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치부가 여론조사 보도를 교묘히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기자회는 18일 낸 비상대책위원회 특보에서 지난 8월 26일과 9월 10일, 10월 3일에 방송된 MBC 여론조사 보도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MBC기자회는 전직 정치부 기자들 20명으로 기자회 모니터 팀을 꾸렸으며 앞으로 특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MBC 대선 보도에 대한 감시를 실시할 예정이다.

▲ MBC '뉴스데스크' 10월 3일자 여론조사 보도 화면 캡쳐

MBC기자회는 특보에서 “대선 후보별 질문 항목이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지난달 10일 보도된 여론조사의 항목 중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질문은 "전세살이 논란과 포스코 사외이사 전력 문제 등 최근 제기된 의혹이 안 교수의 도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였다. 박근혜 후보 대한 질문은 "야권 후보에 맞서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였다.

MBC 기자회는 "안철수 관련 문항은 의혹을 전제로 깔고 물은데 반해 박근혜 후보들 두고선 선결 과제를 물은 것"이라면서 "여론조사가 수치를 동반하기 때문에 객관화된 자료인 것처럼 포장될 수 있지만 그 뒤에 정치부의 보이지 않는 여론 조작 수법이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10월 3일 보도된 여론조사에서도 MBC는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서 과거사 입장 표명에 대한 생각을 물었으며 안철수 후보와 관련해서는 아파트 다운계약서와 논문표절 논란 등이 도덕성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질문했다. MBC기자회는 "안 후보에 대해서는 '잘못한 것 같은데 정말 잘 못했냐'고 물은 것이며 박 후보에 대해서는 '잘한 것 같은데 정말 잘 했냐'고 묻는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 SBS '8시뉴스' 9월 21일자 여론조사 보도 화면 캡쳐

타 방송사와 비교를 하면 이런 편향성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SBS는 지난달 21일 <8시뉴스> 여론조사 보도에서 당시 후보들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질문했다. 박근혜 후보 관련해서는 '과거사 인식 문제에 공감하나',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 과오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룸살롱 출입, 전세살이 논란 같은 도덕성에 대한 의혹을 어떻게 보나'를 물었다. MBC 기자회는 "여론조사가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어느 후보든 잘잘못에 대한 평가를 공평하게 던져주고 유권자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 정치부가 여론조사 의뢰 기관을 바꾼데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MBC는 지난 8년간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MBC 선거방송기획단은 코리아리서치에 여론조사를 의뢰해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MBC 정치부는 지난달 10일 보도부터 자체적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박성호 MBC기자회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론 조사를 하는데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거기획단과 보도국이 자료를 공유해 왔다"면서 "특히 여론조사는 추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같은 기관에서 같은 방식으로 조사해야 비교 잣대가 된다. 현재 운영방식은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성호 기자회장은 "제대로 보도하려면 이런 변칙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공정, 불공정을 떠나 정확성과 신뢰성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설명했다. 후보별 여론조사 문항에 김장겸 정치부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냐는 질문에 "정치부가 기사를 쓰려는 포인트에 따라 질문을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정치부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김장겸 MBC 정치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조문기 MBC 정치부 국회반장은 전화를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고 말하며 전화를 끊은 이 후 다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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