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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를 마감하며[특별기고①] 정청래 국회 문광위 통합민주당 간사
미디어스 | 승인 2008.05.26 11:09

17대 국회가 오는 29일로 정식 활동을 접는다. 5월30일부터는 18대 국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다. <미디어스>는 17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들의 기고를 통해 17대 국회의 성과 및 한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편집자주>

17대 국회가 끝났다. 17대 국회는 이전의 국회와 확연히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띠고 출발했다. 첫째, 헌정사상 처음으로 민주개혁진영이 의회의 과반을 확보한 점이다. 둘째, 정당비례대표제 도입에 힘입어 민주노동당이 최초로 10석의 의석으로 원내에 진출한 점이다. 셋째, 상향식 공천으로 신진인사들이 대거 진출한 점일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아마 국회 18개 상임위의 인기순위가 뒤바뀐 점일 것이다.

2004년 6월 국회가 개원 협상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첫날부터 공전을 했던 걸 기억하는가? 당시 개원 협상의 이슈는 한나라당이 요구한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설화 여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협상카드였을 뿐이다. 실질적으로는 법사위원장과 문광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차지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지루한 협상 끝에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문광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차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정청래 의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본회의 법안 상정의 열쇠를 쥔 법사위원장을 포기하고 문광위원장을 선택했을 때 다소 의아해 하는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후일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로 법사위에 상정조차 못하는 현실을 놓고 열린우리당이 바보처럼 법사위원장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그 비난은 받아 마땅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왜 그토록 중요한 법사위원장을 포기하고 문광위원장을 고집하고 선택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04년 후반 개원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반드시 처리하고자 했던 소위 4대 개혁입법이 있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과거사법 제정 그리고 언론관계법 개정 등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법이 국가보안법이었다면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운 법은 아마 신문법을 비롯한 언론개혁 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무엇보다 시급하고 어려운 언론개혁 입법을 위해서는 문광위원장이 더욱 중요했을 것이라 당 지도부가 판단한 것 같다.

위원장뿐만 아니라 상임위 국회의원 배치도 초기에 알게 모르게 정말 큰 진통이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17대 국회에서는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상임위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인기 판도가 확연히 바뀌게 되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문광위, 교육위, 보건복지위 등 힘없던 상임위에 신청자가 몰렸다. 그 중에서도 문광위는 단연 으뜸이었다. 문광위를 들어오려는 당선자들의 불꽃 튀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공식 발표된 당시의 문광위 경쟁률은 4:1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8:1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러한 인기 상임위의 판도 변화를 놓고 17대 국회는 놀고먹지 않는 ‘일하는 국회’라는 항간의 평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6대 국회보다 재적의원수가 늘기는 했지만 17대 국회는 어느 국회보다 법안 발의건수나 통과 건수가 16대 국회의 그것보다 두 배를 상회했다. 아무튼 치열한 경쟁 끝에 문광위에 진출한 24명의 국회의원들은 개원 초기부터 격돌에 격돌을 거듭했다. 언론개혁법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펴기 일쑤였다.

첫날 맞붙은 것이 소위 방송사들의 ‘탄핵방송’ 사건이었다. 방송위에서 위탁한 외부 논문에서 탄핵에 대한 방송 보도가 편파적이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에 기계적 중립이냐 아니면 절대 다수의 국민 여론에 따른 방송 편성이냐를 놓고 공방이 오고 갔다. 나의 문광위 첫날 첫발언도 당연히 ‘탄핵편파방송’의 논리를 깨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한양대 김모교수의 탄핵 방송 논문을 밑줄 쳐 가며 3회독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 서울신문 5월23일자 6면.  
 
그러나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문광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당연 신문법과 방송법, 그리고 언론피해 구제법과 신문 신고 포상금제와 SBS의 재허가 문제 등이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언론발전위원회(위원장 김태홍 의원)가 만들어 지고 내가 간사를 맡았다. 신문법에 대한 외국 사례 연구부터 자료수집 그리고 언론개혁 시민단체와의 교류와 당의 의견수렴 등 나는 거의 8개월여를 신문법에 매달려야 했다.

신문법의 핵심은 신문시장의 정상화였다. 산업적 가치로서의 신문시장의 투명화와 문화적 가치로서의 신문의 공적 기능의 강화가 과제였다. 신문의 논조와 편집 방향 즉 신문의 경향성에 대한 법적 재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언론 자유의 성역이다. 그런데 불법과 탈법을 바로 잡고자 하는 신문 시장의 정상화에 대한 신문법의 방향은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견제와 방해 공작으로 참으로 많은 시련을 겪게 되었다.

신문법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신문은 사회의 공기이자 사적 기업이다. 공공기관은 국회의 국정감사를 통한 감시를 받는다. 그리고 일반 기업은 수입과 지출에 따른 재무제표의 공개와 정당한 세금을 낸다. 그러나 신문사는 수입과 지출이 투명하지 않다. 도대체 발행부수가 얼마인지 광고료 수입이 얼마인지가 캄캄한 특급비밀이다. 그러니 그 어둠 속에서 온갖 불법과 비리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문이 다른 기업에게 세금을 제대로 내라고 큰소리치는 것처럼 신문사도 그 잣대대로 수입과 지출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즉 전체발행부수, 유가부수, 구독료 수입, 광고료 수입을 신문발전위원회에 1년에 1회 의무적으로 신고하라는 것이 신문법의 핵심이고 아마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신문사로서는 이 부분이 아팠을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다른 기업들은 투명하게 세금을 내도 자신들(신문사)은 내기 싫다’는 심술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이것을 놓고 언론탄압이라며 위헌소송을 제기한 조선과 동아 그리고 여기에 부화뇌동한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임이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그리고 신문에 대한 다양성 보전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강원도 산골에서도 구독 신청만 하면 한겨레든 경향신문이든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본이 부족한 신문사들은 지국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전국 각지에 지국을 세울 수가 없다. 그러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어 메이저 신문의 경향성만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여론의 독과점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국가의 지원이 바로 신문유통원의 설립이다. 국가가 일정하게 지원하고 해당 신문사가 출연하여 공동으로 신문을 배달하자는 취지는 이미 프랑스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선진 제도이다. 신문법 제정 초기 큰 관심사였던 소유지분의 문제는 위헌 문제와 소유분산의 방법상 난점, 그리고 정치 역학상 통과되기 어려운 조항이었다. 진보개혁 진영에서 이 조항의 누락을 놓고 나에게 서운한 점이 많았을 테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사항이었다.

이밖에 방송법과 연계된 신문 방송 겸영 금지 논란이었다. 신문시장의 사양화로 방송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거대 신문사를 등에 업은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겸영허용을 주장했지만, 여론 독과점상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언론피해구제법에서 언론이 행한 횡포에 대해서는 어떠한 피해보다 치명적이므로 가중처벌하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오히려 개혁진영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8개월의 산고(産苦) 끝에 제일 어렵다던 신문법이 4대 개혁입법 중에는 최초로 문광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4년 12월 31일을 넘겨 2005년 1월 1일 새벽 0시 30분경에 최종 통과되었다. 나로서는 본회의 통과를 위한 제안 설명을 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보수와 진보의 틈바구니에 껴서 결코 축복을 받으며 통과된 법은 아니지만 나는 신문법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어차피 보수진영의 공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진보 진영의 비난은 참 힘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문법 논란을 할 때는 그렇게도 관심이 많았던 언론들이 정작 신문법이 통과되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일제히 입을 닫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어떤 진보 논객들은 신문법을 읽어 보지도 않은 채 소유지분 조항이 하나 빠졌다고 ‘안 하느니만 못한 법’라며 나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런데 그 분들 중 몇 분은 신문법 통과로 마련된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사람의 욕심은 같은 무게임을 알았다.

17대 국회 문광위에서는 언론관계법 말고도 참으로 많은 이슈가 있었다. 17대 국회에서는 3년마다 한번씩 심사를 해야 할 방송사 재허가 문제도 실질적으로 처음으로 심사를 했다. 서울방송과 인천방송 강원방송 등이 곤혹(?)을 겪어야 했다. 신문보다 더 큰 방송의 공익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방송위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행사된 것이다. 재허가가 불허 된 이후의 문제가 미비된 방송법의 현실을 보며 나는 법의 부실함에 놀랐다.

문광부 유진용 차관 파문과 바다이야기 사태 등은 가히 문광위를 정국의 뇌관으로 자리잡게 했다. 특히 바다이야기 파문은 국회 문광위원으로서 지금도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다. 기실 이 문제는 여러 국회의원들이 사전에 문광부에 경고와 개선에 대한 주문을 했었다. 게임 상품권 발행 시기부터 운영까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당시 여당으로서 당정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한 지 1개월 정도 되어 문제가 터졌다. 6개월 늦은 대책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올해 초에 발생한 숭례문 참사 또한 중대한 국민적 관심사였다. TV 생중계를 보며 잠 한숨 못자고 외국 출장 중인 문화재청장과 박물관장 국회의원들의 잠을 깨워가며 분주히 대책에 골몰했던 기억은 바로 어제의 일 같다. 그날 즉시 상임위를 열어 서울시의 대책 없는 숭례문 개방과 관리 소홀 그리고 문화재청의 지도 감독의 소홀 등을 국민 앞에 밝히던, 여야를 떠난 문광위원들의 질의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을 했다. 낙선 후 열린 임시국회에서 문광위는 잡지법과 문화재 보호법 등 10개의 법을 통과시켰다. 아직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식으로 문광위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방통위원장이 언론장악 음모를 노골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를 출석시켜 쟁점을 점검했다. 방통위원장의 행태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최근 벌어진 KBS 사장의 불법적 퇴진 압력이 있는 가운데 문광위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소위 언론을 30년 후퇴시킬 미디어법을 정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한국방송공사' KBS를 '정권홍보공사' KBS 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괴롭도록 걱정스럽다.

18대 국회 초기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 한미 FTA 문제, 대운하 문제, 그리고 공영방송 KBS 등을 둘러싼 미디어법 정비 문제일 것이다. 17대 국회 초반이 그러했듯이 18대 국회 역시 언론 문제를 다루는 문광위는 정당과 세력 간의 치열한 격돌의 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국민의 여론을 전파하는 미디어에 대한 법 조항 하나하나는 그만큼 민감한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파간의 이해관계보다 우위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18대 국회 문광위원들은 명심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 기본 가치인 다양성 보장이라는 시대정신과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공익적 가치는 문광위원들의 양심에 따라 존중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세계 11위의 국가 경쟁력을 갖춘 근저에는 정치에서의 민주화와 정경 유착의 근절 그리고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은 점에 기인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 언론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다투지 않는 시대가 진정 언론의 자유가 만발한 선진 민주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21C 국가경쟁력의 최후의 승부처는 바로 문화산업에 있다"고 설파를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이제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분단이 되어 있는 대한민국은 제조업 시대를 넘어 문화 콘텐츠 산업에 매진할 때이다. 세계 시장규모로 제조업의 상징인 반도체 시장이 1700억 달러라면 미키마우스, 아기 공룡 둘리 등 캐릭터 산업이 이에 맞먹는 1600억 달러 시장이다. 핸드폰 시장이 700억 달러 시장이라면 만화시장이 650억 달러 시장이다.

문화 콘텐츠에 경쟁력이 있는 대한민국 문화산업 일꾼들을 믿고 문화산업시장 발전에 국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문화산업이 바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효자산업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다. 이제 국회도 한발 뒤늦게 따라가는 보수적 입법부가 아니 새 시대 새장을 여는 시대의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 미디어 관련법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야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문화산업을 키우는 일에는 정말 여야가 따로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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