못처럼.
구멍투성인 마음, 눈물만 새.
웃으면 안 돼? 난 왜?

(중략)

이런 비호감, 공공의 적인 나와.
숨만 쉬면 논란, 공공의 껌인 나와

(중략)

다 나만 뭐라 해.
화살로 겨냥해.
사라지길 바래.

이 가사에는 그동안 타블로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가 열꽃 앨범을 통해 토로했던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상처는 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Don't hate me는 밝다. 그들의 아픔을 넘어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밝은 모습으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절절한 사랑고백인가?

그런 경우가 있다. 무척 힘들어하던 친구가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자기는 괜찮다고 너희들이 있어서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친구라면 알아차린다. 그 웃음 속에 얼마나 더 큰 아픔이 있는지, 그래서 더욱 안쓰럽고 걱정되기도 한다.

Don't hate me는 그런 노래다. 아픈데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힘이 난다고 하는 감사의 노래이자 세레나데이다. 그러나 아픔이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하고, 팬들이라면 그 아픔에서 나오는 이질감을 분명히 느낄 것이다. 마치 억지로 괜찮다하는 친구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에픽하이의 신보는 열꽃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특히 '춥다'라는 선공개곡은 그런 심증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그러나 에픽하이는 밝은 모습을 보였고, 희망을 보였고, 세레나데를 불렀다. UP이라는 노래를 통해서도 한번 더 잘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가 팬들에게 '이제는 괜찮다'고 말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기에 정말 기대가 되는 것은 에픽하이의 다음 앨범이다. 이미 겪은 수많은 아픔들이 음표 위에 본격적으로 수놓아지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다음 앨범일 것이기 때문이다.

Don't hate me는 밝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픔이 있다. 그렇기에 에픽하이의 음악은 계속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 아픔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Everybody hates me, buy you love me and I love you.
난 너만 손뼉 치면 돼. Baby.
온 세상이 안티. 그런 내가 웃는 이유.
난 너만 내 편이면, 내 팬이면 돼.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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