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1일 정수장학회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고 김지태씨가 부산일보, MBC 주식 등을 '자발적'으로 헌납했다며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가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고 김지태씨에 대해 "4.19때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분노한 시민들이 (김지태씨의) 집 앞에 가서 시위할 정도였다. 5.16때 부패혐의로 징역 7년형을 구형받기도 했다가 그 과정에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 헌납의 뜻을 밝혔다"며 "당시만 해도 부산일보가 무려 980배나 자본이 잠식돼 자력으로 회생하기 힘들 정도로 부실 기업이었고, MBC 역시 라디오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 지금 견실하게 규모가 커지자 지금과 같은 문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부일장학회 재산헌납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언론장악 의도에 따라 강제로 이뤄졌다"고 결론 내린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후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법원 역시 강압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고 말했으나, 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염원섭)는 김지태씨 유족이 제기한 주식반환 청구소송에서 "김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5.16 장학회에 주식을 증여하기에 이른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초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 등 정수장학회 논란의 구체적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날 기자회견은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는 순수한 장학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난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장학회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데 집중됐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정말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1962년에 설립됐다. 국가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달려있고, 가난하지만 능력있는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어야만 그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로 설립된 장학재단"이라며 "저의 소유물이라든가, 저를 위한 정치활동을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장학회가 저에게 정치자금을 댄다든지 대선을 도울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공익 재단의 성격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고, 알고도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어느 재단이나 설립자의 뜻을 잘 아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게 당연한데, 현재 재단 운영을 맡고 있는 분들에 대해 야당이 공격하는 것도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재의 이사진이 부정부패와 관련됐다면 당연히 물러나야겠지만 설립자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 논란의 구체적 해법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논란이) 계속된다면 장학회의 본래 취지와 헌신했던 분들, 수많은 장학생들의 명예까지 훼손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 것"이라며 "정수장학회가 더 이상 의혹을 받지 않고 공익재단으로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이사진에서 장학회 명칭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잘 판단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에, 한 기자가 "사퇴하라는 것인가?"라고 묻자 "말씀드린 내용 그대로"라며 "이사진께서 현명하게 판단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21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역사왜곡과 고집불통으로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자리였다"고 평하며 "부일장학회 강탈과정에 대한 왜곡된 진실을 바탕으로 국민과 야당의 역사바로잡기 요구를 정치공세로 폄하한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무엇보다도 강탈된 장물에서 숱한 편익을 얻어왔던 장본인으로서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반복함으로써 법원과 과거사위원회의 결론인 강압에 의한 강탈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왜곡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놀라울 뿐"이라며 "박근혜 후보가 보여준 이전 유신에 대한 사과나 과거사에 대한 변화된 태도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선거전술의 일환이었을 뿐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가 입장 표명을 예고함에 따라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과 김지태씨 유족은 △과거 범죄에 대한 엄숙한 사과 △국민적 합의에 따른 사회환원 등을 요구하고, 부산지역 야권을 비롯한 50여개 시민사회ㆍ언론단체로 구성된 '정수재단 반환 부산시민연대'도 "정수장학회의 진정한 사회환원을 선언하고,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을 위해 노력하다 희생된 이정호 편집국장의 복귀를 위해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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