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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변화 없으면 ‘청와대 진격파’ 늘어난다[기자칼럼] ‘청와대 진격파’들을 위한 변명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8.05.26 10:55

5월25일 밤 ‘17번째 촛불집회’ (주최측은 지난 24일에 이어 18번째지만 밤샘집회에 이어 집회가 계속되고 있기에 ‘17번째’ 집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17번째라고 하더군요)가 끝날 때 광화문에 있었습니다. 25일 새벽 현장에 있던 수습기자의 보고, “상황이 좀 심각하다”는 말을 듣고 현장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위참가자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얘기부터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욕먹을 각오하고 이런 얘기합니다. 솔직히 전 ‘17번째 촛불집회’를 보고 실망을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현장에 있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25일 새벽 경찰의 ‘강경진압’ 이후 어제(25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른바 ‘청와대 진격파’와 ‘촛불집회 참여파’로 나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와대 진격파’와 ‘촛불집회 참여파’로 나뉜 주말 집회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17번째' 미국산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계속 이어졌다. ⓒ민임동기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리고 시작된 이후에도 ‘청와대 진격파’와 ‘촛불집회 참여파’들은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 진격파’들이 ‘촛불집회 참여파’들에게 같이 도심으로 나갈 것을 ‘제안’했죠. 제가 현장에서 들은 ‘청와대 진격파’들의 주장은 대략 이렇습니다.

“지금 한가하게 여기서 촛불집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포위돼 있다. 여기서 뭐하냐. 나가자”
“여러분 나갑시다. 청와대로 갑시다”
“촛불집회 한다고 정부 태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이외에도 여러 주장과 설전이 오갔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실망을 한 이유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이 같은 이견과 논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양비론’이 되기 쉽겠네요. 정확히 말해서 ‘청와대 진격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두둔’하고픈 마음은 없었습니다. 욕설이 오가고, 일부는 멱살잡이 일보 직전까지 가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죠. ‘폭력경찰’이 눈앞에 바로 있는데 말이죠.

물론 의견이 서로 다르거나 노선이 달라서 논쟁이 벌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논쟁’은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더군요. ‘청와대 진격파’들이 ‘촛불집회 참여파’를 향해  마치 한가한(?) 사람들이라는 식의 비난을 가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닌데 …’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을 ‘비난’하는 건 온당치 못합니다. 모든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도심으로 나와서 청와대로 진격해야 ‘진정한 투쟁’이 될 수 있을까요. 전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 입장 변화 없으면 ‘청와대 진격파’들은 더 늘어난다

   
  ▲ ⓒ 민임동기  
 
지금 제가 ‘청와대 진격파’들을 비난하려고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청와대 진격파’들을 위한 변명을 하려고 합니다. 어제(25일) 청계천 광장에서 이탈한(?) 일부 시위대가 서울시청 앞에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촛불집회 참여자 가운데 일부가 그쪽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동하면서 이런 얘길 하더군요.

“도대체 주최 측이 어디야. 주최 측이 많아서 어디에 참여를 해야할지 모르겠어.”

아마 시위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면서 혼란을 느낀 나머지 지나가면서 한 얘기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어쩌면 촛불집회의 성격상 이 같은 혼선(?)은 예견돼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인 행사였고 지금까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촛불집회가 이어져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는데 지난 주말을 계기로 ‘내부 혼선’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촛불집회 일부 참가자들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정부에 분노해, 도심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집회가 촛불집회에서 도심집회로 번진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정부 때문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하지 말라고 ‘죽어라’ 외치고, 재협상 하라고 ‘목이 쉬어가며’ 소리를 질렀는데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장관고시도 예정대로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조용히 촛불만 드는 행사’가 현실적으로 무력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촛불집회 참가자들 모두가 도심으로 나와 청와대로 진격하기를 바라나

   
  ▲ ⓒ 곽상아 기자  
 
그래서 도심으로 나왔는데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대들을 폭력적인 형태로 진압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강제로 연행까지 했습니다. 분노할 만한 일이죠. 당연히 분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청와대 진격파’들의 주장과 행동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마 정부 당국은 이 같은 ‘분열’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말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도심으로 나가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 역시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는 겁니다. ‘청와대 진격파’들에 비해 분노의 정도가 덜해서 촛불만 들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건 이들이 정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면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도심집회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연행자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하겠다는 공언만 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기존 입장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말이죠. 혹시 지난 주말 집회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분열 양상’에 흡족해 하고 있다면 정말 착각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정부의 자세나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아마 촛불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청와대 진격파’에 합류할지도 모릅니다.

진정 정부는 그걸 원하는 걸까요. 정말 시민과의 정면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정부의 지나친 안이함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안이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두렵습니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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